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 명이비인후과의원장

완화의료는 ‘말기암환자의 통증을 경감시키고 정서ㆍ사회적 영역을 포괄하는 의료를 통해서 남은 생을 돌보고 품위 있는 죽음을 준비하도록 돕는 서비스’를 말한다. 말기암환자의 고통을 덜어주는 완화의료를 적극 도입하기 위한 암관리법 개정안이 2011년 6월1일부터 시행됐다. 실제로 말기암 환자의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 아픔이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극한 고통이다. 대장암으로 말기까지 투병 중 사망한 길은정씨의 고백을 통해 암으로 인한 고통이 얼마나 극심한지 알 수 있다.

‘방송을 마치고 집에 갔는데 암 통증이 도졌다. 마침 의사가 처방해준 진통제가 떨어져서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얼마나 견디기 힘들었는지 내 자신도 모르게 짐승같은 울음을 터트렸다. 자기가 무슨 괴물이 된 것처럼, 다섯 손가락을 갈퀴처럼 펴서 시멘트벽을 마구 긁었다. 어느새 손가락 끝에서 피가 나고 있었다’ 이런 일들이 우리 주위에서는 무수히 일어나고 있지만 말기 암환자를 가지고 있는 가족들 외에는 이런 고통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못했었다.

필자도 말기암환자에 대한 완화의료에 대해 관심을 갖기 전에는 환자의 고통을 이해하기보다는 으레 아픈 것이니까 환자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그 처지가 될 수도 있는데도..... 환자를 위한다고 말을 하면서도 환자를 질병으로만 보아 왔던 잘 못된 의사의 오만을 내 안에서 발견했다. 또한 진통제는 가능하면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비과학적인 관념에 의사인 나도 빠져있었던 것 같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의료윤리에 관심을 가지면서 환자의 고통을 이해하게 되고 잘못된 생각과 지식이 바뀌었다.

이번에 암관리법 개정안에는 이용 절차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완화의료전문기관에 대한 평가를 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일정시간 교육을 받으면 통증완화 치료를 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말기암 환자의 고통을 이해하고 덜어주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 것이다. 그런데 막상 시행은 되었지만 문제가 되는 부분이 눈에 띈다. 바로 한의원과 한방병원도 완화치료를 할수 있도록 해 놓은 부분이다. 한약이나 침술로 말기암 환자의 통증을 얼마나 경감시킬 수 있는지 필자로서는 알 수 없다.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아야 하겠지만 한의사에게 의료법에 위반되는 마약성 약물을 포함한 약물투여등 현대의학을 이용할 수 있는 틈을 제공하여서는 안 된다. 이러한 일은 여러 가지 부작용을 발생시킬 것이다.

말기 암 환자의 고통을 경감시키는 것이 아니라 더욱 가중시키는 우를 범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마약성 진통제는 관리나 사용에 있어서 신중을 기해야만 한다. 전문적인 지식도 필요하다. 이번에 시행된 법의 취지는 대단히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법을 시행하기 전에 법의 적용은 가능한 한 한정된 범위 내에서 시행을 해보는 것이 좋다.

한정된 시행을 한 후 피드백을 시행하고 법시행을 위한 기초적인 환경이 조성되어가는 것을 보아가며 점진적으로 적용범위를 넓혀가는 지혜가 필요할 것 같다. 또한 말기암 환자의 이용을 높이기 위해 해당 수가를 넉넉히 책정하여 환자와의 대화를 통한 의사와의 만남의 시간을 확보해주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평가하는 방법도 전자챠트와 온라인을 통한 연계방식으로 매번 페이퍼웍(paper work)으로 진료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도록 보고방식을 간단하고 쉽게 구상했으면 한다. 말기암환자의 고통은 우리 사회가 함께 이해하고 해결해야할 과제이다. 이제 그 첫 걸음을 띄었다. 우리 모두 깊은 관심으로 이 법이 잘 운영되어 말기암환자의 고통을 덜어주는데 큰 역할을 하도록 가꾸어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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