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보건복지부는 건강관리서비스법의 통과를 위한 포럼을 개최하였다. 이 법은 고혈압·당뇨·심혈관질환 같은 만성병을 생활습관교정과 같은 서비스를 통하여 예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만성병은 생기기 전에 예방을 하면 의료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이 법의 또 다른 목적이며, 더불어 ‘건강관리사’라는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그야말로 일석삼조의 효과가 기대되는 법이다. 의료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법을 통과시키겠다는 것이 복지부의 입장이고,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 대표 발의를 한 것으로 보아 통과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하겠다.

최근 들어 복지부는 이중의 압박을 받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건강보험재정 안정화와 의료서비스 시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대한 압박이다. 복지부가 받는 압박의 강도는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를 위해서 최근 여러 가지의 정책을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것으로도 짐작할 수 있다.

의료서비스 시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로서 그나마 성과가 있다면 요양사제도이다. 요양보험제도로 요양원과 요양병원이 늘어나면서 요양사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발표대로라면 일자리가 많이 늘어난 것 같은데 피부에 와 닿는 변화가 없다. 그 이유는 요양사가 옛날 간병인과 같은 개념의 일로써 새로운 일자리가 생겼다기보다는 이미 있는 일자리에 자격을 부여한 정도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요양사는 월급이 적은데다가 중년 여성의 부업 정도의 직업으로 알고 있어 현재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청년의 괜찮은 일자리”와는 거리가 있는 제도이다.

거기에 비해 건강관리사는 괜찮은 일자리이다. 그런데 문제는 재원 조달이다. 어려운 보험형편상 기존의 의료보험에서 건강관리비를 지불하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요양보험같은 보험을 따로 만들 수도 없다. 결국 시장에 맡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필요한 사람이 가서 건강관리를 받고 알아서 돈을 내라는 식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런 방식이라면 성공하기가 어렵다. 진료비의 일부만을 본인이 부담하는 현재의 건강보험 제도 하에서 의사도 아닌 사람에게 건강 상담을 받고, 병원에 내는 돈보다 비싼 돈을 낼 사람이 있을 것 같지 않아서이다. 젊은 사람들은 직업이 없거나, 직업이 있어도 너무 바빠 아파도 병원에 갈 시간이 없는데 그들이 비싼 돈 내고 건강관리를 받을 리는 없다. 그렇다면 정작 관리를 받아야할 대상은 중년·노년층일 텐데 조기 퇴직으로 생활도 팍팍한 형편에 비싼 돈 내고 치료도 아닌 건강관리를 받기는 쉽지 않다.

결국 이 사업은 건강식품이나 기능성식품시장을 위한 제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 현실적으로 관리료만으로 건강관리실을 유지하기 힘들다면 그 이외에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일은 제도적으로 금지하고 법을 보완한다고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외국에서 이 제도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외국의 의료비가 너무 비싸고 의사에게 진료를 제 때에 받기가 어려워 틈새시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처럼 의료비가 싸고 언제든지 의사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에서는 이런 틈새시장이 없다.

법의 목적이 좋고 필요성이 있다고 제도로써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이 법은 그렇지 않아도 의료 이원화로 혼란스러운 의료시장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국민들에게는 의료비를 가중시키는 결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늘 그렇듯이 이번에도 국민이 피해자가 되는 셈이다.

김형규
고대의대 내과교수

의약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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