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이번호부터 개원가를 중심으로 ‘의료윤리연구회’를 결성해 초대회장을 맡아 매달 정기적으로 연구모임을 갖는 등 의료윤리 저변 확산에 앞장서고 있는 명이비인후과 이명진 원장(의협중앙윤리위원·사진)이 집필하는 연재물 ‘이명진 원장의 의료와 윤리’를 연재한다.

이명진 명이비인후과의원장

이명진 원장의 의료와 윤리(1)

몇 해 전부터 개인적으로 생명의료윤리와 의사 직업윤리 등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여러 가지 복합적인 외부자극들이 나를 깨우고 이끌고 간 것 같다.

의사로서 살아가면서 겪어야하는 억울한 의료 환경과 비난을 받을 때 마다 많이 답답했다. 진료현장에서 접하는 윤리적인 문제들을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웠다.

생명의료윤리나 직업윤리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나 자료가 부족한 의료계 현실을 돌아보면서 위기감도 들었다. 많은 시간 공부와 수련을 받았고, 이비인후과 전문의로 많은 임상 경험을 쌓았지만 의사로서 필자가 가지고 있는 윤리의식 수준은 남들이 알면 놀랄 정도로 빈약했다.

개원의의 입장이지만 꼭 알아야할 부분이 내게 없었다는 것을 알고 난후 많이 부끄러웠다. 단지 ‘지금까지 그래 왔는데 무슨 문제냐’ 혹은 ‘윗사람이 그렇게 해왔으니까 따라서 한다’는 식의 아무런 생각없는 행동들을 아무 부끄러움 없이 해왔던 것 같다.

비단 필자 뿐만 아니라 많은 의사 동료, 선·후배들이 비슷한 수준의 윤리의식에 젖어 있는 것 같다.

우리 의사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나이가 들면 윤리적이 된다’고 믿는 것과 ‘전문지식을 많이 알고 있으면 최고의 판단을 할 수 있는 윤리수준을 가진다’고 믿는 것이다.

필자 자신도 그렇게 믿고 있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무지하게 살아온 자신이 부끄럽다. 단편적인 지식과 짧은 생각을 정리해 동료들과 함께 고민하는 기회가 있었으면 했었는데 이번에 좋은 기회를 갖게 됐다. 간단하지만 의사로서 꼭 알아야 할 간단한 윤리관련 지식과 진료 현장과 의사 사회 내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함께 고민하며 생각해 보려고 한다. 원래 윤리라는 것이 딱딱하고 어려워 보이기에 글을 좀 쉽게 써보려고 한다.

한 주 한 주 함께 고민하며 의견을 나눠가면서 우리의 의식이 변해갈 것이다. 변화된 우리의 의식은 작은 개혁의 불씨가 되어 어두운 의료 환경을 환히 밝히는 작은 불꽃이 될 것으로 믿고 있다. 아무리 진료수가가 싸구려라고 하더라도 우리의 윤리의식이나 진료행위까지 싸구려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비록 남들보다 좀 천천히 벌고 덜 벌더라도 깨끗하게 벌고 자부심을 갖고 의사로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좀 덜 가진 의사라는 판단은 감수할 수 있지만 비윤리적인 의사라는 판단을 받기는 싫다.

일부 의료 정책가들과 정치가들이 통계장난과 언론플레이로 의사 옥죄이기를 하고 있지만 그들이 모르고 빠뜨린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이 바로 윤리이다.

그들이 내세우는 정책에 대해 윤리적인 시각으로 한번 바라봐야 한다. 정책에 대해 윤리적으로 분석하고 해석해나가면 잘못된 정책을 바로 잡을 선명한 힘이 생긴다.

윤리는 내가 먼저 지키고 붙잡고 나아가게 되면 존경과 권익이 보호되지만, 남에게 의해 강요될 때에는 엄청난 비난과 수모, 그리고 경제적 손실이 따라 올 수 있다.

마지막으로 많은 독자 분들의 관심과 참여가 있었으면 한다. 함께 고민하며 공부할 의료윤리와 직업윤리는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어줄 것으로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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