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큰 명절인 설이 지났다. 작년과 달리 설연휴와 주말이 이어져 귀향,귀경길의 모습은 여유로워 보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향을 찾거나 가족과 단란한 시간을 갖는 반면 더욱 분주한 사람들이 있다.

밤늦게 돌아온 사람들을 위한 대중교통 연장 운행을 위해 고향에도 가지 못하고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이 있고 비상시 발생하는 화재나 범죄에 대비하기 위해 고향대신 근무지를 지키고 있는 소방,경찰 공무원들이 있다. 특히 올해는 구제역사태로 방역 작업을 위해 많은 공무원들이 차례상 대신 초소를 지켰다. 이렇게 꼭 필요한 곳에서 중요한 일을 담당하며 희생한 사람들이 있어 대부분의 사람들은 편안하게 명절을 맞이할 것이다.

위에 언급한 사람들 말고 또 명절에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지역마다 편차는 있겠지만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명절기간동안 보건소,보건지소를 운영함에 따라 의과 공중보건의사들은 명절 비상 근무를 하고 있다. 근무시간도 평상시와 다를 바 없다.

정말 필요한 곳에서 다른 사람들을 위해 소중한 시간을 쓰고 있다면 보람을 느끼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필자의 경우 3년 동안 총 6일 추석, 설 명절 근무를 하였다. 6일동안 만났던 환자의 수는 1명이다. 이 한명도 추석연휴인지 모르고 왔던 평소 내원중이던 고혈압환자였다. 운영목적에 맞게 사고가 발생해 응급환자가 만약 보건소,지소를 방문한다면 적적한 처치가 이루어질까.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보건소, 지소에는 대처할 인력도 장비도 없다. 쉽게 말해 전쟁터에 아무런 물자도 준비하지 않고 빈손으로 나가 대기하라는 명령과 비슷하다. 또 반경 3km 이내에 응급실을 상시 운영중인 2차의료기관이 있는데 응급상황에 보건소,지소를 방문할 환자도 없을 것이다.

원외 처방지역의 경우 환자가 방문 적절한 처방을 한다하더라도 약을 조제할 약국이 운영하지 않는다면 환자에게 실제로 아무런 도움이 될 수 없다. 공공의료기관인 보건소,지소의 경우는 지역별 특성에 맞게 근무가 편성되어 운영 자체는 잘 이루어지지만 민간이 운영하는 약국은 개인 사정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서로 어긋난 채 명절기간동안 운영되기가 십상이다.

대부분의 공중보건의사들은 가족의 품을 떠나 지방에서 근무하고 있다. 명절 비상근무 때문에 가족을 만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주변에 의료기관이 없는 곳이나 꼭 필요한 곳에 최소한의 인원을 배치하여 명졀 기간동안 운영하는 것은 필수불가결한 일이겠지만 행정적인 이유로 보건소,지소를 운영하는 일은 이제는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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