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은 약사를 두고 약국을 운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래환자들은 병원 밖 약국에서 약을 지어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이는 지난 2000년부터 시행된 의약분업 이후부터 일어난 현상이다.

그러면 왜 외래환자들은 병원 밖 약국에서 조제를 해야 하는 지 의문이 든다. 이 의문에 대한 해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우리나라 의약분업은 의사와 약사의 직능분업이 아닌 병원과 약국의 기관 간 분업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원래 의약분업은 ‘약 처방은 의사가 맡고, 약 조제는 약사가 하는 역할 분담제도’이다. 정부 의약분업의 원래 안에는 병원은 원내외 구분 없는 처방전을 발행하고 약조제의 선택권을 환자에게 일임하는 안이었다.

하지만 의약분업을 도입할 당시에 병원의 외래약국을 그대로 놓아둔 채 의약분업을 시행할 경우 진료와 조제가 ‘원-스톱’으로 이루어지게 되는 편의성 때문에 환자가 병원을 선호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즉, 의원이 상대적으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의사와 약사의 직능이 분리되어 운영되고 있는 병원에서는 약국이 폐쇄되었고, 내원환자는 병원과 약국을 각각 방문하는 불편을 10년 째 겪고 있다.

현재 병원에서 외래진료 후 처방을 받고 나오는 환자들은 이른바 문전약국에서 처방약의 80∼90%를 조제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의원에서도 마찬가지다. 의약분업 시행 이후 의원 3∼4곳 당 약국이 있는 형태가 자리를 잡았다. 환자들은 집 근처 약국에서 약을 짓고 싶어도 해당 병·의원에서 처방하는 약을 동네약국이 갖추지 못해 환자들은 문전약국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국내 의약분업 제도가 도입된 지 10여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이제는 의약분업 정책의 틀을 유지하면서 제도운영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을 보완하는 개선책이 필요하다.

의약분업을 도입하고 있는 일본, 대만에서도 병원약국 개설을 허용하여 환자들이 원내외 약국을 선택할 수 있도록 환자 편리를 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의약분업 개선사례로 의약분업 도입 당시에 주사약을 의약분업 대상의약품에 포함시켰다가 환자들이 불편함을 호소하자 의약분업 예외사항으로 제도적인 개선조치를 취한 바 있다.

현재 의약분업은 환자들이 겪고 있는 병원과 문전약국의 ‘이중방문(two-stop)’은 환자들의 불편함에 비해서 그 편익이 크지 않다.

의약분업이 도입해 정착된 지 10여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환자들의 편리성 제고를 위해서 의약분업 원안대로 환자가 처방전을 가지고 원내외 약국을 선택하는 정책을 적극 검토해 볼 시점이라 하겠다.

이용균

한국병원경영연구원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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