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책이 있는지 조차 모르고 이제껏 나 자신이 장애인 문제, 기형아 문제에 관심이 많다고 생각한 것에 대해 의사, 특히 소아과 의사로서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감동적이고 교육적이다.

내가 하고 싶었던 말들이 마치 내 마음을 읽듯 이 책에 그대로 적혀있다.

펄벅 여사는 중국에서 오래 살고 ‘대지’를 쓴, 퓰리처상과 노벨문학상을 받은 위대한 여성작가이며 우리나라 전쟁고아들을 미국으로 입양시키는 기관을 만드신 분으로만 알았다.

그러나 이 책을 읽은 후에야 비로소 이 분의 진면목을 알게 됐다.

이 책에서 펄벅 여사는 딸 캐롤이 PhenyIketounia(PKU)로 인한 심한 정신지체 때문에 겪게 되는 정신적 고통을 승화해 세계적인 위대한 휴머니스트 작가가 된 과정이 너무나도 솔직한 필치로 기술돼 있으며 문장 하나하나에 아픔이 깊숙이 배어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지금은 장애인 복지가 우리나라에 비해서 훨씬 좋다고 생각되는 미국에서도 과거 수십 년에 걸쳐서 장애인에 대한 법규, 제도, 처우, 재활 등에 굉장한 발전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발전은 저절로 얻어진 것이 아니라 펄벅 여사와 같은 수많은 사람들의 피나는 노력과 희생의 결과임을 알 수 있다.

이런 변화의 과정들이 시대별로 잘 정리되어있어서 복지 분야에 관여하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에서 과거 수 십 년간 이뤄진 해외 입양과 ‘혼혈아’문제는 이 책에서 다루는 또 다른 중요한 주제로 하인즈워드 덕분에 드디어 50년 만에 우리나라에서도 본격적으로 그 중요성과 심각함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 문제는 남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풀어야할 문제로써 이 책에서 저자가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꼭 읽어 보아야 한다.

펄벅 여사와 딸 캐롤은 이 세상 잣대로 본다면 참으로 큰 고통과 시련을 겪었고 불행한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으나, 다른 측면에서 본다면 그 어느 누구보다도 고귀한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들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구원과 위로를 받았는지도 짐작할 수 있다. 이 세상의 수많은 영재, 천재들 보다 이 한명의 아이가 왜 더 중요한지, 왜 이 세상에 나왔는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몸 또는 마음 어딘 가에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의 가족, 특히 어머님들은 이 책에서 위로와 희망의 불꽃을 볼 것이다.

▲ 서울아산병원 박인숙 교수
창립준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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