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생명체는 태어나서부터 생태계의 일원으로 성장하고 생활하며, 그 속에서 일생을 마치게 된다. 비록 수명을 다한 한 개체는 사멸한다 해도, 한 개체에 주어진 유전자는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이어져 간다.

한 생명체는 살아가는 동안 미시적으로는 그 개체의 구성 요소(생체분자 또는 단위세포)들이 내외적 변화요인에 대응하여 상호 협동적으로 대처하며 생존을 극대화해 나가는 한편, 거시적으로는 그들이 살고 있는 생태계의 시스템 속에서 한 구성원으로 전체계의 질서와 형평을 유지하면서 이기적 욕심 없이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순리대로 살아간다. 이것이 지구상에서 살아있는 생물만이 영위하는 생명체 고유의 생존원리이며, 한 생명체가 자신이 물려받은 유전자를 충실히 보전해 나가려는 최선의 길로 선택한 불변의 원리이다.

진화된 생명체는 구조적으로 여러 세포, 조직, 기관이 모여서 하나의 개체(또는 조직체)를 만들고 있다.

생명체도 살아가기 위해서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생명체의 에너지 이용과정은 우주를 지배하는 물리화학적 원리를 벗어나지는 않으면서도 지구상의 어떠한 시스템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효율적으로 운용된다.

다만 에너지 대사기작(代謝機作)이 안정적이고 효율적이란 점에서 다른 동력기관의 시스템과 다를 뿐이다. 이러한 생체 에너지 이용의 효율성은 물질대사 과정의 다단계 평형반응에서 나온다.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에너지는 바로 금력과 권력이며, 이러한 힘의 배분이 일방적이 아니라 형평을 이룰 때, 한 사회나 조직체는 안정적이고 효율적 시스템이 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아무리 효율적 시스템을 갖추고 오래 사는 생물이라 해도 그 수명은 유한하다. 그러나 한 생명체를 구성하는 외형적 실체는 소멸된다 하더라도, 그 생명력의 바탕이 되는 무형의 유전정보만은 영원히 이어져 간다.

이러한 현상은 인간사회의 발전과정에서도 잘 볼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한 조직체의 존속은 크게는 세계를 지배했던 한 나라에서 적개는 조그마한 기업이나 기관에 이르기까지 그 외형적 형태는 존망을 거듭해 왔으나, 한 시스템 내에 축적된 지식과 기술의 무형 자산만은 끊임없이 이어져 오늘에 이르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한 시대의 한 사회 시스템 속에서 살아가면서 형평과 협동의 상생원리에 따라 전 체계를 생각한 규범과 질서를 유지해 나가고,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창출해서 후세에 전해줄 수 있다면 우리 사회는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최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동반성장 정책이 이행되면서, 기업의 생존과 상생 원리에 대한 이야기가 신문지상에서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바이오·제약산업 분야에 있어서도 제약기업과 바이오벤처기업 간 협력의 필요성이 강조되어 온지도 오래다. 그러나 협력 주체간의 상반된 이해관계는 좀처럼 좁혀지는 것 같지 않다. 앞으로 생명체의 순수한 생존원리를 겸허히 배우며 기업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의 가치관으로 통합하고 발전 이념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오늘날 우리가 안고 있는 고민을 덜어줄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아닌가 생각한다.

한문희
한국바이오협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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