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 명이비인후과의원장

전문가 단체의 생명은 스스로 자정하는 자율정화(self-regulation)이다.

전문가로서의 고도의 지식 수준을 유지하고 전문가로서의 권위와 신뢰유지에 필수적인 사항이다. 의사단체에서 오랫동안 자율징계권 확보를 위해 노력해 왔다. 이러한 노력이 정치권에 전달되어 곧 자율징계권의 일부를 의사단체에게 맡겨질 상황이다.

자율징계가 공정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조건과 함께 이와 관련된 여러 가지 사항들이 반드시 갖추어진 상황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먼저 자율징계권의 확보의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 징계의 목적은 비윤리적인 의료행위나 범죄를 한 회원들에 대한 징계를 함으로서 전문가집단으로서의 고도의 품위와 의학수준을 유지함에 있다. 더 나아가 징계를 위한 징계가 아니라 회원들을 계도하고 발전된 수준으로 회원의 자질을 향상시키는 데 목적을 두어야 할 것이다.

징계는 공정성 유지가 핵심이다. 징계가 조직의 질서유지를 위해 꼭 필요한 것 이긴 하지만 이를 악용하는 경우는 없어야한다. 공정한 징계는 질서를 유지시키고 경각심을 주지만 잘못된 징계는 분노를 일으키고 단체의 권위를 실추시키기 때문이다.

징계는 명확한 징계기준이 있어야 할 것이다. 현재 의료법이나 대한의사협회 정관과 중앙윤리위원회 규정에 의해 정해진 징계 기준은 상당히 추상적이다. 미국의 경우 state board(면허국)에서 면허관리를 통한 징계업무를 담당하는데 명확한 기준을 매우 구체적으로 정해 놓았다. 또한 규모있는 징계를 위해 양형기준(징계의 경중)이 어느 정도 정해져야 할 것이다.들쑥날쑥한 징계는 권위를 가지지 못 한다.

징계 절차에 관한 사항도 매우 구체적이고 공정하게 만들어져야 한다. 징계사안이 있을 때 정학한 조사를 통한 사실(fact)를 파악하고 반드시 청문 절차를 통해 징계대상자에 대해 스스로 변호할 기회를 보장해주어야 한다. 징계위원회 구성도 의사와 관계공무원, 법률가, 관련 환자대표, 윤리학자등으로 구성되어야한다. 미국의 경우 주마다 차이는 있지만 19명의 위원중 12명이 의사이고 나머지 의사가 아닌 위원 7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의사의 경우 의사회내에 다른 직책을 겸직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고 주의회의 인준을 받도록 되어 있다.

징계의 종류도 징계의 목적에 맞도록 다양하게 갖추어져야 한다. 외국의 경우 벌금형,보수교육명령, 자격정지, 면허박탈, 징계사실공고, 여성환자나 소아환자 진료금지, 특정수술금지등 징계의 목적에 따라 다양한 징계의 종류가 내려진다. 그중에 우리가 관심을 두어야 할 부분이 바로 보수교육명령이다. 정해진 기간 내에 윤리교육이나 관련 분야의 보수교육을 몇 시간 이수하도록 명령한다. 이를 위해 윤리교육이나 보수교육 시스템이 준비되어야 할 것이다.

징계를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징계의 실효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징계조치를 받아들이지 않을 때 강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예를 들자면 벌금형이 내려졌을 때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기간을 정해 놓고 가산금이 부과되고 그래도 내지 않으면 면허가 정지된다. 만약 보수교육시간을 채우지 않으면 면허정지라는 강력한 조치가 따르게 된다. 다시 말해 강력한 행정권이 행사되어야한다.

선진국 의사들은 이렇게 숨이 막힐 정도로 엄격한 자정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오랜 시간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전문가로서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는 것을 터득했기 때문이다.

자율징계권 가져오기는 쉬워도 이를 지켜나가려면 아주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