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은 지난해 4월부터 영유아 건강검진을 실시하고 있는 의료기관에 공문을 발송해 “영유아 검진 당일검진과 진찰을 같은 의사가 하거나 전문과목이 동일한 다른 의사가 검진과 진료를 각각 시행한 후 진찰료를 청구한 경우 이를 이중청구로 간주하고, 요양급여 비용을 환수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공단은 2007년 전국 영유아 건강검진을 실시하고 있는 의료기관에 배포한 매뉴얼을 통해 ‘문진을 실시하지 않은 또 다른 의사가 외래진료를 실시한 경우 요양급여비용 청구 시 진찰료 청구가 가능하다’는 공적인 견해를 표명한 바 있으며, 이후 영유아 건강검진 교육과정 등을 통해 매뉴얼의 내용과 다른 고시나 진찰료 환수에 대한 어떠한 논의나 고지도 없었다.

이처럼 정확한 의미전달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러한 검진매뉴얼을 검토한 검진의사들에게 다른 의사란 동일한 전문과목 또는 전문분야는 배제되고, 다른 전문과목 또는 전문분야의 의사에 한해 청구가능이라고 해석할 것을 기대하는 것은 애초 불가능한 일이었다. 검진 의사들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배포한 영유아 건강검진 매뉴얼에 따라 건강검진을 실시했음에도 요양급여비용 환수라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형국이 되어 버린 것이다.

공단은 2010년 10월부터 영유아 건강검진 당일 질환에 대한 진찰이 동시에 이루어진 경우 진찰료 50%를 별도 산정하도록 개선한 바 있는데, 이는 국민건강보험법상 검진과 진찰이 명확히 구별되는 개념이라는 것을 공단 스스로가 인정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아울러 건강검진 결과 검진의사가 별도의 진찰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거나 환자가 별도의 진찰을 요청할 경우와 같이 구체적인 사안에서 별도의 진찰료 청구가 타당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도 요양급여비용을 환수하는 것이 바람직한 처사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행정기관이 결정한 사항 또는 일정한 사항을 공식적으로 일반인에게 널리 알리는 것을 가리켜 ‘고시’라고 하며, 고시를 보충해 주는 개념으로 ‘행정해석’이 존재한다.

따라서 공단이 보건복지부의 행정해석에 근거하여 해당 의료기관에 대해 직접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을 행하였다면 해당 의료기관은 공단을 상대로 환수처분 취소 소송 등을 통해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법적인 구제절차를 진행하기 이전에 공단은 열악한 의료환경에도 불구하고 짧은 기간 내에 영유아 건강검진 사업이 정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는 검진의사들의 노고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공단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 본다.

이 재 호

대한의사협회 의무이사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