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신경과학회-의학신문 공동기획
신경과분야 다빈도 질환 관리

본지는 개원의사 등 1차 진료에 종사하는 의료인들에게 보다 심층적인 학술?임상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본란에 지상 연수강좌를 개설해 1차 진료에서 흔히 접하는 질병의 진단과 치료, 관리에 필요한 최신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그 동안 본란에서는 순환기질환, 내분비 질환에 이어 암치료의 최신 동향까지 소개했으며, 이번호부터는 대한신경과학회(이사장 김주한)와 공동기획으로, 신경과 분야 주요 질환에 대해 관련 분야 최고 권위자들이 집필을 맡아 더욱 양질의 학술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8회에 걸쳐 연재될 ‘신경과 분야 다빈도 질환 관리 방안’이 1차 진료에 종사하는 의료인들에 큰 도움이 되길 기대하며, 공동기획 및 집필을 맡아주신 대한신경과학회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편집자 주]

지끈 지끈 '편두통' 원인 알고 치료하자!

두통환자 병력청취 중요 '편두통' 우선 감별해야

완치 안돼 치료목표는 '증상조절' 맞춤치료 중요

두통은 매우 흔한 증상이다. 그러나 때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경우도 있고 드물게는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진료실을 두드리는 대부분의 환자들은 내 머리에 무언가 큰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해 보았을 것이다. 대부분의 두통은 양성 증상이지만 드물지만 종양이나 지주막하 출혈, 뇌수막염 같은 심각한 병의 양상일 수 있다. 그러므로 두통 환자 진료의 첫 과제는 자세하고 체계화된 병력청취와 이학적 및 신경학적 검사를 바탕으로 빠른 조처를 필요로 하는 위험한 두통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환자의 두통이 편두통은 아닌지 항상 고민해야 한다. 대부분의 역학연구에서 가장 흔한 두통을 긴장형 두통으로 기술하고 있지만 진료실을 찾게 되는 두통의 가장 흔하고 중요한 원인은 편두통이다. 편두통은 국내 성인 유병률이 6.5%에 달하는 흔한 질환이며,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해 신체장애를 일으키는 20대 질환에 포함되어 있다. 편두통은 흔한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진단이나 치료를 받는 비율이 낮다. 다수 환자가 부적절한 자가 치료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는 약물과용두통의 원인이 되고 있다.

두통의 진단
두통은 두통 자체가 질환인 일차두통(primary headache)과 다른 원인 질환에 의하여 유발된 이차두통(secondary headache)으로 나뉜다. 일차두통은 편두통이나 긴장형 두통으로 대표되며, 이차두통에는 뇌막염, 뇌종양, 뇌졸중 등의 두개내 질환에 의한 두통이나 굴절장애나 녹내장 등의 안과질환, 턱 관절 장애 등의 치과질환, 부비동염이나 중이염으로 대표되는 이비인후과 질환, 전신감염에 따른 두통 등이 포함되며, 약물과용에 의한 두통도 이차두통에 포함된다. 그러나 원인질환이 심각한 경우와 두통의 심한 정도가 비례하지는 않으며, 단순한 진통제에 잘 반응한다고 하여도 심각한 원인질환이 배제될 수 있지는 않다. 두통의 진단은 자세하고 체계화된 병력청취와 신경학적 검사를 바탕으로 분류체계 내에서 가장 합당한 두통의 유향을 찾아내는 것이다.

▲병력청취= 진료실을 찾는 두통환자를 진단하는 처음과 끝은 병력청취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특히 편두통과 같은 일차두통이나 약물과용두통의 진단은 검사가 아닌 병력청취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진단을 위한 병력청취에는 많은 시간을 요하기 때문에 바쁜 외래에서 충분치 않은 병력청취는 오진의 가장 큰 원인이 된다. 실제로 병력청취를 통하여 진단이나 치료의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경우 환자의 검진이나 실험실적 검사를 통하여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극히 제한되게 마련이며 불필요한 검사의 남발이나 필수적인 검사를 시행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외래에 응급이 아닌 두통 신환이 왔을 때 유용한 방법 중 하나는 두통일기를 이용하는 것이다. 두통일기를 통해서 두통의 양상을 보는 것은 정확한 진단뿐 아니라 치료방침을 정하는데도 중요하다. 두통환자의 문진은 반드시 환자의 입을 통한 증상의 표현에 중점을 두어야 하며 유도하는 듯한 질문이나 환자들이 많이 표현하는“난 머리 한쪽이 아픈 편두통이다”와 같은 잘못된 자가진단에 의존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병력의 청취는 일반적으로 두통 유형과 관련된 질문으로 시작한다. 환자의 주소가 되는 두통 유형에 대하여 병력청취를 집중해야 하지만 그 환자가 가지고 있는 다른 유형의 두통도 파악하여 별도의 병력청취를 하여야 한다. 언제부터 두통이 시작되었으며 왜 병원에 오늘 오게 되었는지, 두통 발병 당시의 상황과 두통의 강도가 최고조에 달할 때까지의 시간, 얼마나 자주 발생하는지(특히 간헐적인 두통과 매일 또는 지속적인 두통을 감별하는 것은 중요하다), 두통의 지속시간과 같은 시간과 같은 질문이 필요하며, 통증의 강도나 양상, 위치, 동반된 증상과 같은 두통의 특징을 알아야 한다. 두통의 유발요인이나 두통의 악화나 완화에 관련된 요인 등을 기술하고 두통의 가족력도 확인한다. 두통이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 즉 학교나 직장에 결근을 할 정도인지 알아보고, 두통 시 복용하는 약물, 두통을 피하기 위한 행동 등 두통에 대한 반응도 질문한다.

두통을 호소하는 환자에서 신경학적 혹은 이학적 검사상의 이상 소견이 발견되는 경우는 흔하지 않고, 가장 흔한 두통은 편두통, 긴장형 두통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두개내 원인질환에 의한 두통에는 두통 이외의 다른 증상이 나타나고 두통은 여러 증상 중의 하나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두통환자의 문진에는 반드시 다양한 신체 증상의 유무를 확인하여야 한다. 반신마비나 어지럼, 시야 혹은 시력장애, 의식저하가 동반되는 경우에는 영상검사가 필요하다. 물론 두통만을 호소하는 환자라 하더라도 위험한 두통을 시사하는 소견, 즉, 40-50대 이후에 처음으로 경험하는 새로운 종류의 두통이나 점차 악화되는 두통, 기존에 경험하지 못한 최악의 두통, 졸리거나 혼미한 증상이 동반되는 두통, 두통의 양상이 변화하거나 적절한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경우, 벼락이 치듯이 갑자기 시작된 두통 등에 대하여는 주의를 기울여 조기에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정확한 원인 질환을 발견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학적 검사= 급성두통을 호소하는 환자에서는 뇌막자극징후가 중요하다. 이는 뇌막염, 뇌염, 거미막밑출혈, 뇌종양 등의 진단에 필수적이다. 만일 의식만 저하되어 있다면 뇌졸중, 거미막밑출혈, 뇌종양 등을 의심할 수 있다. 안구증상을 보인다면 녹내장, 시신경염, 군발두통, 해면정맥굴 혈전증(cavernous sinus thrombosis), 안구내의 종양이나 감염 등을 감별해야 한다. 심각한 고혈압이 있다면 본태성 고혈압 외에 갈색세포종, MAO 억제제 등의 약물부작용, 혹은 종양이나, 거미막밑출혈, 혹은 양성두개 내압상승(benign intracranial hypertension)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이때는 유두부종의 판별이 중요한데 유두부종은 관자동맥염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급성두통에서 나타날 수 있다. 거미막밑출혈, 뇌농양, 뇌종양 등에는 편마비나 편측의 감각이상 등 편측성의 신경학적 결손이 나타날 수 있다. 고열은 뇌막염이나 뇌염, 뇌농양, 관자동맥염, 전신감염 등의 중요한 증상이다.

▲영상검사= 두통환자의 대부분은 특수 검사는 필요하지 않아 충분한 병력의 청취와 임상적 진찰만으로 진단이 가능하다. 만일 필요한 경우는 뇌CT/MRI가 진단에 도움이 된다. 영상진단으로도 적절한 진단이 곤란하다면 해당 전문가의 의견을 얻거나 진단 및 치료가 가능한 시설을 갖추고 있는 병원으로의 후송이 요구된다.

CT나 MRI 같은 신경영상진단은 새로운 두통, 두통 양상의 변화, 의식저하, 경련이나 국소적인 신경학적 소견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만성 두통환자들에 있어 진단이나 치료에 대부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적절한 치료에 일정기간 반응하지 않거나 환자가 불안감등을 이유로 검사를 원하는 경우 선택적인 경우에 영상 검사를 시행한다.

뇌파는 저렴하고 비침습적인 검사지만, 특이도 및 민감도가 낮기 때문에 간질발작과의 감별이 필요한 두통환자 이외에는 대부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뇌척수액 검사는 뇌염, 뇌막염, 거미막하출혈의 확진을 위하여 시행하며 특별한 원인이 없이 머리의 위치에 따라 두통이 발생하는 위치성 두통의 경우에도 요추천자로 두개내압저하(intracranial hypotension)를 진단하는데 도움이 된다. 난치성, 아급성 또는 만성 매일 두통은 보통의 치료에는 잘 반응을 하지 않아 신경성 또는 심인성 원인으로 오인되는 경우가 많은데, 종종 유두부종이 동반되지 않고도 두개내 압력이 증가되어 두통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ESR(erythrocyte sedimentation rate)은 관자동맥염의 진단에 유용하나 확진은 조직생검을 통하여 이루어진다.

편두통은 빙산의 일각
병력청취나 이학적 검사를 통해 위험한 두통의 원인이 배제되면 의사는 진료실을 찾아온 환자의 두통이 편두통이 아닌지 우선적으로 감별하여야 한다. 편두통의 임상적 특징은 주기적인 심한 두통이다. 4-72시간 지속되는 두통이 반복하여 발생하는데 두통은 일측성과 박동성이 흔하며 일상 활동에 의해 악화되는 심한 통증이 특징적이다. 그리고 구역이나 빛공포증과 소리공포증이 함께 나타나기 때문에 환자는 조용하고 어두운 곳에서 움직이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2004년 국제두통학회의 진단기준은 환자보다는 증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두통의 중요한 면을 모두 기술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일상적인 병력청취와 같이 사용하면 편두통과 긴장형두통을 감별하는데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조짐을 동반하는 편두통은 흔치는 않지만 전형적인 조짐이 있는 경우 비교적 쉽게 진단할 수 있다. 그러나 환자가 말하는 시각증상이 전조가 아닐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단순히 두통 중에 눈이 침침하다든지 시야에 점이 보인다는 증상은 진단적 가치가 없다. 조짐의 특징은 두통 전에 나타나며 서서히 진행한 후 수십 분간 지속되는 점이다. 시각 증상은 가장 흔한 형태의 조짐으로 지그재그 형태의 번쩍거리는 선이 고정시야 주변부에서 좌우로 번져나가고 바깥쪽으로 불룩하면서 모가 난 섬광 모서리를 가지는 모양을 띠고 있으며, 지나간 자리에는 다양한 크기의 암점을 남긴다. 어떤 경우는 섬광방출과 같은 양성적 성격의 증상 없이 작은 암점이 서서히 커져 나가기도 한다.

다음으로 흔한 증상은 따끔거리는 감각이상이 한 부위에서 시작하여 점차 움직이며 한 쪽 몸통이나 얼굴의 일부분을 침범하며, 지나간 자리에는 감각소실이 나타나기도 한다. 드물게, 언어장애가 나타나기도 한다. 두 가지 이상의 조짐이 한 번에 발생하는 경우 대부분 시각증상, 감각증상, 언어장애의 순서로 나타나지만, 다른 순서로 발생할 수도 있다. 환자들이 증상을 기술하는데 있어 흔한 실수는 증상 발생이 좌측인지 우측인지, 급작스런 발생인지 서서히 발생한 것인지 하는 것과 같은 쪽 시야의 시각증상을 한쪽 눈의 시각증상으로, 감각이상을 운동약화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위해 조짐에 관한 일기를 기록하게 하면 진단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일부 환자는 전형적인 조짐 이후 항상 편두통이 오기도 하지만, 다수의 환자들은 이런 조짐 후에 비편두통형 두통이 나타나거나, 아예 두통이 없는 경우도 종종 있다. 편두통형 두통을 동반하는 전형적인 조짐에서 나이가 들면서 두통은 사라지고 조짐증상만 남게 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일과성 허혈발작과 같은 다른 질환과 감별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40세 이후에 조짐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음성증상(예; 반맹)이 주로 나타나며, 조짐의 지속시간이 너무 짧거나 긴 경우는 반드시 다른 질환을 배제해야 한다. 두통이 사라지고 나서도 조짐이 지속되거나 만성편두통의 경우에는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하여 두통 전문가에게 의뢰를 해야 한다.

편두통약물에 대한 반응을 가지고 편두통을 진단하는 방법도 합리적일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효과적인 치료제인 트립탄도 약 1/4의 환자에서는 효과가 없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즉 치료약물을 이용한 진단은 민감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잘못된 진단을 유도할 수 도 있다. 제한된 진료시간에 효율적으로 편두통을 진단하기 위하여 'ID MIGRAINE'을 사용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①최근 3개월 동안 두통으로 인하여 일상생활에 장애를 느껴본 적이 있는가? ②두통 발작 시 속이 울렁거리거나 아픈가? ③두통 발작 시 빛을 보면 통증이 더 심해지거나 민감한가? 라는 3개의 질문 중 2가지 이상 '예'라고 응답한 환자 중 93%가 편두통 환자로 밝혀졌다.

두통치료의 원칙
약물치료나 기타의 방법을 통하여 두통이 영원히 사라지기를 바라는 것이 대부분의 환자들이 기대하는 바일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많은 두통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통해서 삶의 질이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조차 하지 않고 부적절한 자기치료에 의존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치료의 목표는 증상의 조절을 통해서 환자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완치'라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목표가 아니라는 것을 환자에게 먼저 이해시켜야 한다.

이러한 목적을 위해서는 적절한 진단을 내린 후 두통의 경과와 치료에 대한 설명과 안심 혹은 확신(reassurance)을 통해 적절하고 현실적인 기대감을 가지고 치료에 임하도록 해주어야 하며, 병력이나 두통일기에서 확인된 유발이나 악화요인을 확인하여 피하도록 하는 것과 같은 적절한 비약물적 요법도 기본적인 약물치료에 병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치료과정은 가능한 근거중심의 치료지침을 따르는 것이 좋다.

그러나 아직도 국내외적으로 일차임상진료에서는 이에 대한 인식이 낮고, 진단과 치료에 적절하게 사용되지 않고 있다. 2002년에 대한두통학회에서 편두통진료지침을 발간한 바 있으나 이후 새로운 연구결과들이 많이 축적되어 개정 및 보완이 필요하였다. 이에 대한신경과학회 및 대한두통학회 소속 두통질환 전문가들이 근거중심의학에 의한 자료들을 수집하고 국내자료를 보완하였으며, 미국, 영국, 일본 등 각국의 진료지침을 참고하고 우리나라 편두통 진료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2008년 편두통진료지침이 출간되었다. 치료에 대한 개별적인 지침은 이를 참고하여 의사와 환자간의 상호 대화를 통하여 개개인에 맞는 가장 적절한 치료 방법을 선택해야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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