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 명이비인후과의원장

진료하면서 다소 노출이 심한 여자 환자를 대하거나 미모의 환자를 대할 때 성적호기심이 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비인후과의사인 필자도 노출이 많은 계절이 되면 진찰을 하면서 눈을 어디다 두어야 할지 난감한 경험을 종종 한다. 환자로만 보려고 하지만 환자에 대한 순간적이지만 성적 호기심이 전혀 들지 않았다고 말하기 힘들다. 하물며 개인의 성적인 경험이나 성적 취향까지도 내어 놓고 상담을 하는 경우나 성관련 질환, 가슴성형등 신체의 은밀한 부위까지 진찰을 해야 하는 진료과의 경우 이런 성적 호기심에 대한 갈등이 더 빈번할 수 있다.

이러한 성적 호기심이 선을 넘어 환자와 부적절한 성적인 접촉을 갖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1992년 미국에서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응답 의사 100명중 9명꼴로 자신의 환자와 성관계를 가진 경험이 있다고 한다. 환자와 성관계를 가진 의사들의 63%는 자신들의 행위가 환자의 치료에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고 고백했다.

또한 관계를 맺은 여성 환자들은 불쾌하다, 이용당한 기분이다 ,수치스럽다 라고 자신들의 감정을 나타냈다. 최근 TV 오락프로그램에 단골로 출였하던 의사가 유부녀인 자신의 여성환자와 부적절한 성관계를 가진 것이 드러나 메스컴을 탄 일이 있었다. 이들 모두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는 성인이고 둘이 좋아서 맺은 관계이기 때문에 의사와 환자와의 성적관계를 문제 삼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실제로 의사와 환자의 관계로 만나 서로가 호감을 갖고 부부가 된 사례도 많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주장에도 불구하고 의사와 환자가 성적인 관계를 맺는 것은 비윤리적인 행위라고 주장하는 것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렇다면 의사와 환자간의 성적인 관계가 왜 비윤리적인 것일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의사라는 우월한 위치에서 환자의 정보를 이용한 것이기에 비윤리적 행위이다. 환자는 의사를 믿고 자신의 은밀한 사생활과 취향 그리고 은밀한 신체 부위까지 보여주게 된다.

의사는 이러한 사적인 정보를 이용하여 환자와 성적인 관계를 갖는다는 것은 비윤리 적일뿐 아니라 비겁한 일이다. 환자와의 성적 접촉은 그 행위가 비윤리적인 뿐 아니라 그러한 관계로 인해 의사와 환자간의 신뢰가 깨질 수 있다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금지되어야만 한다. 의사와 환자간의 신뢰관계가 깨진 상태에서 환자를 치료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치료가 종결된 환자와의 성적인 관계는 어떨까 이것도 비윤리 적인 것일까? 미국의사협회에서는 치료가 끝난 환자와의 성적인 접촉도 비윤리적이라고 못 박고 있다. 의사가 환자로부터 얻은 사적인 정보나 취향, 감정, 약점등을 알고 있기 때문에 진료 중에 얻은 정보를 사적으로 이용하는 행위를 비유리적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진료를 하다보면 의사나 환자나 서로에게 이성에 대한 호감과 성적 호기심을 가질 수 있다. 이러한 감정이 비윤리적인 행동을 이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환자는 진료에 방해가 되는 과도한 노출 복장을 피해야한다. 의사는 보조진료인력(보호자,간호사)을 진료 중에 반드시 동반하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감정을 조절하기 힘들 때에는 빨리 주위 동료나 멘토의 도움을 구해야 한다.

종교 개혁자 마틴 루터는 이런 말을 했다. “새가 머리 위로 날아가는 것은 막을 수 없지만, 새가 자신의 머리에 둥지를 트는 것은 막아야한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의사로서 매력적인 이성 환자를 대할 때 일시적인 성적 호기심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고 비윤리적지도 않다. 인간이기 때문에 의사나 환자나 서로에게 그런 감정이 들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성적 호기심이 구체적인 행위로 발전하는 것은 우리가 스스로 막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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