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 명이비인후과의원장

의사로서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자격을 인정해주는 것이 바로 의사면허다.

면허를 부여받으므로 의사는 환자의 몸을 진찰하고 수술하고 치료할 자격을 부여받는 것이다. 환자의 신체를 다루기에 의사면허는 다른 어느 면허보다도 높은 직업윤리가 필요하다.

만약 전문가로서의 마땅히 해야 할 의무나 윤리에 위배되는 행위를 했을 때 면허를 정지하거나 취소하는 무거운 징계를 통해 직업윤리를 유지하고 있다. 높은 직업윤리의식과 전문지식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정활동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사면허의 정지나 취소등은 신중하게 이루어져야만 한다. 부당한 징계결정이나 잘못된 징계는 의사의 소신진료를 위축시키고 의사에 대한 불신을 조장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경북대 병원에서 응급실로 내원한 소아아이가 제때에 조치를 받지 못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경북대 담당교수 두 분이 면허정지처분을 받았다고 한다. 처음에는 응급실 담당 전공의와 인턴을 징계한다고 하더니 교수로 징계 대상이 바뀌어 버렸다. 처음부터 정확한 사건파악이 안되었다는 증거다.

소중한 아이가 응급시스템의 오작동으로 인해 생명을 잃었고 안타깝고 답답한 마음을 금할 길 없다. 여론이 분노했다. 이에 놀란 담당 공무원들은 신중하지 못한 자신의 판단을 언론에 쏟아놓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갈팡질팡이다. 복지부 공무원의 미숙한 판단으로 인해 의사면허가 떨어졌다 붙었다하는 불안한 면허관리 시스템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징계처분이 내려진 두 교수가 징계를 받아들였다고 하나 이들에 대해 정확한 사건경위 분석이나 청문 절차 등이 있었는지 의문이다.

징계라는 것은 먼저 객관적인 관점에서 정확한 사실(fact)를 수집하고 파악한 후 문제점을 발견해야한다. 징계 절차 중에서 빠뜨려서는 안 되는 과정이 있는데 바로 청문(hearing) 절차다.

해당 당사자가 자신의 상황을 충분히 소명할 수 있는 청문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청문이 끝난 후 에는 관계전문가들의 숙의를 통해 징계를 위한 징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건재발방지에 초점을 두고 신중한 결정을 내려야한다.

만약 결론을 내리기 힘든 상황이라면 서두르지 말고 시간을 두고 충분한 논의와 검토를 진행해야한다. 징계는 때에 맞게 잘 이뤄져야 하겠지만 서둘러 진행하게 되면 항상 오점이 남는다. 정당한 징계는 우리 모두에게 교훈과 경각심을 일으키지만 잘못된 징계는 분노를 일으킨다. 징계를 당하는 사람이나 징계를 하는 기구나 큰 상처가 남을 수 있다.

특히나 이번 사건에 있어서는 전문적인 의학적 지식과 행동원칙 , 전문적인 윤리적 판단이 요구된다.

응급의학 담당전문의와 소아과 전문의 , 의료윤리전문가, 법률가,관계공무원 등이 위원회를 구성해 정확한 사실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면허를 공정하게 관리하는 기구인 미국의 State Board나 영국의 GMC (general medical council)같은 기구가 필요할 것 같다.

이들 기구는 정부관리와 법률가,윤리학자등이 반을 구성하고 나머지 반은 의사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강력한 행정력이 동반되어 정당한 절차에 의해 징계가 결정되면 강력한 징계조치가 이뤄진다.

이러한 기구의 결정에 반발을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매우 공정하고 신중하게 징계절차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시스템의 도입과 정착이 요구된다. 공정하고 안정된 의사면허 관리는 의사나 국민을 위해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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