이명진 명이비인후과의원장

프로라이프(pro-life)는 낙태를 반대하는 단체이고 낙태를 허용을 주장하는 대표적인 단체가 프로초이스(pro-choice)다. 두 그룹은 태아의 생명권이냐 여성의 자기결정권이냐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의사들은 낙태라는 시술에 직접 관여하게 되어 있는 입장이어서 두 그룹의 주장에 대해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한다. 만약 의사가 낙태에 관한 문제점들에 대한 고민 없이 의술을 행한다면 인간 생명의 존엄함은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될 것이다.

먼저 태아의 생명권 보호를 위해 낙태를 반대하는 프로라이프의 주장을 살펴본다.

이들 낙태를 반대하는 첫째 논리는 “낙태는 살인이다”라는 구호이다. 배아나 태아를 ‘ 태어나기 전의 어린이’라고 주장한다. 임신한 여성이 태어난 자녀들과 마찬가지로 태아에 대해서도 동일한 의무를 가지기 때문에 낙태는 태어난 아기를 죽이는 것과 도덕적으로 동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둘째는 생명권은 모든 다른 권리보다 우선되며, 태아는 수정 된 순간부터 인간이며, 태아의 생명권이 여성의 행복추구권에 앞서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낙태행위를 허용함으로 인명경시 현상이 만연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만약 생활의 방해가 된다고 태아를 죽인다면 치매에 걸리거나 심한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죽이지 못할 이유가 없다. 자신의 삶의 질의 추구가 다른 생명을 죽여서라도 확보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물음을 제기한다. 셋째 이유는 낙태가 허용될 경우 성윤리를 타락시켜 여성들에게는 혼외 성관계에 대한 도덕적 육체적 위험성을 경시하게 하고, 남성들에게는 자신의 아이를 방기하는 도덕적 불감증에 빠지게 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낙태를 반대하는 법률적인 시각으로는 인간생존의 가장 기본이 되는 생명에 관한 권리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인간의 존엄성을 논할 수 없다고 본고 있다. 생명권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신체의 자유를 포함한 기타의 기본권보장은 실제적으로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헌법질서 내에서 생명권은 명문규정이 없더라도 인간의 생존 본능과 존재 목적에 바탕을 둔 헌법상의 기본권으로 인정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출생, 신분, 인종, 발육과 건강의 정도가 인간의 인격성을 규정하지 않으므로 환자, 정신박약아, 노인, 신생아, 아직 태어나지 않은 태아는 모두 평등하게 생명권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했다. 헌법학자들은 헌법 11조 평등권에 근거하여 태아의 생명권을 주장하기도 한다. 국가는 태아라고 하더라도 모든 인간은 수태되는 순간부터 평등하게 보호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태아의 생명을 의도적으로 법률에 의하여 박탈한다면 법 앞에서의 평등은 전혀 의미가 없다고 할 것이므로, 태아는 헌법 제 11조 규정에 의하여도 국가로부터 평등하게 생명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2005년 통계에 의하면 한해 34만 건의 낙태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불법낙태에 대한 강력한 단속이후 그 숫자가 다소 줄어들기는 했어도 아직도 음성적인 시술이 시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필자도 아무런 고민 없이 태아의 생명은 다소 무시되거나 경시해도 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적이 있었다. 의사로서 정말 부끄러운 모습이었다. 인간의 생명권이 우리 삶의 기초다. 생명이 없는 상황에서 다른 기본권을 논할 수 없다. 생명을 살리고 질병의 고통에서 환자들을 구해주는 일이 의사의 역할이다. 지금이라도 프로라이프가 주장하는 낙태반대 이유들을 의사들은 반복해서 그 의미를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의사는 의술을 생명을 살리는 데 사용해야지 생명을 죽이는데 사용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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