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직장암 치료도 새로운 변화가 시작된다!
내시경 통해 대장암 정밀 검사…‘선종’ 제거시 예방
복강경수술, 상처 적고 통증 최소화·입원기간 1주 미만

대장암은 세계적으로 발생률 2위의 암으로, 주로 서구에서 많이 발생하는 암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우리나라의 대장암 발생이 증가하더니, 어느새 서구와 비슷하게 발생률 2위의 암으로 등극되었다. 최근 여성에서는 갑상선암과 유방암이, 남성에서는 전립선 암의 증가가 가장 두드러지지만, 남녀를 아울러 전체적인 증가를 보면 대장암이 가장 빠르게 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대장암 발생이 늘어나면서 대장암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 높아졌는데, 이는 방송·신문 등 대중매체의 영향 및 국민홍보 등의 영향이 크며, 이로 인해 모든 국민들이 대장암을 예방하려는 인식도 커지고 있다.

사실 대장암은 예방하기 가장 쉬운 암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대장암은 선종(폴립)이라는 작은 혹에서 발생하며, 선종에서 진행성 대장암으로 커지는데 수년이 걸리기 때문에 선종을 제거한다면 대장암이 예방될 수 있다. 게다가 대장의 경우는 내시경을 통해 쉽고, 정확한 검사가 가능하고, 선종이 있는 경우 제거 또한 동시에 내시경을 통해 가능한 만큼 정기적인 내시경 검사를 한다면 얼마든지 대장암을 예방할 수 있다.

대장암 발생의 증가와 더불어 다양한 의학 및 과학의 발전은 대장암 치료 방식을 조금씩 변화시켜가고 있다.

과거 수 십년 전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와 발전이 있어서 그야말로 획기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대장암 치료의 변화는 다양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첫 번째는 환자의 편의성이라는 면에서의 변화이다. 주로 수술법의 발전이 환자 편의성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변화인데, 수술 후 통증이 적고, 상처가 적고, 빨리 회복하며, 입원기간을 줄이고 생업으로 빠르게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수술방식의 적용이다. 복강경수술, 단일절개창 수술 등이 이에 속하며, 크게 보면 로봇수술 등의 시도도 여기에 속할 수 있는 변화이다.

또 하나의 변화 방향은 암의 치료성적을 높이는 쪽의 변화이다. 이는 새로운 약제 및 수술기법의 향상, 수술 후 환자치료법의 향상 등으로 대장암 치료방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과거보다 대장암치료의 성적이 월등하게 향상되었으며, 또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포기되던 다른 장기에 전이를 보이는 대장암 환자들이 요즘에는 많은 경우에 있어서 적극적인 치료 대상이 되어 완치를 목적으로 한 수술 및 기타 치료가 진행되고 있다.
이를 위한 변화가 최근 전문가들에게 오르내리는 ‘다학제 병합치료’라는 것이다. 쉽게 설명하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동으로 치료를 하는 것이 치료성적을 높이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바람은 향후 지속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대한 몇 가지를 설명하도록 하겠다.

◇ 복강경수술
복강경수술이 대장질환에서 시도된 것은 20년이 채 안되었으며, 특히 대장암에 대해 광범위하게 시행된 것은 2000년도 중반 정도라고 할 수 있다.

복강경수술법은 말 그대로 복강경이라는 기구 및 방식을 이용하여 복벽에 기구를 삽입할 수 있는 1cm 미만의 작은 절개창을 3~4개 정도와 대장암 및 조직을 제거할 수 있는 2~4cm의 절개창을 하나만 내어서 수술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상처가 매우 작다는 것이 이 수술법의 장점이다.

또 가느다란 기구가 복강내에 들어가서 수술을 하게되므로 수술부위 이외에는 거의 손상을 주지 않게 된다.

이러한 기법으로 인해 결국 환자는 수술 후 통증이 최소화되고, 장마비의 기간도 짧아져서 빠른 식사가 가능하게 된다. 이는 입원기간의 감소로 이어져서 복강경수술 후 통상 입원기간은 1주일 미만이 된다. 그 외에도 수술 후 여러 가지 합병증 감소 등의 이점도 있다.

보통 복강경수술을 한다고 하면 상처가 작은 만큼 복강내의 암에 대한 수술도 작은 규모로 시행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즉 절제하는 장의 길이나 제거하는 림프절의 갯수가 줄어든다는 인식이 많은데, 복강내에서 진행되는 수술의 내용은 거의 개복수술과 동일하다고 말할 수 있다.

복강경수술법은 다양하고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만능이라거나 모든 대장암 환자에게 시도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암수술의 가장 큰 목적은 암의 완전한 제거와 치유이다.

사실 작은 상처라든지 빠른 회복은 두 번째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복강경수술법이 시도되려면 우선적으로 동일한 암치료 성적을 보이는 가를 따져 보는 것이 우선이다.

현재까지의 많은 임상자료를 종합하면 대부분의 대장암 환자에서 복강경수술은 개복수술과 동일한 암치료성적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대장암의 약 30~40%를 차지하는 직장암의 경우는 아직까지는 복강경수술과 개복수술에 대한 정확한 비교자료가 부족하다.

물론 조만간 이러한 자료들은 확보될 것으로 전망되고, 현재까지의 연구결과로는 직장암에도 복강경수술은 개복수술과 동일한 치료성적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여전히 직장암에서 복강경수술을 시행하는 것은 주의가 필요하며, 환자에게도 이런 사항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또 전이를 보이거나, 국소적으로 심한 침윤을 보여서 다른 장기를 같이 동반 절제해야 하는 경우, 과거 수술력으로 시술이 기술적으로 힘든 경우도 복강경수술이 어려운 경우이다.

복강경수술은 환자에게 많은 이득을 주는 수술법으로 앞으로도 많은 기술적인 진보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장암 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암의 치유인 만큼 이에 대한 면밀한 검토 후에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즉 좋은 방식이지만 만능의 방식은 아닌 것이다.

◇ 단일절개창 수술
최근에 전문가들 사이에서 화두가 되는 수술법이다. 쉽게 설명을 하면 복강경수술이 상처를 줄이는 방향으로 더 발전된 방식이다. 큰 의미에서의 복강경 수술이지만 복강경수술법이 4~5개 혹은 6개 정도의 절개창을 갖는데 비해 오직 배꼽주변의 3~4cm 정도의 단일 한 구멍(절개창) 만을 뚫고 수술을 진행하는 것이다. 따라서 수술 후의 상처는 오직 작은 하나만 남으며, 배꼽주변이므로 상처치유가 잘되는 경우 심지어 상처를 찾아보기 어려운 정도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수술법은 기술적으로 상당히 어렵다.

당연히 다양한 개복 및 복강경수술의 경험을 가진 외과의사가 시도할 수 있으며, 수술시간도 일반적인 복강경 수술에 비해 오래 걸린다. 아직까지 광범위하게 대장암 수술에 시도되는 것은 아니며, 몇 명의 전문가 집단을 중심으로 조심스럽게 수술이 시도되고 있는 실정이다. 비록 단일절개창 수술이 상처를 최소화시킬 수 있는 수술법이라고 해도 아직까지는 여러 가지 면에서 검증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

즉 작은 절개창을 몇 개 줄이는 것이 과연 환자의 통증을 줄이고 회복시키는데 도움이 있을 것인가 하는 부분과, 대장암의 치료성적이 다른 수술법과 동일한 것인가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향후 많은 연구결과가 있어야 할 것이지만, 현재는 대장암 환자에서 이를 비교한 자료는 거의 없다.

따라서 이러한 단일절개창 수술은 조기암이나 심하지 않은 대장암중, 암의 위치가 비교적 단일절개창 수술에 적합한 일부 환자에서 제한되어 시행되어야 할 것이며, 당연히 경험 많은 외과의 및 외과팀에 의해서만 시도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단일절개창수술법의 장점 및 문제점에 대해서도 환자에게 설명이 되어야 할 것이다.

◇ 로봇수술법
로봇수술은 가장 매스컴의 각광을 받는 의료영역 중 하나이다. 이는 대장암이건 혹은 다른 질환의 수술이건 마찬가지인 것 같다. 아마도 로봇이 주는 미래적인 혹은 첨단적인 이미지가 겹쳐지면서 이 수술이 현재에서 가장 이상적인 수술법이라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

로봇은 로봇수술기계에 부착된 로봇팔이 작은 절개창을 거쳐 복부로 들어가서 수술이 시행되며, 외과의는 로봇수술을 원격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마치 비행기 조정석과 같이 생긴 콘솔이라는 곳에서 수술을 시행하게 된다. 이러한 로봇수술은 여러 가지의 장점이 있다.

우선 수술시야가 매우 좋다. 복강경수술도 첨단의 광학기계를 이용해 해상도가 높은 수술시야를 제공하지만, 로봇수술의 시야는 근본적으로 3차원이기 때문에 선명하고도 실감나는 수술시야를 가지면서 수술이 진행된다. 쉽게 축구경기를 2D 및 3D TV를 볼 때의 차이를 상상하면 된다. 또 로봇팔의 움직임이 전후 좌우로 3차원적인 움직임이 가능하므로 인간의 팔과 흡사한 움직임을 가질 수 있다. 이러한 장점으로 인해 아마도 수술시 신경손상을 최소화하고 정밀한 수술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은 이론적인 것이며, 정말 로봇수술 후 환자의 배변기능이 우월하고, 로봇수술이 항문보존 등에 장점이 있는 것인가에 대한 증거는 없다. 또 로봇수술이 근본적으로 복강경과 비슷한 수술법이지만 암의 치료성적이 동일한 것인가에 대한 자료도 전혀 없다. 무엇보다도 일반개복수술 혹은 복강경수술에 비교해 지나치게 수술비용이 크다는 것도 큰 단점이다.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로봇수술은 아마도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이다. 로봇기계도 나날이 발전된 모델이 나오고 있으며, 다양한 임상자료도 축적이 될 것이다. 따라서 미래의 중요한 수술방식으로 자리잡을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비싼 가격에 비하여, 실제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장점을 말하기는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이러한 수술방식은 대장암에서 일반적으로 권유되기는 어려우며, 환자의 요구에 따라 의료진과 상의 후에 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떤 경우에 로봇수술을 해야 환자가 가장 큰 이익을 가질 것인가에 대한 적응증도 신중하게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 다학제 병합치료
지금까지의 내용은 수술의 기법 및 이를 통한 환자의 편이성의 극대화라는 면에서의 변화라면 다학제 병합치료는 어떻게 대장암·직장암의 치료성적을 극대화 하고,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던 전이성 암을 치료할 것인가에 대한 변화이다. 쉽게 말하면 대장암·직장암의 치료성적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존의 외과뿐 아니라 혈액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소화기내과, 영상의학과, 병리과 및 간담도외과, 흉부외과등의 전문가가 종합적이고 포괄적으로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치료법을 정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 정기적인 모임과 환자에 대한 토의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고 여겨질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런 시도는 국내외를 포함해야 최근에 일어난 움직임이다.

예를 들면 과거 다발성 간전이 및 폐전이가 있는 대장암 환자가 있는 경우 단순히 항암치료를 시행하였지만, 최근에는 항암치료를 먼저 시행한 후, 상태를 판단해 대장과 간에 대한 수술 및 고주파 시술을 하고, 2차적으로 폐수술을 시행하고 다시 항암치료를 하는 식으로 치료를 진행해 간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치료가 매번 가능한 것은 아니며, 치료를 한다고 해도 전이암의 경우 재발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분명한 것은 이렇게 치료를 하는 경우 가장 좋은 치료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치료가 가능할 수 있는 바탕은 효과가 좋은 항암제의 등장, 수술기법의 발전, 스텐트 시술 및 고주파 등 치료방식의 다양화에 기인한다. 이러한 치료의 변화는 앞으로 가속화 될 것으로 전망되며, 빠르게 대장암 치료방침을 변화시켜나가며 이와 더불어 치료성적도 높여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이런 방식의 치료가 가능하려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및 치료방식이 가능한 곳에서 대장암의 진단 및 치료가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며, 또한 이런 전문가 사이의 의견이 교환되고 토론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잘 이뤄진 병원이 가장 좋은 치료성적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전이를 보이는 대장암의 경우는 다학제 병합치료가 원활하게 시행될 수 있는 병원을 선택해 치료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대장암 치료의 변화는 결국 치료성적을 높이면서 환자의 만족도 및 편이성을 높이려는 시도와 같은 말이다. 이러한 시도는 몇 가지 설명한 것 이외도 다양한 분야 및 방법으로 진행되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달이 빠르게 진행되는 것과 발맞춰 이러한 대장암 치료의 변화도 급격히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의료진 및 환자들이 치료를 앞두고 고려해야 할 사항도 점차 많아지고 알아야 할 지식도 커져서, 가끔은 환자들이 잘못된 선택이나 인식을 가지게 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러한 변화의 시대에서 사실 필자가 환자 및 의료진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아주 구식이다. 의료진은 다양한 변화에 대한 유연하고도 충분하게 대처하고 준비해야 하며, 또 이러한 새로운 치료법에 대해 환자에게 성실하게 설명해야 한다.

또한 환자들의 경우는 신뢰할 수 있는 의사와 병원을 신중하게 선정해야 하며, 치료가 시작되면 의료진에 대한 믿음과 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의료진과 더불어 치료를 해나가라는 것이다. 머지않아 모든 대장암이 예방되고 또 치료될 것을 꿈꿔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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