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는 새벽 5시에 어김없이 모닝콜을 듣고 일어난다. 오늘은 무슨 이벤트적인 날일까? 기숙사 방문을 나가기 전에 전신거울을 보면서 항상 웃는 연습 3번을 하고 나간다. 환자들에게 인상찌푸리는 순간이 없길 바라면서...

단풍들이 양쪽 가로수길을 물들일 때 입사하라는 전화를 받고 너무 좋았다.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으로 가득한 나의 일터. 매일 아픈 사람을 봐야하는 일이라 힘들겠다며 주위 사람들이 걱정하였지만 난 오히려 행복했다. 나의 조그마한 도움에도 환자들의 웃음을 볼 수 있으니까.

첫 달은 뭣도 모르고 병동을 활보하면서 병동의 일들을 익혔다. 점점 우리 15층 병동에서 하게 되는 시술,검사,수술들을 알게 되면서 공부 할 것도 많아지고 힘들었다. 하지만 내가 환자에게 그만큼 더 간호를 해줄 수 있어서 열심히 공부하면서 배웠다. 세 번째 달은 야간 업무를 하면서 환자들을 더 파악할 수 있었고, 의사선생님들이 환자의 대해서 상태를 물으면 대답을 할 수 있어서, 좀 더 환자의 불평을 머리로가 아닌 가슴으로 받아 들일 수 있어서 행복했다.

물론 환자들의 끊임없는 요구에 정신없고, 일을 하다가도 도망가고 싶다는 말이 절로 나올 때도 있다. 어느샌가 얼굴에선 웃음이 사라지고 인상 찌푸리고 단답형 대답들만 나오고, 불평들을 아예 못들은 채 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나에게 와서 음료수, 사탕, 과일들을 손에 꼭 쥐어주면서 ‘우리 선생님 때문에 내가 그나마 병원에서 있을 수 있어, 고마워’ 라고 우리 환자들은 격려해준다. 나같은 햇병아리 신규간호사에게 뭐가 그렇게 고마워서 우리 환자들은 나에게 이런말을 해줄까? 아.. 내가 이러면 안되겠다. 웃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난 항상 출근하기 전 기숙사 방문 앞에서 미소3종 세트를 나 자신에게 쏘고 출근한다.

물론 일하면서 힘이 들어서 울면서 기숙사를 갔던 날도 셀 수 없지만, 같이 일하는 선생님들 동기들 환자들 보호자들이 다 힘이 되어 주었다.
내가 보잘 것 없는 자라나는 새싹이라면 주위사람들은 나를 지탱해 주는 튼튼한 뿌리인 것이다.

이런 따뜻한 격려가 항상 우리 신규 간호사들을 향한 사랑이 아닌가 생각하며, 힘들땐 항상 그 뿌리들을 생각하면서 전신 거울 속에서 웃고 있는 나를 생각한다.

나는 오늘도 달려간다.15층 병동으로

박소령
상계백병원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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