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날 뻔한데 수가협상은 해서 뭐하나, 건보공단의 협상 행태부터 고쳐라.”
2012년도 수가협상을 위해 지난 9월30일 가진 의약단체와 건강보험단체간의 상견례 자리를 지켜 본 한 인터넷신문이 기사를 통해 밝힌 의미심장한 말이다.

사실 의약단체는 언제부터인가 공단과 갖는 협상 그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보험공단이 조정되는 수가 폭을 미리 정해 놓고, 협상이라는 과정을 통해 각 단체에게 돌아갈 수가조정 내용을 그 폭에 맞추려 하다보니 단체들마다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여 마련한 수가조정 요구 자료가 전혀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가하면 공단은 온갖 이유를 들어 수가조정 폭을 낮추기 위한 지혜를 짜내고 있어 협상 파트너인 의약단체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그러다보니 2011년도 병원수가의 경우만 하더라도 임금인상률이 4% 이상이고, 소비자물가지수가 4.7% 이상임에도 그에 훨씬 못미치는 1%를 인상하는데 그쳤고, 이 1% 인상조차도 ‘약품절감 노력을 하지 않아 수가를 오히려 깎아야 하는데 그나마 올려 준 것’이라는 공단측의 생색마저도 감수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래서 의약단체들은 ‘차라리 공단이 보험재정 상황으로 보아 내년엔 수가를 이만큼 밖에 올려 줄 수 없으니 의약단체들이 이해해 달라’고 처음부터 조정 가능한 액수를 제시한 후 그에 따른 논의를 하는 것이 솔직하고, 상호 해결 가능한 방법이 아니겠느냐고 입을 모으고 있다.

더구나 올해 수가협상에 임하는 의약단체들은 그 어느 해보다도 수가조정에 암담한 예측을 하고 있다. 의약단체들이 기대하는 만큼의 수가조정 실효를 거두려면 보험료 인상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내년에 총선과 대선이 겹쳐 있어 정부가 국민들의 눈치를 보느라 과연 보험료 조정을 하려 하겠느냐는 우려 때문이다.

그나마 병원계가 내년도 보험수가 조정협상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보험재정은 어느 정도 흑자를 보이고 있는데 비해 올들어 병원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요양급여비용은 오히려 둔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말해 전체 보험재정 가운데 병원에 지급되는 비용이 줄어들어 수가인상의 여지가 그만큼 많아졌다는 것이다.

또한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과 영상장비수가 인하, 의약품관리료 등 조제수가 조정 등으로 보험재정 지출이 줄어들게 되고, 약가의 일괄적인 인하와 외래처방 인센티브를 병원급으로 확대 추진함으로써 보험재정을 크게 절감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 또한 수가인상의 폭을 높일 수 있는 요인이 된다고 하겠다.

따라서 내년도 수가협상에 임하는 보험공단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이렇듯 보험재정 절감요인이 많아졌다는 점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아울러 보험재정을 정치적 논리로 운용하려 하지 말고, 또한 종전에 해 왔던 것처럼 공단의 입장에 의료단체들을 꿰어 맞추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협상에 임하는 각 의약단체들의 입장과 실제적인 경영상황을 충분히 감안하는 상호 호혜적 자세를 가져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김윤수 서울시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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