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간호사
서울성모병원

신생아중환자실UM

나는 신생아중환자실 19년차로 접어드는 경력이 많은 간호사이다. 내가 임상에서 부딪히는 가장 커다란 어려움은 생명을 포기하는 가슴 아픈 부모의 사연이다. 임신 6개월이 막 넘어 태어나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는 극소미숙아를 대하는 부모의 마음은 2가지이다. 살려달라고 매달리시거나 아기가 장애를 갖고 살아남을까 두려워 인공호흡기를 떼어 달라는 분이다.

전자의 경우도 후자의 경우도 충분히 이해되지만, 생명은 사람이 결정하기엔 너무나 존엄한 것이어서 그런 부모를 대할 때 참 어렵다. 그래서 그런 보호자를 대할 때 명상을 하고 면담을 시작하면 내가 차분해지고 고요해져서 보호자 태도에 화가 나도 조절할 수 있고, 곤란한 질문에도 대답할 생각이 떠오르게 된다.

임신 6개월 정도에 700gm으로 태어난 쌍둥이는 둘 다 상태가 너무 안 좋았다. 한명은 태어난 지 24시간이 지나 사망하였고. 다른 한명은 겨우 인공호흡기에 목숨을 연명하고 있었는데, 아빠가 아기를 포기하고 치료를 중단해달라며 주치의를 찾아와 요구하는 일이 일어났다. 엄마는 아기를 보러 한 번도 오지 않았다.

엄마에게 아기가 기다린다고 전화로 스토킹 비슷한 것도 해보고 수 차례 면담도 해보았지만 엄마와 아빠의 완고한 태도를 꺾을 수는 없었다. 아기도 보호자의 뜻을 알았는지 상태는 점점 나빠져서 보통 2~3일이면 중단하는 인공호흡기의 치료기간이 점점 길어지며 삶의 희망이 점점 없어져 보였다. 아기의 부모는 수시로 병원비와 아기의 장애를 이유로 인공호흡기 치료 중단을 요구했다. 의료진과 부모는 생명유지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문제로 말도 안 되지만 서로 의견 대립을 하고 있었다. 아기를 위해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은 매일 아침 기도를 해주며 힘내라고 하고 엄마에게 아기 사진을 찍어 핸드폰으로 보내드리고 하는 것뿐이었다.

기도를 하며 아기를 보던 중 엄마에게 전화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아기 출생 후 2주간 한 번도 면회를 오시지 않는 700gm아기의 엄마에게 “일단 병원에 오시겠어요? 아기 한번만 봐주세요. 아기가 엄마를 기다리며 오늘은 눈을 뜨고 맞추네요. 얼마나 귀여운지 모릅니다”라고 설득했다. 병원에 오신 엄마에게 일단 엄마가 면회를 하신 후에 치료를 중단할지 의사와 얘기를 할 수 있게 해드린다며 엄마가 아기를 보게 했다. 기대와는 달리 무덤덤하게 아기를 보고 나가는 엄마를 보고는 절망적이었다. 나는 기도뿐이 할 수 있는 것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가는 엄마에게 내가 거룩한 이름 부르기라는 특별한 기도로 아기를 위해 기도하고 있고 아기가 엄마를 정말 기다린다고 했다. 하지만 엄마는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싸늘하게 집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그 다음날 엄마가 아기를 또 보러 왔다. 얼마나 놀랐는지…. 그리고 그 다음날은 모유를 짜서 가지고 왔다. 그러더니 매일 엄마는 면회를 오고 드디어 아빠도 면회를 왔다.

아기는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는 중에도 숨쉬는 것이 좋지 않아 하루에 10번도 넘게 청색증이 나타나곤 했다. 엄마도 아기에게 애착이 생겼는데 아기 상태가 따라주지 않아 참 안타까웠다.

모든 의료진이 그랬나 보다. 모든 사람들이 안타까운 아기에게 사랑이라는 에너지를 보내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러다 다시 엄마가 아기를 보러 오지 않을까 봐서 모두들 아기를 위해 한마음으로 빌어줬다. 간호사들도 의사들도 회진 오는 교수님도 아기에게 ‘힘내야지! 네가 제일 예쁘단다” 하며 한마디씩을 더 건네며 응원해 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었다. 아기가 인공호흡기를 제 손으로 빼고는 인공호흡기 없이 숨쉬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모두들 이 기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어안이 벙벙했다. 어제 근무했던 간호사도 출근해 달라진 아기를 보고 어떻게 이 아기가 혈중의 이산화탄소 포화도도 높고, 폐사진도 안 깨끗한데 인공호흡기를 떼었냐며 신기해 하는 것이었다. 의사도 참 아기가 기특하다며 모두 신기해했다. 이렇게 임상 현장에서는 의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남들은 기적이라 하지만 전 영적 통교라고 믿는다. 모두들 아기에 대한 사랑이 아기에게 힘을 준 것이라고 말이다.

지금은 아기가 체중도 2kg가 넘어 많이 좋아져서 엄마와 집으로 퇴원했다. 그 아기의 경우는 정말 축복이었다. 가장 중요했던 것은 아기의 엄마와 아빠가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친척 중에 미숙아로 태어나 장애를 가진 아이가 있어 사랑하는 본인 아기가 그렇게 커버릴까 두려워서 미래를 추측하며 견디지 못한 것이다. 아기 부모가 아기를 정말 사랑하는 것이라는 진실을 이해할 때 비로소 영적 돌봄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또, 모두가 한마음으로 환자를 정말 사랑할 때 환자에게 커다란 힘이 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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