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 명이비인후과의원장

생명의 탄생과 죽음 사이에 발생하는 모든 일에 의료윤리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나 생명에 관계된 문제들은 의사들을 당황하게 만들기도 하고 고민스럽게 하기도 한다. 이런 문제를 만날 때마다 의사들이 하는 말이 있다.

“그래 그래서 결론이 뭔데? 해? 말어?” 하지만 아무도 그 답을 선 듯 내놓기가 힘들다. 상황마다 다양한 원인과 환경이 있기 때문이다. 의료윤리에도 어떤 원칙이 있다면 그 원칙에 대입시켜서 쉽게 상황을 파악하고 판단하기 쉬울 것 같다. 그럼 의료윤리에도 이런 원칙이 있는 것 일까?

당연히 있다. 그 중 가장 쉽게 의료윤리적인 문제를 분석하고 결론을 내릴 수 있게 만들어진 원칙이 있다. 바로 ‘의료와 윤리의 4개 원칙(Principle of biomedical ethics)’이다. 1970년대 미국의 의료윤리학자인 비첨(T.L.Beauchamp)과 차일드리스(J.F.Childress)가 ‘의료와 윤리의 4개 원칙’이라는 책을 통해 주장한 원칙으로 오늘날 생명윤리 논의에 일반적으로 받아드려지고 있다.

이 4개 원칙은 자율성 존중의 원칙, 악행 금지의 원칙, 선행의 원칙, 정의의 원칙이다. 이 원칙들을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자율성 존중의 원칙 : 이 원칙은 개인은 누구나 자신의 일을 결정할 자율권을 가지며, 그것이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어느 누구도 그 권리를 침해받아서는 안 된다는 원리이다. 충분한 정보에 근거한 동의(informed Consent)가 환자의 자율성 보장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의사는 자율성 존중 원칙에 의해 정보 공개, 동의 획득, 신뢰성, 사생활 보호 등의 의무를 환자에게 지고 있다.

▲악행금지의 원칙 : 피해를 주는 일에는 의술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원칙이다. 악행(피해)이란 넓게는 명예, 재산, 사생할, 자유 등의 훼손을 의미하나 좁은 의미로는 신체적 심리적 이해관계의 훼손을 말한다. 의사에게 요구되는 살인 하지 말라, 고통을 가하지 말라, 불구로 만들지 말라, 재화를 빼앗지 말라 등으로 더 구체화 될 수 있다.

▲선행의 원칙 : 선한 일을 위해 의술을 사용하라는 것이다. 온정적 간섭주의(paternalism)가 관여된다. 악행금지의 원칙이 어떤 행위를 하지 말라는 소극적 의미를 가진다면, 선행의 원칙은 어떤 행위를 하라는 적극적인 의미를 가진다.

▲정의의 원칙 : 모든 재화의 분배는 정의롭게 되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식할 장기를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를 정하는 문제가 여기에 해당된다. 우리가 진료현장에서 부딪히는 윤리적인 문제들을 어떻게 해석하고, 결정을 해야 할지 위 4개 원칙에 상황을 대입시켜보면서 원칙에 부합하는지 어긋나는지 생각해보면 해답이 쉽게 떠오르게 된다.

물론 이 4개 원칙으로 모든 의료윤리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지만 가장 명쾌하게(clear) 윤리적인 문제를 파악할 수 있는 좋은 도구(tool)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원칙을 의료문제뿐만 아니라 우리 일상 생활에서 발생하는 일들에 대입시켜보아도 좋은 판단을 할 수 있어서 어려운 문제를 만날 때마다 이 원칙을 적용시켜 보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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