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의료가 화두이다. 자의든 타의든 내년 선거에서 무상의료는 중요한 쟁점이 될 것같다.
공짜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주는 사은품도 집에 가져가봐야 크게 도움이 되지 않지만 사람들은 긴 줄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것이 내가 산 물건 값에 포함(세금)되어 있건 말건 그건 중요하지 않다.
무상의료는 무상 교육이나 무상급식과는 다르다.

급식을 무료로 한다고 밥을 하루에 4끼 먹지도 않거니와 무상교육을 한다고 학교를 몇 년씩 더 다니지는 않는다. 그러니까 무상급식과 무상교육은 과잉수요나 초과수요를 발생시키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무상의료는 의료 수요를 증가 시킨다. 조금이라도 아프면 내 돈 들어가지 않는데 병원에 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 노인 인구의 증가는 이러한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이다. 그로 인한 의료비의 증가가 폭발적일 수밖에 없다.

무상의료를 실시하면서 의료비를 억제할 방법은 없을까.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약가인하나 주치의 제도만으로는 의료비 상승을 억제하는데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진료비총액계약이나 포괄수가제도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그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는 의료기관 대부분이 민간의료기관이기 때문이다. 민간병원은 현실적으로 적자를 낼 수가 없다. 민간병원에게 적자는 곧 망한다는 뜻인데 이는 병의원이 살아남기 위한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한 후에 나타나는 결과이다.

따라서 정부의 정책 실시가 민간병의원에게 적자로 나타난다면 정책으로서 성공하기가 어렵다. 거기다가 그러한 정책을 강제하기에는 현재 의료계의 사정이 좋지 않다.

원래 낮게 시작한 의료수가에다 수년 째 물가 상승률의 반에 불과한 수가상승 때문에 대부분의 병의원들이 한계상황에 몰리고 있는 중이다. 대형병원은 대형병원대로 중소병원은 중소병원대로 개인의원은 개인의원대로 출구가 보이지 않는 벼랑에 서 있다고 느끼고 있다. 이런 병의원에게 무상의료로 진료량은 늘어나는데 의료수입은 늘지 않는 진료비총액계약제나 포괄수가제를 받아드리라고 하는 것은 아예 문을 닫으라고 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다.
결국 환자의 진료비 부담은 줄이지 못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왜곡된 의료시스템을 더욱 왜곡시키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의료시스템의 붕괴를 피할 수 없게 된다.
과다 복지로 나라가 주저앉은 아르헨티나나 지금의 그리스를 보면서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불편한 진실을 깨우치는 국민이 많기를 바랄 뿐이다.

김형규
고대 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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