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 명이비인후과의원장

대리모란 여성이 자신의 자궁을 이용하여 타인의 아이를 대신 낳아주는 사람을 말한다.

얼마 전 20대 30대 여성들이 불임부부를 모집하여 돈을 받고 대리모 역할을 해 준 사건이 있었다. 대리모를 불임부부에게 알선해주고 돈을 챙긴 브로커와 대리모 여성들이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되었다. 이들은 불임부부의 남편 정자를 주사기로 대리모 여성의 자궁에 주입하여 대리모 여성의 난자와 수정시키는 방법을 이용했다고 한다. 돈을 받고 자신의 난자와 자궁을 상품으로 이용한 전형적인 상업적 대리모인 셈이다. 자신의 아기를 갖고 싶어 하는 불임부부의 고층을 아무런 윤리적 고민없이 돈으로 아기를 만들어 판 비윤리적인 행위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비윤리적인 사건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취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사건에 대해 뒤로 밀리는 자세를 보일 때 무서운 미끄럼틀 효과가 우리를 위협할 것이다. 우리 인간의 존엄성이 돈으로 무시되고 가족질서가 와해되는 등 상상하기 어려운 윤리파괴 현상 발생할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동성애자들이 자신의 아기를 대리모를 통해 갖는 경우나 결혼하지 않은 독신남이 대리모를 통해 자신의 아기를 갖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과학의 발달로 인해 예전에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윤리적인 문제들이 인간의 이기적인 욕심에 의해 발생되고 있는 것이다.

대리모는 의학적으로 비배우자간 보조생식술의 범주에 들어간다. 여성이 자궁만 제공한 경우를 임신대리모(gestational surrogate)라고 하고 대리모 여성의 난자와 자궁을 모두 제공한 경우를 유전적 대리모(genetic surrogate) 라고 한다. 임신대리모의 경우는 불임부부의 난자를 이용한 경우와 제 3자의 난자를 이용한 경우로 다시 나누어진다. 또한 임신과 출산이라는 노동의 보수를 받는 상업적 대리모 (일명 현대판 씨받이)와 보수를 기대하지 않고 불임부부를 돕기 위해 자신의 자궁을 제공하는 자비적 대리모가 있다. 자비적 대리모나 상업적 대리모나 모두 윤리적 문제를 가지고 있다. 상업적 대리모의 경우 아이를 생산해서 파는 행위로서 인간을 상품으로 취급하고 있다.

돈이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물질만능주의에 빠질 수 있다. 대리모 출산은 사회적 약자의 희생을 발생시킬 수 있다. 대리모가 임신 중에 태아가 이상이 발견되는 경우 산모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임신중기 이후의 임신중절까지도 강요 당 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사회적 약자인 태아와 대리모의 인권이 침해되는 것이다. 또한 대리모의 경우 가족질서를 와해시켜 가족개념을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다. 딸을 위해 자궁을 제공하여 낳은 아이는 대리모의 외손주이지만 자신이 낳은 자녀도 되는 셈이다.

대리모가 임신을 한 상태에서 대리모를 요청한 부부가 이혼을 했다면 누구의 자식으로 볼 것인가? 대리모에 의해 태어난 동성애자의 아이의 경우 이 아이에게 이러한 상황을 순순히 받아드려야 한다고 강요할 수 있을까? 과학은 ‘ 할 수 있으면 해도 좋다’ 는 논리 아래 급속도록 발전해가고 있다. 여기에 인간의 호기심과 욕심이 가속제가 되어 예전에는 상상하지도 못 했던 윤리적인 문제들이 인간의 존엄성과 질서를 위협하고 있다.

생명윤리분야에서의 윤리지체(ethics lag)현상에 대해 사안마다 명확한 선을 그어 놓지 않는다면 무모한 인간의 과학적 호기심과 소유욕으로 인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질 수 있다. 현대판 씨받이 같은 상업적 대리모나 이와 유사한 비윤리적인 행위에 대한 방지 교육과 단호한 법적 제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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