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의료서비스가 공공재인가, 아닌가 하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동안 깊게 생각해본 문제가 아니었으나 이번에 글을 읽으면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공공재란 정부재정에 의해 공급되어 모든 개인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재화 또는 서비스를 칭한다.

공공재는 기본적인 두 가지 조건이 있는데 하나는 비경합성이고, 또 하나는 비배제성이다. 비경합성이란 한 개인의 소비가 다른 소비자의 소비 효용을 떨어뜨리지 않는 경우이며, 비배제성은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사람도 이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의료는 과연 공공재인 것인가? 그동안 나는 의료가 공공재 성격이 강하다고 생각해왔다.

이유인 즉, 의료는 누군가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모든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정부는 그리고 공무원들은 의료가 공공재라고 주장하는 편이다. 비배제성을 강조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정말로 비경합성은 존재하는가? 제공할 수 있는 의료는 한정되어 있고, 많은 사람이 이용하려고 하기 때문에 이점에서는 조금 어려운 감이 없지 않다. 또한 실제 공공재로 제공되고 있는 도로, 경찰, 국방에 관련해서 비교해 본다면 황당하기까지 하다.

도로, 경찰, 국방에 들어가는 비용은 전부 국가가 세금으로 그 비용을 충당하며 유지 보수 또한 국가가 세금에서 충당한다. 하지만 의료서비스는 어떠한가? 의료인이 되기까지 드는 비용(등록금, 생활비 등)을 개인이 전부 지불하고 있다.

병원 설립은 또 어떠한가? 소수 몇 개의 병원을 제외하고는 재단이나 개인이 설립한다. 월급 생활비 또한 모두 사업자 부담이다. 의료보험 또한 우리는 보험료를 내지만 모든 의료서비스를 사용할 시 본인부담금을 낸다.

웃긴 것은 국가가 입맛대로 보장 내역을 조정한다는 것이다. 예산을 아끼기 위해 정부가 입맛대로 바꾸는 게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의료를 공공재로 보는 유럽의 경우 의사 양성부터 병원 설립, 생활비 등 모든 금액을 국가가 부담한다. 반면 미국은 거의 자유시장주의이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공공재로서 의료서비스 제공을 의료인들에게 강요할 뿐 아무런 대가도 지불하지 않고 있다. 즉, 의무를 강요할 뿐 권리는 주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정작 국민들에게는 우리가 이만큼 제공하고 있다고 큰소리를 친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번다’라는 말이 바로 이럴 때 쓰는 것이 아닐까? 결국 곰의 입장에서 왕서방은 ‘칼 안든 강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닐 것이다.

이경희

경기도 양평군청 공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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