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다. 한여름 뙤약볕 아래 힘들었던 노동의 기억도 수확의 기쁨에 녹아 온몸에 절로 힘이 돋는 계절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가을에 들어서면서 알레르기성 비염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봄철 꽃가루가 날릴 무렵 극성을 부리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가을에도 쑥이나 돼지풀 같은 잡초의 꽃가루 때문에 알레르기성 비염이 생긴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야구장의 흙에 석면이 검출돼 뉴스를 탔다.

산업화과정에서 한때 총애를 받았던 석면이 애물단지로 전락한 것은 중피종이나 진폐증과 같은 만성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부터다.

특히 석면은 자연광물에도 존재하고 있어 제로수준의 관리가 불가능하여 적정수준을 지키도록 관리하고 있다.

야구장 석면 검출과 관련하여 환경운동연합은 1%로 되어 있는 자연광물 속의 석면관리기준을 고용노동부의 작업장 석면관리수준 0.1%로 강화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하지만 위해관리 측면에서 관리수준은 단순히 존재하는 위해물질의 양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위해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을 고려하여 결정해야 한다.

즉 하루에 보내는 시간이 가장 긴 작업장이나 집과 어쩌다 주말에 한번 찾는 야구장에서 석면에 노출되는 양이 같지 않다는 것이다.

환경성 질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진 탓인지 ‘환경성질환 진료자 1천만명 시대 육박’이라는 기사도 나오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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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년 한 해 동안 진료자가 880만명이고, 최근 3년간 진료비가 2조원이라고 한다.

우리 아이들이 환경성질환으로 고통을 받는구나 싶어 자료를 살펴보았는데, 조금은 지나치다 싶다. 880만명이라는 숫자는 연인원이기 때문에 실제 환경성질환을 앓는 환자가 몇 명인지 분명하지 않다.

그리고 2조원이라고 하는 진료비 역시 한해 진료자의 숫자와는 달리 3년간이라는 것이다.

얼핏 기사를 읽은 독자가 오해할 소지도 있어 보인다.

알레르기성 비염, 아토피 피부염, 천식질환, 중피종, 진폐증 등과 같은 환경성질환이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던 진료실적이 지난해들어 꺽인 것은 2007년부터 환경부가 설립을 주도하고 있는 환경보건센터를 중심으로 하여 환경성질환을 예방하고 적절하게 관리하려는 노력의 결실일 수도 있겠다.

환경성질환으로 분류되고 있는 질환들은 단순히 환경적 요인 이외에 환자의 유전적 특성 등도 고려되어야 하는 부분이 있어 환경보건센터를 의과대학병원에 설치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우려되는 점은 환경부에서 앞으로 추진하려고 하는 ‘생활공감 환경보건기술개발사업’이 혹여 공학적 접근으로 변질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2001년부터 환경부에서 주관하였던 ‘차세대 핵심환경기술개발사업’의 기획단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던 ‘환경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된 부분이 실행단계에서 미미한 수준으로 축소되고 의료와는 무관한 방향으로 갔던 기억 때문일 것이다.

당시부터 환경성질환에 관심을 두고 투자를 했더라면 환경성질환에 대한 사회적 부담이 이렇게 커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의 리서치 트라이앵글에 가면 작은 연못을 사이에 두고 두 개의 정부기관이 들어서 있다. 미국환경보호청(EPA)과 국립환경보건연구소(NIEHS)이다.

NIEHS는 환경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통하여 환경성질환으로 인한 사회적 부담을 경감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반면 환경보호청은 환경 내에서의 문제요인관리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즉 두 기관이 역할을 분담하여 집중함으로써 정책효과를 극대화하는 전형이라 할 것이다.

사람의 건강과 관련된 분야의 사업을 보건복지부가 아닌 환경부에서 주관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 양기화
양기화 심평원 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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