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회장 선거 방식이 대법원 판결에 의해 ‘간선제’로 확정 되었다. 그동안 많은 회원들이 대의원 총회에서의 회장 선거 간선제 방식 결정에 대해 부당함을 주장했지만 결국 법원은 대의원 총회 결정에 손을 들어주었다. 처음부터 간선제 결정의 부당함을 주장하던 사람으로서 참으로 허망할 따름이다.

대의원 의장에게 직선제 방식이 그렇게도 졸속으로 비상식적으로 처리해야만 할 정도로 시급하고 중대한 사안이었던가 묻고 싶다. 그동안 대의원회 결정을 옹호하던 사람들은 애초에 간선제안 통과 과정상의 문제를 제기한 회원들에게 동문서답식의 대응으로 일관해왔다. 즉 결정 과정에서의 문제인 정족수 문제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과 같은 주장에 대해 직선제의 폐단과 왜 간선제를 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답으로 피해가곤 했는데 결국 대법원마저도 나 같은 문외한이 들으면 이해가 가지않는 판결문을 낸 것이다.

마치 요즘 TV 개그프로에서 유행하는 “그러지 아니하지 않을 수 없기에 그렇게 할 것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러기에 이렇게 하지 않을 수 없다” 뭐 이런 느낌이다.

내면을 들여다보면 더 가관이다. 간선제에서 가장 중요한 선거인단 구성을 보면 그렇다. 간선제 전환 과정에서 선거인단 구성은 기존 대의원을 포함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으니 과연 무엇을 겨냥한 제도 변경이었는지 그 배경이 의심스럽다. 반복해서 말하지만 아직 단 한 차례도 지금까지의 과정에 대해 대의원회는 명쾌한 답변을 한 적이 없다. 회원들을 무시하는 오만함의 극치라 할 수 있다.

현재의 대의원들이 회원들의 민의에 근거해서 선출된 대의원이 아닌 사람들이 수두룩한 조직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잘 알고 있다. 어떤 곳에서는 직선에 의해 선출된 제대로 된 대의원이 있을지 몰라도 상당수의 대의원들이 언제부터 어떤 과정을 거쳐서 대의원을 하고 있는지 모를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수십년간 대의원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는 그런 대의원 조직이 바탕이 된 선거인단에서의 회장 선거라고 하니 과연 이런 제도가 시대정신에 맞는 것인지 묻고 싶다.

현 회장은 간선제 전환에 대한 책임이 있다. 그리고 이 부분에 대해 회장 스스로 회원들의 뜻을 존중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 점 또한 지켜볼 사안이다. 의사회는 새로운 시대에 맞는 변화와 개혁을 안팎으로부터 요구받고 있다. 의료 환경의 빠른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늘 받고 있다. 집행부에 대한 신뢰는 바닥을 치고 있는 이런 상황에서 민의에 반하고, 정도를 벗어난 제도에 의해 탄생한 새로운 집행부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간선제 전환이 확정된 마당에 바람이 있다면 민의가 제대로 반영된 간선제로의 전환을 촉구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소한 선거인단에 포함되는 대의원 구성부터 직선에 의해 재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정의롭지 않은 간선제 하에서의 회장 선거는 회장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 스스로가 먼저 고민해야 할 문제일 것이다.

박종훈
고대 안암병원

정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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