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윤정
여의도성모병원간호사
오늘도 나는 변함없이 근무를 하고 있었고, 근무 중 우연히 바라본 창문 밖으로 나무들이 하나, 둘 색색의 옷을 갈아입고 있는 것을 보았다. 가을이 온 것도 모른 채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뭐가 그리도 바쁜지…… 생각해보면 계절이 바뀌는 것도 무뎌지듯이 늘 돌보는 환자들에게도 무뎌지는 듯하다. 수술 후 환자들에게 정해진 멘트처럼 수술 후 교육을 시키고, 이것은 안돼요, 저것도 안돼요, 이렇게 하세요, 저렇게 하세요. 따뜻한 말 한마디 보다 가르치고 명령하는 것에 나도 모르게 익숙해져 버렸다.

교통사고로 장기간 외과 중환자실에 계시며 정형외과 수술을 여러 차례 받았던 환자분이 계셨다. 어제 또 한 차례의 정형외과 수술을 받은 지 하루가 지난 오늘이었다. 오늘도 바쁘게 돌아가는 업무 속에 나는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다. 업무 시작과 함께 환자들에게 심호흡과 기침하는 것을 교육하고 또 다른 업무로 분주하던 나와 눈이 마주친 환자분은 작은 손동작으로 나를 부르고 계셨다.

그 분은 다가간 나에게 웃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으셨다. “왜 나만 기침을 해야 하나요? 아무도 안 하는 거 같은데……” 평소 같이 바쁜 하루면 그냥 하셔야 된다고 말했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웃는 환자분 모습에 나도 함께 웃으며 “모두 하셔야 되는데 아무도 안하고 계신 거예요. 환자분이 최고로 잘하고 계세요.” 그러면서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최고라고 다시 한 번 환자를 격려했다. 환자는 “고마워요” 라며 함께 웃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나의 담당환자를 돌보며 분주하게 뛰어 다녔다. 칭찬과 격려를 받았던 그 환자분은 너무나도 열심히 심호흡과 기침을 하고 계셨다. 마주칠 때마다 눈인사를 나누며 나 또한 즐겁게 업무를 할 수 있었다.

칭찬과 격려에 너무 소극적이었던 것은 아닐까, 그래도 연차가 낮을 때는 더 많은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것 같은데…… 그 순간 나는 너무도 무감각해져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는데, 아픈 환자들에게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백 가지의 약보다 더 좋은 치료제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나 또한 환자에게서 즐겁게 일 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칭찬과 격려는 여러모로 큰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 분명한 것 같다. 그냥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사소하고 작은 사건이었지만 나에게는 다시 한 번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고 큰 행복을 느낄 수 있었던 감사한 하루였다.

오늘 하루도 따뜻한 말 한마디와 웃음으로 행복한 치료제를 많이 만드는 하루가 되기를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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