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서비스산업 육성 미래 국가경제 원동력

수가 현실화 통해 의료산업 고용문제 해결 바람직

수출 중심 제조업 경제 탈피…병원산업 육성해야

현 정부는 출범 당시 국가경제성장률 목표를 7%로 내걸었다. 그러나 지금은 7% 성장은 고사하고 4%대 성장 유지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예기치 못한 미국의 금융위기와 국제유가 및 원자재 상승으로 집권 초기의 경제성장률이 당초 목표에 미달하게 된 것은 충분히 이해된다. 문제는 향후 경제 전망도 밝지 않다는 것이다. 그나마 작년에는 4대강 공사 덕분에 6.2%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하여 세계적인 경제 모범국으로 칭송받았으나, 내년에는 4.2%로 낮아져 세계경제성장률 평균치 4.5%에도 미달할 것이란 예측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의하면 향후 우리나라의 경제전망은 더욱 어두워 2014년도 경제성장률은 4%로 세계 평균치 4.6%에도 크게 미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세계 평균치에 미달하는 것은 1970년대 고도성장 이후 처음으로 이와 같은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선진국 진입마저도 어려울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수출 중심 제조업 경제의 세계적 성공모델로 일컬어져 왔다. 현 정부 출범 초기의 글로벌 금융위기도 수출 증대를 통하여 성공적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 지금도 우리나라의 무역수지는 15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을 뿐 아니라 무역규모도 지속적으로 성장하여 금년도 수출입 총액은 사상 처음 1조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국민들이 종전보다 더 궁핍해졌다고 느끼는 이유는 무엇인가?

제조업이 국제경쟁력을 가지려면 더욱 자동화된 첨단설비를 갖추어야 하므로 결국 고용감축으로 이어지게 된다. 각국 정부가 제조업 부문의 고용을 늘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모두 헛수고로 끝난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지난 15년간 제조업 부문에서 70여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5월 현재 청년실업률(15~29세)은 7.3%로 청년층 31.1만 명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는 바, 이는 수출중심의 제조업 경제가 더 이상 한국의 지속적 발전모델이 될 수 없음을 시사한다. 수출 중심의 제조업경제는 더 이상 고용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뿐 아니라 ‘부익부 빈익빈’을 가속화시키기 때문이다.

최근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서비스산업을 통하여 고용과 성장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맥킨지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은 서비스산업의 국가경제에 대한 기여도가 58% 밖에 되지 않지만, 미국은 80%, 영국은 79%, 프랑스는 78%이고, 제조업 강국인 일본과 독일도 각각 73%, 72%에 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다수 선진국에서는 서비스산업 종사자가 전체 고용의 75%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도 서비스산업 육성을 통하여 성장과 고용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필자는 서비스산업 중에서도 병원산업의 육성이 고용과 성장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OECD 국가들을 보면 전체근로자 중 의료서비스산업 종사자의 비율이 8~10%임에 비해 우리나라는 3.5%에 불과하다. 병원 종사자 수를 보더라도 OECD 국가들은 병상 당 2~4명임에 비해 우리나라는 병상 당 1명에도 미달한다. 불과 20~30년 전까지만 해도 병상 당 평균 1.6~1.7명이던 우리나라의 병원 종사자 수가 병상 당 0.9~1.0명으로 감소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병원의 병상 당 직원 수는 OECD 국가 중 최저수준으로 전체병원의 80% 이상이 의료법에서 정한 법정 정원마저도 채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만약 우리나라 병원의 제반 여건이 OECD 수준으로 개선된다면 병원 종사자 수도 지금보다 2~3배 증가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병원들이 법정 정원만 채운다고 해도 최소한 청년실업 31만 명은 즉시 해결될 것이다.

그러면 우리나라 병원들이 의료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인력을 줄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보험수가 때문이다. 또 수가타령이냐고 하겠지만 핵심 문제는 그대로 둔 채 엉뚱한 것만 건드려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최근 10여 년간 보험수가 인상률은 임금 및 물가상승률의 1/2~1/3 밖에 안 되는데 진료수입 외에는 다른 수입이 없는 병원들이 어떻게 인력을 줄이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중소병원 도산률이 연평균 7~8%에 이르고 의약품 구입대금 결제기간이 8~10개월로 길어진 것도 모두 과도한 수가억제 때문이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 병원의 인력 감소는 수가억제라는 외부적 요인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수가만 현실화 해주면, 병원 인력은 단시간 내에 원상회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병원들이 인건비 부담 때문에 필요한 인력을 쓸 수가 없어 발을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보험수가를 현실화 하면 병원경영이 정상화됨으로써 고용이 증가하고, 물품대금 결제기간이 단축되며 국가경제가 호전된다. 우리나라의 국민의료비 비율은 GDP 대비 7%에 달하고 있는 바, 이는 병원산업이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가 현실화를 위해 약간의 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하겠지만, 이는 병원경영 정상화를 통하여 고용증대와 연관산업의 성장을 유발하고, 나아가 보험료 수입 증대에 기여하게 될 것이므로 고용과 성장의 선순환이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병원에는 ‘괜찮은 일자리’가 많이 있어 병원경영 정상화는 청년실업 해소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무상급식이나 무상의료에 막대한 재원을 투입하여 국가 성장 동력을 고갈시키기보다는 수가 현실화로 의료산업을 정상화시켜 고용문제를 해결하고, 국가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 의료서비스는 최종 소비재이므로 수가인상이 타부문의 물가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미미할 뿐 아니라 국가의 예산부담도 크지 않은데 망설일 이유가 무엇인가? 결단이 필요할 때이다.

성익제

전 대한병원협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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