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하는 지소에서 민원이 발생한 적이 있다. 필자의 잘못이 있었다고 하면 분명히 있는 일이었고, 이내 보건소장에게서 연락이 왔다. 이어 진료시간에 공부를 했다는 이유로 “미친것 아니냐?” 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고, 덕분에 의료와 의학의 공부에 있어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의사가 의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종결점은 결국 환자에게 최선의 진료를 행하기 위해서다.

과거는 어떠했는지 모르겠지만, 최근에는 거의 매일 새로운 지식이 업데이트 되고 있으며, 우리가 대학에 다니면서 배우는 의학 관련 지식만 해도, 타의 추정을 불허할 정도다.
게다가 인간이란 망각의 동물, 매일 공부를 함에도 과거의 지식을 유지하는 것조차 벅차다. 덕분에 전문진료 과목이 생기고, 많은 곳에서 자신의 분야가 아닌 질환이 의심될 경우 전문과로 전원을 하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전문과목에서 조차도 분야가 나누어져 환자를 보기도 한다.

고백하자면 필자는 대학때 의과대학의 공부가 맞지 않다고 생각하고 싫어서 공부를 하지 않았다. 결국 어떻게해서 면허를 취득하고 졸업은 했지만, 졸업하면서 스스로에게 회의가 들었고 공부를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공중보건의사를 선택했다. 그리고 공중보건의사를 하면서 새롭게 공부를 하고 있다. 매일매일 공부를 하면서 느끼는 것은 정말 그 끝이 없으며, 스스로의 지식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 정말 환자에게 미안하고, 자괴감이 든다는 것이다.

의사에게 공부란 무엇인가? 이는 자신의 실력의 향상이지만 나아가 의료이용자에게 최선의 진료를 한다는 것이다. 그 중요성은 매일 언급해도 부족할 정도이다.
의사는 환자를 보는 것도 공부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겠다. 증상을 듣고, 여러가지 질환을 Rule out 하는 과정이 이미 지식의 유지이며, 약을 처방하면서도 약에 대한 지식을 새로 업데이트 하며 중간에 기억이 애매하거나 할 때는 그것에 맞춰 다시 책을 찾아보고 최선의 진료를 한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는데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현실은 100여명의 환자를 보고도 현상유지가 겨우라고 하는 상황, 환자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위와 같은 과정을 모두에게 제공하기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지식의 유지 및 업데이트가 가능하겠는가? 또한 심평원의 칼날 때문에 의학의 공부 대신에 심평원 지침을 강요받고 있다. 이는 마치 국가에겐 보험료가 최선의 진료보다 중요한 것처럼 보이게 한다.

또한 이유야 어찌 됐건 지역의 보건을 책임진다는 보건소장 조차 환자가 없는 진료시간에 의학공부를 하는 것이 “미친것 아니냐?”라고 할 정도의 의식수준에서 얼마나 최선의 진료가 행해지는 것이 가능할지 필자는 그저 답답함에 한숨만 내쉬어 진다.

이경희
대공협 정책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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