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 명이비인후과의원장

일부 성직자들의 타락, 법조인들의 비윤리적인 행위들로 인해 이들에 대한 위상과 신뢰가 추락하고 있다. 이들은 그들의 위상을 바로 세우기 위해 윤리교육을 포함한 많은 노력을 시작했다. 의사들도 예외는 아니다. 의료계도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의료윤리 교육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많은 의사들이 진료현장에서 환자나 동료 의사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윤리적인 문제들을 접하면서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어떻게 결정하고 행동해야 할지 판단할 지식이 없기 때문이다.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이라는 ‘김 할머니 사건’을 통해 생명의료윤리 문제가 대두되었다. ‘황우석 사건’을 통해 연구와 출판윤리에 관한 문제가 노출되었다. 무분별한 할인진료와 진료실 성추행사건을 통해 진료현장의 질서가 어지럽혀 졌다. 의사의 직업윤리의 필요성이 절실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을 올바로 판단하고 행동하는데 필요한 지식이 없었다.

많이 당황하고 분노하였지만 이에 관한 대처방법들을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고, 배울 기회도 없었다. 지금 의사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 바로 의료윤리에 관한 명확한 지식이다. 얼마 전 한 오피니언 그룹에서 의료인문학을 의사국사고시 문항에 포함시키자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여러 가지 좋은 의견들이 제시되었다. 의견이 하나로 수렴된 것도 있고 더 깊은 논의로 합의를 이루어야 할 부분도 있었다. 결국 의료윤리를 전국 의과대학 교육과정에 뿌리내리게 하는 적극적인 방법론을 제시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심포지엄을 통해 필자가 느낀 점은 방법론을 택하기 전에 먼저 의료인문학에 대한 개념의 합의가 필요할 것 같았다. 의료인문학이 의료윤리학, 의학사, 의철학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있다는 개념을 가지고 접근하면 문제 해결이 쉬울 것 같다. 심포지엄에서 의과대학 교육에 의료인문학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과 실현 가능한 부분만 시험에 포함시키자는 공감대가 이루어졌다.

이중에서 의료윤리 부분은 의사가 진료를 하거나 의학연구를 하면서 꼭 알아야 할 부분이기에 국가고시에 반드시 포함시키자는데 인식을 같이했다. 의사윤리 교육을 크게 세 부분으로 설정을 해놓은 일본의 경우를 참조 할만하다. 이들은 의사로서 지녀야 할 직업윤리, 생명과 의료행위에 대한 의료윤리, 의학연구에 필요한 연구윤리로 정해 놓고 접근하고 있다.

나머지 의철학 부분은 표준화와 국가고시시험이라는 틀로 인해 오히려 부작용만 낳을 수 있다고 생각된다. 시험보다는 의과대학 과정 중 에세이를 쓰는 방법으로 접근했으면 한다. 생명의 탄생에서 죽음까지 그리고 질병과 고통의 문제들에 대한 주제들을 정해 놓고 제시된 주제들에 대해 몇 편의 에세이를 제출하는 방법을 채택하면 어떨까한다. 의철학을 통한 비판적인 사고와 통합적인 사고를 통한 의사상 정립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성직자와 법조인들은 성직자 윤리와 법조인 윤리 과목이 이미 자격시험에 포함되어 있다. 성직자나 법조인들이 전공시험보다 더 어렵다고 인정하는 부분이다. 그만큼 전문가로서 더 많은 지식과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라는 반증이다. 어두움 속에서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길을 알려주는 빛이 필요하다. 의료윤리가 바로 빛이다. 어두운 의료환경을 헤쳐 나갈 ‘생존의 무기’가 되어줄 것이다. 의사국가시험에 의료윤리 과목 채택은 이러한 필요를 해결해 주는 가속제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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