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 명이비인후과의원장

최근 말기암 환자 완화치료를 위한 암관리법이 개정되었다. 말기암환자들을 괴롭히는 극한 암통증을 덜어주고 편안하게 임종을 맞이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 것이다.

여기에는 마약성 진통제와 비마약성 진통제를 포함한 여러 가지 시술까지 포함되어 있다. 마약을 의약품으로 사용하는 역사를 종교적 관점변화에서 살펴보면 흥미롭다. 환자의 통증 조절을 위해 사용된 마취제, 특히 분만 시 클로르포름(chloroform)의 사용을 성경에서 ‘여자는 고통 중에 자녀를 낳을 것'이라는 신의 명령에 도전하는 것으로 생각했었다. 당시 영국과 미국 전체에서 설교를 통해 격렬하게 비난했다. 하지만 이런 사고는 고통에 대한 깊은 이해와 교리해석의 오류에서 나온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고통을 감소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을 거역하는 것이라고 믿었던 많은 교회들은 생각을 수정하기 시작했다. 의술로 사용하는 마취약과 진통제사용을 하나님의 사랑의 수단으로 그리고 그분의 섭리의 전달 도구로 생각하게 되었다.

그 결과 의학적으로 훈련받은 선교사들이 서양의학의 세계적 확산에 실질적인 기여를 하였다. 하지만 아직도 일부 특히 마약문화에 반대하여 싸워온 기독교적 가치 주장자들에는 마약성 진통제의 사용이 받아 들이기 힘든 일일 수 있다. 이들은 마약성 환각의 꿈속에서 그들의 마지막 나날을 보내는 것보다는 차라리 고통을 견디고 싶어 한다. 여기에서 환자의 통증조절을 위해 의사의 처방이 우선이냐 개인의 자율성이 우선이냐는 문제가 충돌하게 된다. 환자가 어떠한 이유에서든지 마약성 진통제 사용을 거부하는 경우에는 위급한 몇가지 상황을 제외하고는 의사가 강제적 사용을 하지 말아야한다. 윤리적으로 환자의 자율성이 우선한다.

의료윤리 네 원칙인 자율성의 원칙 , 선행의 원칙, 악행금지의 원칙, 정의의 원칙 중 환자를 위한 의사의 선택(선행의 원칙)보다 환자가 스스로 판단하는 자율성의 원칙이 우선된다. 한편 마약성 진통제 사용에는 간혹 이중효과의 원리가 적용되기도 한다. 마약 사용이 환자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고 때로는 치사량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통증 완화라는 좋은 효과와 마약효과에 의한 나쁜 효과가 함께 발생되는 것이다. 이런 경우 의사의 행위가 악행을 저지른 것인지, 윤리적으로는 합당 한 것인지 진료행위의 정당성을 입증할 만한 기준이 필요할 것이다.

진료행위가 만약 아래의 이중효과의 원리( RDE ; the rule of double effect)의 네 가지 조건에 적합하다면 행위의 결과가 나쁜 결과를 발생시켰더라도 그 행위는 윤리적으로 합당하다 혹은 행위가 정당하다고 할 수 있다. 이중효과의 원리란 첫째, 기본 행위 자체가 선해야 한다. 둘째, 행위의 의도가 선해야 한다. 셋째, 나쁜 결과가 좋은 결과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좋은 효과가 나쁜 효과 보다 앞서야 한다. 이 원칙으로 생각 해 볼 때 첫째 마약성 진통제의 사용이 통증감소를 위한 선한 행위이고, 둘째 환자의 극한 통증을 감소시켜주려는 선한 의도이며, 셋째 마약 사용이 고통감소가 목적이지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지 않았으며 마지막으로 설령 마약사용으로 의식혼돈, 드물게 사망에 이르는 이중효과가 발생하지만 극한 고통의 감소라는 좋은 효과가 나쁜효과 보다 크기 때문이다. 이 원칙을 통해 생각할 볼 때 환자의 통증 완화를 위해 사용하는 마약은 악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으며 비윤리적이지 않다. 하지만 의사조력자살( PAS; physician assisted suicide)을 의도하고 과량의 마약사용을 하였다면 악행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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