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의료계 종사자 표준 의학용어로 소통하자!

영어의 ‘terminology’에 해당되는 우리말 (전문)용어란 ‘해당 분야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 흔히 사용하는 말’이다. 의학용어(medical terminology)는 의학·의료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주로 쓰는 전문용어라 할 수 있다. 언어가 없으면 소통이 없듯, 의학용어가 없으면 의학적 소통도 불가능해 진다.

전문용어 중에서도 의학용어는 일반인에게 익숙한 것이 많다. 전문가만 사용하는 비밀스러운 용어도 있지만, 특히 건강 관련 용어의 경우, 신문이나 방송에 자주 등장해 누구나 일상 친숙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설사‧감기‧황달‧당뇨병‧고혈압‧치매 등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의학용어는 인간의 생로병사와 더불어 생겨나 사회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며 발달했고, 점점 알기 쉬운 방향으로 변화해 온 것이다. 반면 전문가들만 주고받는 용어는 의학 개념의 형성, 전통의 유지, 이 두 가지를 축으로 일관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의학이 발전함에 따라 새로운 용어도 끊임없이 생겨난다. 매주 혹은 매월 발행되는 학술잡지를 통해 등장하는 이들 일부는 전문용어로 자리를 잡게 된다. 그 예로 ‘이중나사선구조(double helical structure)’를 들 수 있는데, 이 새로운 용어가 등장한 후 관련된 신어들이 무수히 가지를 뻗었고, 지금까지 현대 의학발전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잘못되었거나 용어로서의 쓰임새를 다한 것들은 사전에서 점차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1. 의학용어의 특징

어느 나라건 모국어로 된 의학 용어는 있다. 하지만 우리가 말하는 ‘medical terminology’란, ‘영어’로 된 의학 용어(English Medical Terminology)를 의미한다. 의학의 일차적 주 자료가 영어로 되어 있는 것은 물론이고, 의학 문헌 검색 시스템의 기본인 Index Medicus, Pub Med를 위한 MeSH(Medical Subject Headings; 의학주제목록)도 영어로 되어 있다. 영어로 된 의학 용어가 전 세계 의학의 표준이 되고 있는 셈이다. 이는 비단 의학 용어뿐만 아니라 기타 과학 용어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맨 처음 생긴 의학 용어가 무엇인지는 알 길이 없으나, 기원은 인류 생활의 그것과 때를 같이 할 것이다. 먼 옛날에도 임신‧분만‧출혈‧발열‧사망 등과 같은 용어는 생활과 더불어 사용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많은 의학 용어들은 문헌상으로, 그리스인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 BC 460-379) 시대에 발간된 ‘Hippocratic Corpus'에 맨 처음 등장한다. 이는 증상(symptom)이나 징후(sign), 감염병과 관련된 용어들이 이미 이 시기에도 사용되고 있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처럼 오랜 세월을 거쳐 만들어진 의학 용어에는 전문 용어라 할 수도 없을 만큼 일반화된 것들이 많다. 일반화되지 않은 의학 전문 용어, 즉 기술 용어(technical terms)는 90% 이상이 그리스어(Greek)나 라틴어(Latin)에서 유래하였다. 구어체 영어(colloquial English)와 많이 다른 이들은 의학자에 의해서만 사용되면서 전문 용어로 정착했다. 이는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들이 이해하기에도 어려운 것이었지만, 그리스어와 라틴어의 탁월한 조어력(造語力)과 그 오랜 전통에 힘입어 지금까지 의학전문용어로 남아있으며, 앞으로도 크게 변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이상은 서구의 이야기다. 우리말은 영어와 그 체계를 달리한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전문 의학용어는 현대 의학 시선에서 보면 영어를 우리말로 바꾸어 놓은 것이다. 우리의 현대 의학은 외국, 특히 일본을 통해 도입되었는데, 전통 의학에는 전문 의학 용어는 물론 현대 의학의 개념조차 없었다.

의학 용어를 정비함에 있어 영어의 그것이 걸어온 과정을 참고하는 것은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전문 용어에 있어서만은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도 라틴어에 기원을 두는 용어에 집착한다. 우리도 일반인이 쓰는 것은 고유어로, 전문가가 쓰는 것은 한자로 함으로써 그 방법을 같이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순수 우리말을 의학 용어에 도입하면서도, 한자의 조어력과 개념 전달의 용이성을 함께 확보하는 것이다.

2. 의학용어의 표준화 정책

모든 의학용어를 표준화하는 국제기구는 없다. 최근 들어 국제표준화기구(ISO)에서 관련 사업을 활발하게 벌이고는 있으나 구속력이 있는 기구도 아닐뿐더러 아직까지 전문용어에 대한 것은 큰 성과를 내 놓지 못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발간하는 국제표준질병사인분류(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 ICD)가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에서 쓰이고 있긴 하다. 주 질병 이름이 대부분 포함되어 있는 건 맞지만 의학용어 전반을 취급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해부학 용어는 국제해부학회협의회(International Federation of Societies of Anatomists)에서 정기적으로 표준안을 만들어 발표하고 있다. ‘Nomina Anatomica’에 이어, 현재는 1998년에 개정된 ‘Terminologia Anatomica’(TA)가 사용되고 있다.

이 협의회의 큰 업적은 그동안 마구잡이로 쓰이던 해부학용어를 그리스어나 라틴어로 통일하고 이를 근거로 각자의 모국어로 바꿔 쓰도록 한 것에 있다. 특히 사람 이름으로 만들어진 용어들을 형태학에 근거한 것으로 바꾼 것은 획기적이었다. 예컨대 이미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있던 용어인 ‘Sylvian fissure' 'Rolandic fissure'를 ’lateral sulcus' 'central sulcus'로 바꾼 것이다. 국가나 개인의 저항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TA를 통해, 이는 이른바 ‘global standard’가 되어가고 있다.

해부학용어를 제외한 기타 의학용어는 필요에 따라, 난해할 수 있는 그리스어-라틴어 기원 용어에서 순수 영어에 기반을 둔 용어로 변하고 있다. 그 예로 ‘임신’이란 의미의 ‘cyesis’는 ‘pregnancy’로, ‘심장’을 나타내는 ‘cor’는 ‘heart’로, 췌장을 나타내는 ‘lien’은 ‘pancreas’ 등으로 바뀐 것이다. 또한 어떤 징후나 질병을 처음 작명한 사람 이름을 딴 용어(eponym)가 없어지고, 원인이나 병변을 근거로 한 용어는 늘어나는 추세다. 한센병(Hansen's disease)이 ‘나병(leprosy)’으로, 버거병(Burger's disease)이 ‘폐쇄성 혈전맥관염(thromboangiitis obliterans)’으로, 다운증후군(Down's syndrome)이 '21삼염색체증(trisomy 21)'등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새롭게 등장하는 용어들은 대개 그것을 처음 발견·발명한 사람이 명명한대로 굳어지는 경우가 많다. 용어라는 것도 결국 쓰는 사람들 사이에서 오해 없이 통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새로 발견된 유전자나 단백질 이름의 대부분은 각 나라말로 번역하지 않고, 소리 나는 대로 쓴다. 신의학 용어에 영어로 된 것이 많긴 하지만, 새로운 발견이 과학적으로 인정을 받으면 영어 아닌 어떤 이름이라도 얻을 수가 있는 것이다.

각 나라는 사정에 맞는 의학용어를 만들어 쓰고 있으며, 이는 국제기구가 관여할 일은 아니다. 다만 국제적으로 다루어지는 공식 문서에는 MeSH(의학주제목록)의 용어를 공통으로 사용토록 권장되고 있다.

3. 우리나라 의학용어란 무엇인가?

우리나라 의학용어란 우리말로 된 의학용어를 말하지만,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이는 서양 것을 번역해 놓은 것이다. 때문에 지금까지 우리가 펴낸 모든 의학용어사전 혹은 의학용어집의 표제어는 영어이고, 우리말은 단순히 대응어나 번역어였다. 그 동안의 논란이라는 것도 우리말 용어 자체에 대한 것이라기보다 어떻게 번역하는 것이 좋은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서양의학은 일본과 서양 선교사들에 의해 수동적으로 도입되었다. 능동적 도입이 아니었던지라 들어온 정보를 우리말로 적절히 바꾸는 등의 우리 것 만들기 과정은 생략되었다. 서양의 의학을 받아들일 때 한자를 쓰는 동양문화권, 즉 한국‧중국‧일본‧대만 등은 도입한 것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과정을 밟아야 했다.

하지만 이 과제는 일본에 의해서만 수행되었다. 1800년 초 유럽 의학을 들이면서 각 용어의 기원이 된 그리스어와 라틴어를 살펴 해당 한자(漢字)로 새 의학용어를 만들어 낸 것이다. ‘nerve’를 ‘신경(神經’으로, ‘artery’를 ‘동맥(動脈)’으로, 그리고 ‘cell’을 ‘세포(細胞)’로 바꾼 것 등이 좋은 예이다. 현재 세 나라가 같이 쓰고 있는 대부분의 기본적인 의학용어가 이때 탄생했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 현대의학용어라는 것은 처음부터 없었고, 지금 쓰고 있는 것은 대부분 앞서 일본이 만든 것을 한글로 표기한 것이다. 한글로 표기되어 있지만 한자다. 한자 뜻을 모르면 개념 파악은 불가능하다.

어려운 전문 용어와 쉬운 일반어의 공존과 선택은 동서양 공통의 문제다. 예컨대 중요한 뼈인 ‘scapula'는 그리스어 기원의 전문 용어다.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shoulder blade' 혹은 ’shoulder bone'은 어린 아이도 안다. 같은 경우로 ‘scapula'을 나타내는 우리말은 ‘견갑골(肩胛骨)’이고, 이에 해당하는 일반어는 ‘어깨뼈’다. 역시 전문 용어와 일반어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예라 하겠다. 이렇게 두 가지 용어를 구별해서 쓰면 아무 문제없다.

서양에서도 ‘scapula’라는 전문용어가 어려우니 대신 ‘shoulder blade’만 쓰자고 하지는 않았다. 수백 년의 의학 전통을 지키자는 것이다. 일본이 만든 한자용어이고 또 이해가 어렵다는 이유로 우리가 ‘견갑골’ 대신 ‘어깨뼈’만 사용하자고 한다면 또 다른 문제를 양산하지는 않을지 신중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4. 의학용어정비와 의사협회의 역할

‘대한의사협회 용어위원회’에서는 1970년 이래 각 분과학회의 적극적 참여하에 우리나라 의학용어를 정비해 왔다. 물론 시작은 영어 용어에 대한 일본식 한자어를 어떻게 번역할 것인가에 대한 검토였다. 우리의 언어 체계에 부합하지 않는 것들을 수정 보완해 새로운 용어를 만들었고, 그렇게 1977년 의학용어집 초판부터 시작, 20여년에 걸쳐 2009년 5판까지 발간한 상태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바람직한 양상을 띠며 정비 작업이 정착되는가 싶더니, 최근에 와서 이를 놓고 적잖은 갈등이 있었다. 그 동안은 한자를 그대로 쓰면서 새로운 용어를 정비하자는 입장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한자를 완전히 배제하고, 일반인도 알기 쉬운 순 우리말 의학용어를 만들자는 혁명적 입장이 반기를 든 것이다. 혁명적 입장의 흐름을 타고 개정 작업이 진행되면서, 새로 만들어진 것들이 권장 용어가 되거나, 한자로 병기되어 있던 기존 용어들이 다 없어지게 되었다.

어려운 한자를 쉬운 우리말로 바꾸는 것에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떤 용어들은 순 우리말로 바꾸어도 학술적으로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바꿀 것이냐, 말 것이냐를 대상으로 한 찬반 논란은 계속되었고, 아직까지 의학계 공식적 입장이 모아지지 않은 채 엉거주춤하고 있다. 모호한 상황으로 인한 혼란은 의사협회 용어집을 기피하는 현상을 낳았고, 급기야 용어집을 무시한 채, 취향에 따라 논문과 교과서를 쓰는 결과까지 초래하였다.

새 의협용어집을 고수하라고 했던 의사국가시험원도 한 발 후퇴했다. 전문의 시험에서는 새로운 용어 적용이 이미 오래 전부터 강요되지 않고 있다. 대한의사협회가 임의적 단체이기는 하지만 의학용어에 관한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해 왔다. 때문에 이 같은 혼란은 의학계와 의료계는 물론 교육부 편수자료, 통계청 질병사인분류 등의 국가 자료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결국 의학용어집 5판이 발간되면서, 4판에서 삭제되었던 한자어가 다시 표제어로 등장했다. 경우에 따라 고유어와 한자어를 함께 해 사용자 편의에 따라 선택하도록 한 것이다.

4-1 혼란의 구체적 예

모든 사람이 잘 아는 ‘liver cirrhosis’ ‘diaphragm’ 그리고 ‘intervertebral disc’에 대한 우리말이 어떻게 변화 했는지 살펴보면 혼란의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4-1-1 Liver cirrhosis

용어집 1판 liver cirrhosis 간경변(肝硬變)

cirrhosis 경변(증)(硬變症)

용어집 2판 liver cirrhosis 간경변(肝硬變)

cirrhosis 경변(증)(硬變症)

용어집 3판 liver cirrhosis 간경변증(肝硬變症)

cirrhosis 경변(증)(硬變症)

용어집 4판 liver cirrhosis 없음

hepatic cirrhosis 간경변(증)

cirrhosis 경화(증)

postnecrotic cirrhosis 괴사후간경화(증)

용어집 5판 liver cirrhosis 간경화증

cirrhosis 경화(증)

hepatic cirrhosis 간경화(증)

juvenile cirrhosis 소아간경화증

4-1-2 Diaphragm

용어집 1판: diaphragm 횡격막(橫隔膜)

용어집 2판: diaphragm 횡격막(橫隔膜)

용어집 3판: diaphragm 횡격막(橫隔膜)

용어집 4판: diaphragm 가로막, 횡격막

용어집 5판: diaphragm 가로막, 횡격막

4-1-3 Intervertebral disc

용어집 1판: 추간원판(椎間圓板), 추간판(椎間板)

용어집 2판: 추간원판(椎間圓板), 추간판(椎間板)

용어집 3판: 추간원판(椎間圓板), 추간판(椎間板)

용어집 4판: 척추원, 추간판

용어집 5판: 척추(사이)원반, 추간판

파생어

cervical disc 5판: 목뼈원반

lumbar disc herniation 4판: 허리간반이탈, 5판: 요추간판탈출, 허리원반탈출

herniation of intervertebral disc 5판: 추간판탈출, 원반탈출

discitis 2판: 원판(원반)염, 3판: 원판염, 4판: 척추원반염, 추간판염, 5판: 추간판염, 척추원반염

5. 대한해부학회 발간 해부학용어집에 대한 의견

의학용어 정비에 관한 현재의 논란은 4판 용어집에서 비롯됐다. 논란의 대부분은 변경된 해부학용어에 맞춰져 있었다. 이에 해부학용어집에 대한 언급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한해부학회는 1990년, 거의 모든 한자 용어를 한글로 바꾼 해부학용어집 3판을 냈다. 현재의 해부학용어집에서는 한자어를 찾아볼 수 없다. 이른바 용어 혁명이었다. 해부학회 회원으로만 구성된 용어위원회에서 단독으로 50여회 회의를 거쳐 한자어 없는 의학 용어집을 출간한 것이다.

해부학용어란 인간의 기본구조를 다루고 있다. 때문에 해부학회 회원은 물론, 의학·의료계 전문가, 더 나아가 일반인도 함께 쓴다. 또한 해부 구조와 관련된 모든 병명이 해부학 용어에 근간하기 때문에 연관된 모든 용어에도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대장’을 ‘큰창자’로 변경했는데, 이에 따라 대장염은 ‘큰창자염’, 대장암은 ‘큰창자암’, 대장균은 ‘큰창자균’ 등으로 바뀌게 된다.

해부학용어는 의학용어의 일부분이지 해부학회의 독립된 소유물이 아니다. 해부학회가 해부학의 전문학회이고, 용어 정비에 대한 일차적 책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단독으로 용어를 변경하기에는 영향을 미치는 범위와 정도가 너무 넓고 크다. 그들의 용어 정비가 비단 해부학회 회원들의 사용만이 아닌 의학 전 분야에의 적용을 목표로 했다면 관련 학문 분야 전문가들과 사전 혹은 사후 협의가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심장’은 해부학 입장에서는 수많은 용어 중 하나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심장학(cardiology)을 전공하는 사람을 생각해보라. 그동안 써오던 ‘관상동맥’(coronary artery)을 ‘심장동맥’으로 바꾸면서 일생 '심장' 하나에 매달려 사는 그들과의 협의가 없어서야 되겠는가? 같은 맥락으로 ‘골(骨)’을 ‘뼈’로 바꾸면서 하루에도 수십 번 뼈 이름을 쓰며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정형외과 전문의들과의 협의는 꼭 필요하다는 말이다.

사전 협의 없이 해부학용어집을 발간한 것은 해부학회 자체의 일이니 어쩔 수 없다고 하겠다. 하지만 그것이 불러 온 결과를 보면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단 새롭게 만들어진 용어는 대한의사협회 의학용어집 4판에 바로 반영됐다. 바뀐 용어 중 어떤 것들은 권장 용어가 되었고, 이어 의사국가시험에의 적용도 강력하게 권장되었다. 그러면서 각 전문 학회와의 마찰이 끊임없이 일었고, 학회 또는 학자에 따라 의학 용어집 4판 회피 현상까지 벌어지게 되었다. 용어의 전문성보다는 실용성을 추구해 쉽고 단순한 우리말로 옮기다보니 뜻이 다르게 표현되어 혼란을 주는 것들도 있었다. 예컨대 ‘주머니’라는 해부학용어는 영어로 saccule, sac, bursa, cyst, ‘오목’은 fovea, foveola, fossa, concavity, depression, 그리고 '띠‘에는 zonule, band 등이 모두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다.

해부학용어집 3판(1990)의 더 큰 문제점은 바뀌기 전과 바뀐 후의 용어 관계를 표시하여 어떤 것이 어떻게 변했는지 알 수 있게 해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에 쓰던 것을 없애고, 완전히 새로 시작한다는 의미에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해부학용어집 2판까지 써 오던 한자를 모두 삭제한 것은 그 용어의 기원을 알 수 없게 만든 것이다. 라틴어나 그리스어를 참고해 전혀 새로운 것을 창작했다면 모를까,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기존 한자를 우리말로 풀어 놓은 것인데, 풀이를 해 놓고 원어를 없애는 꼴이 되었다. 이는 4판(1996), 5판(2005)에서도 계속된다.

지금까지 쓰던 의학용어 중 마음에 들지 않는 것도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갑자기 한자 용어를 없애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기존의 한자어와 우리말을 병기하여 바뀐 우리말이 용어로서 독립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가를 검토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우리말 쓰기에만 집착하여 필요한 과정을 생략하고 밀어붙이는 것은, 해방 후, 어려웠던 시절의 노력으로 쌓아온 우리 의학 용어의 역사와 전통에 도전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의학계의 충분한 토의와 합의를 거쳐 새 의학 용어를 만들고, 물밀 듯 쏟아지는 외래어에 대한 일관된 대책을 세우는 것이 시급하다. 그리하여 잘 정비된 의학용어가 의학·의료계는 물론 일반에게도 저항 없이 수용·확산되게 해야 할 것이다.

6. 우리나라 의학용어의 바람직한 표준화 방향

6-1 의학용어에서 전문용어와 일반어를 구분해야 한다.

의학용어 중에는 일반 사람도 자연스럽게 쓰는 것이 많다. 머리‧가슴‧배‧팔다리‧젖통‧사타구니 등의 해부학적 용어뿐만 아니라, 두드러기‧언청이‧지랄병‧토사광란‧황달‧욕지기 등의 병적 용어도 있다. 염통‧콩팥‧지라‧밸 혹은 창자‧오줌보‧땀‧침 등도 오랫동안 일반적으로 쓰이던 것들이다. 이러한 용어들은 환자와의 소통을 위해서 필요한 용어다. 따라서 전문용어와 함께 사용토록 하는 것이 좋겠다. 구순(口脣)을 입술, 심상성 좌창(尋常性 痤瘡)을 보통 여드름, 담마진(蕁麻疹)을 두드러기, 오심(惡心)을 구역, 골조송증(骨竈鬆症)을 골다공증으로 바꾼 것처럼 불합리한 용어는 이미 변경되었다. 신장(腎臟)과 콩팥, 구개(口蓋)와 입천장, 장(腸)과 창자 등과 같이 전문 용어와 일반어이지만 같이 쓰고 있는 것도 있다.

이처럼 전문용어와 일반어를 구분하는 경향은 영어권에도 나타난다. 예컨대 오른쪽, 왼쪽의 의미로 써오던 ‘dextral’ ‘sinistral’가 일반화되어 ‘right’와 ‘left’로 바뀌었지만, 전문용어로서는 dextrocardia(우심증), levophobia(좌공포증) 등으로 남았다. 자궁이라는 의미로 ‘hysteria’을 썼으나 현재는 ‘uterus’로 일반화되고, 전문용어로는 ‘hysterectomy(자궁절제)’를 쓰고 있는 것과 같다. 영어권 사람들은 ‘carditis(심장염)’나 ‘hepatitis(간염)’이 모국어가 아니고 어렵다는 이유로 ‘heartitis’ ‘liveritis’로 바꾸지 않는다.

우리도 ‘kidney’에 해당되는 '신장'과 '콩팥'을 전문 용어와 일반어로 같이 쓰되, nephritis를 '신장염'(腎臟炎)이 아닌 ‘콩팥염’으로, pyelonephritis를 ‘신우신염’이 아닌 ‘콩팥깔때기염’으로 쓰는 어리석음을 보여서는 안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ataxia’의 ‘운동실조(運動失調)’가 어렵다고 ‘조화운동못함증’이라고 하거나, ‘무뇌증(無腦症)’을 ‘뇌없음증’으로 바꾸는 것은 전문용어와 서술어를 구분 못하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한 가지 영어 용어에 대한 우리말도 한가지로 통일해야 한다. 예컨대 ‘신장’과 ‘콩팥’을 같이 쓰되, 공식 의학학술용어 즉, 대표용어는 ‘신장(腎臟)’ 하나로 통일하여 관련된 파생용어의 혼동을 없애는 것이다. 이것을 초중고 교과서부터 시작해 전문학술지, 단행본, 논문, 공문서 등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적용해야 한다.

6-2 우리말 의학용어의 기원인 한자를 배척해서는 안 된다.

미국과 영국 그리고 유럽의 중고등학교에서 언어의 기원인 라틴어를 필수로 가르치는 것은 그것이 말을 배우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일반어도 이런데 전문적인 학술 용어는 어떻겠는가? 한글이 아름답고 자랑스러운 것임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한글은 원천적으로 과학을 표현하기에 제한적인 요소가 있다. 학술 용어로서는 조어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선조들도 조어력이 탁월한 한자로 의학 용어를 터득할 수 있었던 것처럼, 앞으로도 이를 이용하여 새 용어를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trigeminal nerve는 '삼차신경'이다. 삼차(三叉)의 한자를 아는 사람은 'trigeminal'의 뜻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뜻을 모르거나 ‘三次’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은 이해가 어려울 것이다. 또 몸속의 빈 공간을 의미하는 강(腔)을 알면 복강(腹腔, peritoneal cavity)이나 흉강(胸腔, thoracic cavity), 혹은 사강(死腔, dead space)의 의미를 쉽게 알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강’자가 어렵게 느껴질 것이고, 따라서 ‘배 안’이나 ‘가슴 안’, 혹은 ‘죽은 공간’등으로 바꾸자는 의견도 내게 될 수 있다.

요약컨대, 한자로 표시할 수 있는 우리말 의학용어는 적어도 의학사전이나 용어집에 원칙적으로 한자와 병기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일반 의학 논문에서도 혼동될 수 있는 용어는 괄호 안에 한자를 표시함으로써 용어의 이해를 도와야 한다.

6-3 외래어와 외국어의 우리말 표기법을 빨리 통일해야 한다.

외래어와 외국어 표기에 있어 우리나라는 우수한 한글을 이용해 우리에 맞게 표기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본이나 중국과 다르다. 일본의 경우, 외국어를 받아들일 때 굳이 자기말로 바꿀 필요가 없거나, 바꿔야 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은 외국어 그대로 둔다. 단, 외래어임을 나타내기 위해 가타카나(片假名)로 표기하고 있다. 그런데 일본어는 외래어를 발음대로 표기하는 것이 대단히 어렵다. 예컨대 'coffee'를 ‘커피’라고 정확히 표기할 수 없어 ‘고히’로 대신하고 있는데, 실제로는 ‘커피’라고 발음할 줄 알면서도 ‘고히’로 통용해 쓰고 있는 것이다. 반대로 중국은 아무리 어려운 용어나 발음이라도 예외 없이 중국식 한자로 표기한다.

일본과 중국을 생각하면 우리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 한글의 우수성은 외래어의 원음도 거의 비슷하게 표현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다만 알레르기(allergy), 비타민(vitamin), 디아스타제(diastase), 글리코겐(glycogen)처럼 맨 처음 받아들인 의학이 독일어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초창기 외래어의 대부분은 독일식 발음으로 굳어졌다. 그런데 이것조차 오랫동안 의학 용어로서 사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영어식 발음 즉, ‘앨러지’ ‘바이타민’ ‘다이어스테이스’ ‘글라이코전’ 등으로 바뀌어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일부 초중고 교과서에도 영어식 발음이 표기되고 있는 것이다. 외래어 표기가 통일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학술 용어처럼 외래어도 일단 정해지면 편의에 따라 함부로 변경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정책이 확정되지 않아 많은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심지어 사람마다 외국어를 다르게 표기해 혼란은 극에 달한다. ‘television’의 우리말 표기는 6가지가 넘고, ‘apoptosis’도 ‘애포푸토시스’를 비롯해 ‘에이포토시스’ ‘에이포프토우시스’ ‘애포토시스’ 등 다양한 방식으로 표기되고 있다. 이러한 혼란은 교육적으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국립국어원에서 발간한 용례집을 대폭 확장 개편하여 누구나 쉽게 따를 수 있도록 하는 등의 표준화 작업이 하루 빨리 이루어져야 한다.

7. 복수의학용어에서 대표용어 선정 필요성과 선정 방법

7-1 대표용어선정의 필요성

대표용어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용어다. 다시 말해 의사협회가 발행한 의학용어집 1판부터 5판에 같은 의미로 등재되어 있는 용어 중 한 개만 사용할 때 대표성을 가지는 용어를 뜻한다. 그 외의 용어 사용도 허용은 되지만, 공식적으로 사용할 때는 한 가지만 인정이 되는 것이다. 한편 권장용어는 두 개 이상의 동의어가 있을 때 그 중 사용 권장되는 하나의 용어로 공식성을 띠지는 않는다. 대개 먼저 표시되는 것이 이에 해당된다.

7-2. 대표용어가 왜 필요한가?

7-2-1 의학교육: 해마다 우리나라에서 의사(치과의사, 한의사 포함) 및 의료관계 종사자(간호사, 물리치료사,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의무기록사, 작업치료사 등)가 되기 위해 입학하는 사람은 1만명에 이른다. 이들의 교육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당연히 의학용어다. 교육 시 사용되는 용어는 의학 전문용어여야 하고, 한 가지 영어 용어에 대한 우리말은 기본적으로 하나여야 한다.

병용하는 일반어는 교육받지 않아도 저절로 알 수 있고, 또 이미 알고 있는 것이 많다. 예컨대 'scapula'이 '견갑골'이라는 것은 교육을 통해 알 수 있을지 몰라도 '어깨뼈'는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것이다. 영어의 'scapula'와 'shoulder blade'도 마찬가지다. scapula(견갑골)은 전문용어고, shoulder blade(어깨뼈)는 일반어인데, 두 가지 모두 대표용어가 될 수는 없다.

초중고 교과서에 나오는 생물학용어의 일부는 의학용어다. 어린 학생들에게 처음 입력되는 용어 또한 예외 없이 한 가지 대표용어로 통일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대장'과 '소장'을 굳이 '큰창자'와 '작은창자'로 가르치지 말고, 전문용어인 '대장'과 '소장'만 가르치도록 한다.

7-2-2 의학의 발전: 우리나라말로 된 의학 교과서와 논문에 사용되는 용어가 통일되지 못하면 논문 작성에 혼란이 생기는 것은 물론이고, 결국 우리말 용어 쓰기를 기피하는 현상까지 발생할 것이다. 이는 의학 발전을 저해하고, 세대 간 소통을 단절시킨다. 옛 문헌의 해독을 방해하는 경우도 생긴다. 예를 들어 '직장'과 '곧창자'를 섞어 쓰고, 두 가지 모두 대표용어로 사용한다고 가정해 보자. 필자나 독자 모두에게 불편한 일일뿐만 아니라, 일본이나 중국에게는 철학이 없는 민족으로 보일 것이다.

7-2-3 의사국가시험과 전문의시험: 이는 의사들에게 가장 중요한 시험인데, 용어가 통일되어 있지 않으면 정답을 두 가지로 작성해야 한다. 예컨대, '신장(혹은 콩팥)' '포도알균(혹은 포도상구균)' '충수염(막창자꼬리염)' 등으로 말이다.

7-2-4 질병통계: 통계청의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의 질병코드에 따른 병명이 한 가지 이상으로 되어 있으면 통계를 작성 할 때뿐만 아니라, 보험공단이나 보험회사에 청구를 할 때에도 혼란을 야기한다. 예를 들어 ‘juvenile rheumatoid arthritis’를 ‘소아류마티스관절염’ ‘연소성류마티스관절염’ ‘청소년류마티스관절염’ 등으로 섞어 쓰면 의무 기록사들은 물론이고 보험회사에서도 계속 문의가 올 것이다.

7-3. 대표용어 선정 방법의 대한 제안

위에서 설명한대로 대표용어 선정은 시급한 과제가 되었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나라 의학용어의 정비를 맡아온 의협용어위원회, 특히 실무위원회의 몫이다.

어떤 방법으로 대표용어를 선정할 것인지에 집중해야 한다. 일단 의학용어에 관심이 있고, 편견이 없는 사람이 필요하다. 더불어 의학 논문을 한 편이라도 써 봤고, 의학 교육 경험이 있으며, 의학적 지식이 광범위하여 기본적인 용어에 대한 판단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한다. 그 다음 일정한 표본 크기를 정해 이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것이 좋겠다. 개원을 해서 환자와 직접 소통하고 있는 의사들의 의견을 참조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렇게 설문조사가 끝나면 반드시 토의를 위한 충분한 시간을 갖는다. 두 개 혹은 세 개의 용어가 같은 비율의 표를 받은 경우에는, 26개의 기본 전문 학회에서 발간하는 학술지의 논문을 무작위로 선택해, 그 논문에서 쓰이고 있는 용어를 대표 용어로 선정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겠다.

2008년 6월 25일 대한의사협회 용어실무위원회에서는 대표용어 선정에 대한 전반적 경향을 알아보기 위해 예비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의협 전체 용어위원회 위원(각 전문 학회 용어위원) 15명을 대상으로 현재 용어집에 함께 올라가 있는 두 가지 용어 중 어느 것을 선호하는지 알아보는 것이었다.

7-4 전문학회의 의견

복수 의학용어 중 대표용어를 선정하는 것에 대한 몇몇 전문 학회 의견은 다음과 같다.

7-4-1 대한병리학회: 의학용어는 기술적(descriptive) 용어보다는 규범적(prescriptive)용어의 성질을 더 많이 갖고 있다. 또 전문용어는 개인적 및 사회적 교육비용이 막대하게 지불된 공표된(declared)성질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용어사용의 대상, 통용의 용이성, 생산성, 경제성, 한국어 문법성 등을 고려하여 정비하여야 한다. 요컨대 특별히 문제가 없는 한 그 동안 사용하던 전문용어는 그대로 사용하되 우리 고유어끼리 연결되는 용어(예 눈꺼풀) 는 의학용어로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7-4-2 대한정형외과학회: 1)어색하지 않고 익숙한 한자용어를 권장용어로 정하기로 한다. 2)고유어는 보조용어로 일단 등록시켜놓고 크게 거부감 없는 우리말 용어부터 점진적으로 권장용어로 만든다. 3)순수 외과학용어(수술용어, 해부용어 등)는 의협 용어위원회 원칙에 따르지 않고 외과에서 널리 쓰이고 알려진 용어로 한다.

7-4-3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1)각 영어 명칭마다 우리나라말을 한 개 씩만 알자. 2)이미 보편화된 용어들은 그대로 사용하자. 3)한글 표기가 어려운 용어는 영어발음을 그대로 사용하자.

수련의, 내과전공의, 내과 전임의 총32명을 대상으로 주로 사용하는 용어에 대한 설문조사결과= △분문 대 들문(29:2) △장 대 창자(25:7) △소장 대 작은 창자(29:3) △십이지장 대 샘창자(30:2) △대장 대 큰창자(30:2) △충수 대 막창자꼬리(28:4) △직장 대 곧창자(31:1) △결장 대 잘록창자(29:3) △위조루(술) 대 위창냄(술)(23:9) △결장조루술 대 잘록창자창냄술(28:4) △복강 대 배안(30:2) △췌장 대 이자(27:5) △담낭 대 쓸개(26:6) △담석증 대 쓸개동증(29:3) △오디괄약근 대 오디조임근(28:4) △연하 대 삼키기(31:1) △염증성 장질환 대 염증창자질화(30:2) △농양 대 고름집(23:9) △문합 대 연결(28:4)

7-4-4 대한외과학회: 1)해부용어 중 갑상선, 십이지장, 분문, 유문, 결장, 두경부외과, 복강경 수술 등 기존 용어를 사용한다. 2)4집을 활용한 예는 큰귀바퀴신경(대이개신경), 띠근육(피대근) 등이다. 3)두 가지를 병용하는 예(흉골하-가슴뼈밑, 췌장-이자, 담낭-쓸개, 총간동맥-온간동맥) 등이다. 4)질병명은 기존 용어를 쓴다. 농양, 담석증, 선암종, 담낭염 등.

7-4-5 대한순환기학회: 1)순환기학회 발행 교과서 용어를 우선적으로 사용한다. 2)5판 용어집 참고한다. 3)기존용어를 쓰고 새로운 용어가 실제 임상에 적용되어 생기는 혼란을 최소화함.

권장용어의 예: 죽상동맥경화증, 심내막, 심장막, 관상동맥, 대동맥궁/대동맥활, 심방세동, 심방조동, 협심증, 울혈심부전, 제동맥/배꼽동맥, 심잡음/심장잡음, 빈맥/빠른맥, 심혈관계통/심장혈관계통, 우심실/오른심실, 심근, 심실중격, 상대정맥, 동심방결절, 심정지, 심근병증, 흉통, 동맥관개존증, 난원공개존(증), 내막, 중막, 외막, 체순환/온몸순환, 상행대동맥, 확장기혈압, 각차단, 제세동기, 관상동맥우회술.

맺음말

의학용어 정책은 의학교육의 요체이자 의학 발전의 백년대계다. 따라서 우리 의학용어의 표준화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점진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여러 전문가 사이의 충분한 토의와 공론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의학이 과학의 한 분야임을 생각할 때, 바람직한 표준화는 의학용어뿐만 아니라 과학기술 용어 전체와 연계되어야 한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시행착오와 혼란만 가득한 이 시점에서 대표용어 선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의학계는 책임지고 보편타당하면서도 의학 전통을 이어가기에 충분한 용어 정착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일단 의학용어에 관심이 있으면서 편견이 없는 사람, 의학 논문을 한편이라도 써 보았고, 의학 교육 경험이 있으며, 광범위한 의학 지식을 가지고 있어 기본적인 용어 판단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하여 적당한 표본 크기를 정한 후, 다시 공론화 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대표용어가 선정되면 선정되지 않은 용어 중 동의어로 사용할 것을 정하고, 일반어로 쓸 것을 결정한다. 한편 대표용어로 선정된 용어는 우선적으로 의학계와 의료계는 물론, 과학계, 국립국어원, 교육과학기술부, 보건복지부, 통계청 등 관련 기관에 널리 알려 더 이상의 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1. 大韓醫學協會. 醫學用語集 第1輯, 1977

2. 大韓醫學協會. 醫學用語集 (2판), 동아출판사, 1983

3. 大韓醫學協會. 醫學用語集 (3판), 아카데미아, 1992

4. 대한의사협회, 보건복지부. 의학용어집 넷째판, 아카데미아, 2001

5. 대한의사협회. 의학용어집 5판, 아카데미아, 2009

6. Dorland Illustrated Medical Dictionary, 30th ed. Saunders, 2003

7. 우리말 큰사전. 한글학회, 어문각 1991

8. 표준국어대사전. 국립국어원, 두산동아, 2001

9.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의학용어 원탁토론회 자료집(19회, 20회), 2011

지제근
서울의대 명예교수

전 대한의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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