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보건기관에서 의료 업무를 하다보면 일주일에 몇 번씩은 노인장기요양보험 등록을 하려는 환자와 보호자들이 방문을 한다.

필자가 공중보건의사로 발령받기 전 해에 첫 시행이 되었으니 이제 만으로 3년째를 맞는다. 벌써 가입자는 30만명이 넘어섰고, 배정된 예산은 상상이상이다.

한국은 지난 8월 현재 노인인구가 11%를 넘어 고령화 사회에 이미 진입했고, 늘어나는 노인인구에 맞춰 장기요양기관수는 매년 높은 증가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2008년 7월 제도 시행 초기 5000개소가 약간 안 되던 것이 며칠 전 인터넷을 통해 접한 소식에 벌써 1만5000여개에 달한다고 하더라. 그러나 장기요양기관의 양적 팽창이 서비스 인프라 구축에는 크게 기여했으나 질적인 면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그 이면에는 장기요양보험제도의 수가가 포괄수가제인 것이 한몫을 한다.

포괄수가제로 운영을 하니 요양기관에서는 환자들에게 이것저것 행위를 할수록 손해가 난다. 가장 기본적으로 회생 가능한 환자에게 CPR(심폐소생술)조차 시행하지 않는다. 중증 질환이 없는 단순 고령 환자만 하더라도 70대 연령에서 첫 MI 발작시 장기요양보험기관에서는 No CPR로 환자를 떠나보낸다.

이것이 정말 노인복지일까? 우리보다 먼저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를 도입한 독일, 일본 등 선험국은 장기요양기관에서 제공되는 서비스의 질을 측정하고 관리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장기요양보험서비스의 질을 평가하는 제도가 법적으로 명시되어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이 제도를 마련하여 시행하고는 있으나 필자의 생각은 부정적이다. 건강보험공단은 현재 전체 장기요양기관을 대상으로 평가제도를 실시하고는 있다고는 하지만 그 평가는 단지 서류적인 문제일 뿐이다. 요양기관에서의 노인복지, 여가 생활이 서류상으로 그렇게 운영이 되고 있을까?

필자의 동기 중 한명이 현재 지역 요양병원에서 진료의사로 활동을 하고 있는데 우연찮은 기회에 그 기관을 방문하게 됐다. 1층부터 병동이 들어서 있고 로비 가운데엔 그림그리기, 점토공예, 공놀이 등등 하루 일정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필자가 방문한 시간대엔 마침 산책 시간이었다. 요양병원 일정표엔 그렇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병원 바로 앞은 왕복 8차선 도로에 차들이 오가고 좌우는 모두 유흥주점이었다. 실제로 그 시간에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8명이 빼곡히 들어찬 병실에 시체처럼 누워 있었다.

현재 진행 중인 평가는 제도 초기인 점을 감안하여 기본적인 사항 중심으로 실시한다고는 하지만 온통 허점투성이다. 눈뜨고 못 봐 줄 꼴이란 말이다. 시행 전 320억으로 잡았던 예산은 이미 1000억원에 육박한다.

건강보험공단의 장기요양보험 담당자가 이유 없이 수시로 교체된다는 뉴스도 나온다. 예산의 집행에 있어서 의혹과 비리에 대한 의심은 계속 제기되고 있다. 2010년 이후 건강보험공단은 요양기관에 대한 전면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그러나 시행초기 요양기관의 신청에 의해 시행한 평가마저도 서류 확인에 머무는 수준이었건만 이제와 아무런 장치적 보완 없이 전면적인 평가를 한다고 치면 알 만한 사람들은 그저 헛웃음만 나올 뿐이다. 응당 법에 따라 실시하는 평가라면 평가목적에 맞게 운영하여 서비스 질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고 바람이다.

김문택
공보의협의회
정책고문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