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만남: 10살 때, 짝이 읽고 있는 책의 표지를 우연히 봄
엑쥐페리? 사람 이름이야, 쥐 이름이야? saint는 뭐지, 종교에 관한 책인가?

두 번째 만남: 2년 뒤 담임 선생님의 추천으로 처음으로 안을 들여다 봄
코끼리, 뱀, 모자, 바오밥 나무... 도대체 무슨 얘긴지 모르겠네. 바로 던져짐.

세 번째 만남: 22년 뒤 모로코
평화유지군으로 모로코와 접해 있는 서부사하라로 파병. 생텍쥐페리가 우편비행사로 근무했던 타파야라는 도시에서 그의 기념비와 마주침. 사막의 한가운데서 문득 그를 이해하고 싶은 욕구가 생겼고 처음으로 ‘어린왕자 (The little prince)' 를 완독함.

19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고 생텍쥐페리를 새겨 넣은 지폐 및 우표도 나온 것으로 보아 어린 왕자에 대한 전 세계적인 사랑이 대단하다.

우리나라에도 47 종류의 번역본이 나와 있고, 경기도 가평에 어린 왕자를 소재로 한 쁘띠프랑스 (petite france) 란 마을이 세워진 것으로 보아 그 사랑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

유럽과 아프리카의 우편을 전달하는 비행사인 생텍쥐페리는 76년 전 비행기 이상으로 동료인 앙드레 프레봇과 사하라 사막 (사하라는 아라비아어로 사막이라는 뜻이다) 에 추락하게 된다.

심한 탈수증세로 사경을 헤매이다 추락 4일 만에 사막인에게 발견되어 살아나게 된다.
이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책이 바로 어린 왕자이다.

어린 왕자는 집 크기 만한 소행성(asteroid)에 사는데 거기에는 3개의 화산이 있으며 한 송이의 장미가 자라고 있다.

필자도 안으로는 가족 경제, 자녀 교육 문제, 밖으로는 다양한 진료 문제로 항상 다양한 형태의 화산이 분출하고 있고 분출된 용암은 필자의 가슴을 모두 태워버린다.
그럼에도 내 마음 한 구석에는 희망의 장미가 자라고 있다.

인간(人間)은 말 그대로 살면서 많은 사람과 접하게 되는데 진정으로 소중한 관계로 발전하기는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다.

결혼해서 부부가 된 후 소중한 관계로 발전시키지 못 하고 이혼하거나 부모와 자식과의 관계도 자살이란 방법으로 끊어버리는 일이 우리 주변에서 흔치 않게 일어난다.

어린 왕자가 우리에게 전달해 주는 가장 큰 교훈은 인간관계에 필수적인 두 가지 요소이다.

하나는 서로를 마음(heart)을 통해서 보고 눈(eye)으로 보지 않는 것이다.
결혼 상대도 내면적인 아름다움 보다는 외형적인 것을 보고 결정하고, 부모들은 자녀를 훌륭한 대학에 입학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자녀와의 대화를 통해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 잘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전에 외형적으로 남에게 보이는 것에 중점을 두는 것이 아닌가 싶다.

두 번째는 오랜 시간 정성으로 서로를 길들여야(tame) 하며 길들인 대상은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연인 사이에도 정성을 들여 좋은 관계로 발전시켜 결혼 한 후에는 죽음에 이를 때 까지 서로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며, 부모 자식 간에도 서로를 위해 올바른 방법으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 생텍쥐페리가 45세로 인생을 마감했으니 현재까지 나는 3년의 추가적인 인생을 살고 있다.
생텍쥐페리와 만나 내 마음의 오아시스를 발견하고 장미를 가득 담고 귀국했는데 그와 헤어진 지 16년이 지난 현재 내 마음은 다시 사막과 같이 말라있음을 발견한다.
멀지 않은 미래에 생텍쥐페리와의 네 번째 만남을 고대한다.

심승철 교수
을지대병원

류마티스 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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