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방출 미세소구법, 항암제 방출 종양내 국한

전신 항암제 농도 100배 감소… 부작용 최소화

한 가지 제제로 ‘허혈·항암제 방출 효과’ 동시에

간독성·항암제 유해반응 낮춰 환자 생존율 향상

경동맥 화학 색전술의 진화

경동맥 화학 색전술(transcatheter arterial chemoembolization, TACE)은 현재 수술적 절제술이나 고주파 열치료법(radiofrequency ablation)이 불가능한 진행된 병기의 간세포암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표준 치료법이다. 경동맥 화학 색전술은 첫 시도 이후 벌써 25년이 넘는 비교적 역사가 긴 치료법임에도 불구하고 극동 아시아 지역을 제외하고는 그간 간세포암의 중심 치료로서 인정받지 못해 오다가 최근 경동맥 화학 색전술이 간세포암의 치료에 있어서 보존적 치료나 전신적 항암요법보다 효과가 우수하고 환자의 생존율 증가에 기여함이 입증되면서 간세포암 치료의 전면에 나서게 되었다.

아울러 이 치료법은 간세포암의 초기 치료로서 뿐만이 아니라 간세포암이 재발한 경우에 있어서도 매우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그러나 경동맥 화학 색전술의 장기적 치료 효과는 아직도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하여 여러 무작위 배정 비교-대조군 연구에서 드러났듯이 3~6개월 이상 치료 반응이 지속되는 경우는 전체 환자의 27~35%에 불과하였고, 치료 반응이 없는 군에서는 보존적 치료군과 비교할 때 생존율의 향상이 거의 없었다. 또한 초기 치료 반응이 좋은 군에서조차 3년 내 재발률이 65%에 이르렀으며 전체적으로 경동맥 화학 색전술 후 3년 생존율은 26~29%를 넘지 못하였다.

경동맥 화학 색전술의 시술법은 아직까지도 표준적으로 정해진 바 없으며 다분히 시술기관과 시술자의 선호도에 따라 색전 물질과 항암제의 선택, 시술 방법 등에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는 항암제를 iodized oil에 섞어 종양 혈관으로 주입한 뒤 잇달아 색전 물질을 투여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며, 이 시술의 근본 치료 원리는 종양의 허혈성 괴사와 함께 항암제의 국소 효과에 의해 종양 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경동맥 화학 색전술의 치료 전략은 종양 내의 항암제 농도는 가능한 한 높이 유지하여 항암 효과를 극대화하고, 전신으로 퍼지는 양은 될 수 있는 한 줄여 전신적 항암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기존의 경동맥 화학 색전술에 대한 약동학적 연구들은 경동맥 화학 색전술이 전신적 항암 치료에 비하여 유의하게 혈장 내 항암제 농도가 낮으며 lipiodol과 함께 주입하면 더 낮아진다는 사실을 보고하였다. 하지만 경동맥 화학 색전술 시행 시 혈장 내 항암제 농도는 급격한 오르내림을 보였으며 이는 예측이 불가능하였다.

이러한 경동맥 화학 색전술의 효과와 부작용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몇 년 전부터 약물 방출 미세소구(drug-eluting beads)를 이용하는 방안이 임상의들의 큰 기대 속에 검토되기 시작했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약물 방출 미세소구는 polyvinyl alcohol(PVA)과 2-acrylamido-2-methylpropane sulphonic acid(AMPS)로 만들어진 구형의 장치이며, 표면에 항암제를 탑재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사용 전에는 미세소구와 항암제를 따로 보관하다가 사용 직전 섞게 되는데, 표면에 탑재된 항암제의 용출 속도는 미세소구의 크기에 따라 달라지게 되며 미세소구의 크기가 클수록 용출 속도가 느려진다.

기존의 경동맥 화학 색전술보다 얼마나 효과적인가

기존의 경동맥 화학 색전술이나 약물 방출 미세소구를 이용한 경동맥 화학 색전술 모두 항암 효과의 주된 기전은 종양의 허혈 유도 효과이다. 이 개념은 비종양 간조직이 혈류 공급을 동맥혈과 문맥혈에 의존하는 데에 비해 종양 조직은 오로지 동맥혈에만 의존하는 것에 착안한 치료법이다.

두 시술 방법 모두 종양으로 유입되는 동맥 분지를 통해 색전 물질을 주입함으로써 종양의 국소 허혈을 유도하고 주변의 비종양 간조직을 보존하게 된다. 아울러 종양 내에 항암제를 투여함으로써 색전물질에 의한 종양 허혈 효과를 더욱 강화시키는데 종양 내에 항암제가 머무르는 시간이 길수록 그리고 농도가 높을수록 그 효과가 커진다.

그리하여 기존의 경동맥 화학 색전술에서는 항암제를 lipiodol에 섞어 주입함으로써 일시적으로 소정맥을 막아 종양 내 항암제 농도를 증가시키고 전신으로의 유출을 막고자 하였다. 실제로 기존의 경동맥 화학 색전술에 대한 약동학적 연구들에서 종양 내 항암제의 농도 반감기는 전신 동맥 주입에 비해 2~3배 길었으며, 항암제가 종양 내에 머무르는 시간은 경동맥 화학 색전술 후 1개월까지 이르렀다.

아울러 경동맥 화학 색전술은 전신적 항암 치료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종양 내 항암제 농도를 이룩할 수 있으며, 주위 비종양 조직에 비해 종양 내 항암제 농도는 9배에 달하였다.

약물 방출 미세소구는 이론적으로 항암제가 색전구의 표면에 탑재되어 있기 때문에 전신으로의 손실 없이 오직 종양 내에서만 국소적이고 지속적인 항암제 방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상적인 치료 방법이다. 또한 이 방법은 한 가지 제제로 허혈 효과와 항암제 방출 효과를 동시에 볼 수 있으며, 보다 일정하고 예측 가능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약물 방출 미세소구를 이용한 경동맥 화학 색전술에서 종양 세포의 허혈 현상은 종양 세포막에 손상을 주고 이는 항암제가 보다 용이하게 세포 내로 침투할 수 있게 한다. 이를 이용한 동물 실험에서는 항암제의 국소 농도가 색전술 이후 3개월까지 유지되었으며, 종양 내 항암제 농도는 기존의 경동맥 화학 색전술에 비해 400%에 달하였다.

종양 세포 괴사는 색전술 후 7~14일째에 최고조에 달하였고, 이 기간에 거의 대부분의 종양세포가 괴사에 이르렀다. 반면에 혈장 내 항암제 농도는 극히 미미하였다. 이 결과를 전신 동맥 내 항암제 주입과 항암제가 탑재되지 않은 미세소구 색전술을 함께 시행한 경우와 비교하였을 때에도 약물 방출 미세소구 경동맥 화학 색전술은 유의하게 우수한 성적을 보였다.

조직학적으로 살펴 볼 때 약물 방출 미세소구 경동맥 화학 색전술의 동물 실험 결과는 미세소구의 크기에 의존하는 결과를 보인다. 미세소구의 직경이 100~300um인 경우에는 미세소구를 중심으로 바깥쪽으로 방사되는 조직학적 변화를 보였으며, 목표 병변과 주변 간조직의 완전괴사 및 혈관염, 호중구성 염증 반응, 증등도의 문맥 섬유화, 동정맥/담도 증식증을 일으켰다. 그리고 괴사의 양상은 허혈성 및 독성 세포 사멸을 시사하는 광범위한 액화성, 응고성 괴사 형태를 띠었다. 미세소구의 직경이 700~900um인 경우에는 괴사가 이보다 덜하였으며 조직학적 변화 양상도 방사상의 형태를 띄지는 않았다.

한편, 항암제가 탑재되지 않은 100~300um 크기의 미세소구를 사용하였을 때에는 병변은 간조직 괴사를 보이지 않는 비괴사성 혈관염의 형태를 보였다. 이러한 사실은 항암제 탑재의 추가적 가치에 대해 알려준다고 하겠다.

100~300um 크기의 항암제가 탑재된 미세소구를 이용한 경동맥 화학 색전술에서 관찰되는 광범위한 세포괴사는 미세소구의 작은 크기로 인해 주변 곁가지 혈관들까지 폐색되고 여기에 항암제의 국소 효과가 합쳐진 것이다. 더 나아가 세포 괴사는 곁가지 혈관을 통해 항암제가 빠져 나가는 것을 막고 간세포가 항암제를 대사 분해하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도 한다.

기존의 경동맥 화학 색전술보다 얼마나 안전한가

약동학적 관점에서 보면 약물 방출 미세소구를 이용하게 되면 항암제는 종양 내에만 머무르게 되며 종양 내 약물 농도 변화도 점진적인 변화 양상을 띠게 된다. 따라서 약물 방출 미세소구를 이용한 경동맥 화학 색전술은 항암제가 전신으로 퍼지는 것을 최소화하고 급격한 농도 변화를 막아 항암제로 인한 전신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다.

실제로 이와 같은 현상은 토끼를 이용한 초기 동물 모델에서도 증명된 바 있으며 인체 연구에서도 기존의 경동맥 화학 색전술에 비해 약물 방출 미세소구 경동맥 화학 색전술을 시행했을 때 전신 항암제 농도가 100배 가량 감소함이 증명되었다.

기존의 경동맥 화학 색전술의 부작용 중 항암제에 의한 전신 부작용 외에 국소 부작용인 간농양, 경색, 담낭염 등은 대략 2% 가량의 환자에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고, 30일 내 사망률은 대략 1% 가량이다. 약물 방출 미세소구 경동맥 화학 색전술에 의한 국소 부작용 발생률은 이러한 기존의 방법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어떤 환자서 약물 방출 미세소구 TACE 시행하나

일반적으로 약물 방출 미세소구 경동맥 화학 색전술을 시행하게 되는 환자군의 선택은 경동맥 화학 색전술을 시행하는 환자군과 동일하며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유사하다. 한 가지 다른 점은 약물 방출 미세소구 경동맥 화학 색전술에서는 lipiodol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시술 도중이나 시술 후 치료 효과를 기존의 경동맥 화학 색전술에서는 lipiodol의 분포를 보고 평가하게 되나 약물 방출 미세소구 경동맥 화학 색전술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그러나 오히려 lipiodol이 없다는 점이 영상학적 검사에서는 잔존 종양이나 국소 재발을 찾아내는 데 더 유리하게 작용한다.

최근의 임상 연구 결과들

최근 201명의 유럽인들을 대상으로 수행된 다기관 무작위 배정 비교-대조군 연구에서 doxorubicin을 이용한 약물 방출 미세소구 경동맥 화학 색전술은 기존의 경동맥 화학 색전술에 비해 간독성과 항암제 관련 유해 반응이 월등히 감소함을 보여 주었다. 평균 최대 AST, ALT 상승치는 각각 41%와 50% 가량 감소하였으며, 이와 같이 우수한 안전성 덕분에 약물 방출 미세소구 경동맥 화학 색전술 군에서 기존의 경동맥 화학 색전술 군에 비해 고용량의 doxorubicin을 투여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객관적 치료 반응면에서 유의한 향상을 보였다.

71명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또 다른 연구에서는 생존율 분석을 시행하였는데, Child-Pugh 분류A와 B인 환자들이 포함된 이 연구에서 기존의 경동맥 화학 색전술 군은 평균 323일의 생존율을 보였던 것에 비해 약물 방출 미세소구 경동맥 화학 색전술 군은 641일의 월등한 생존율을 보였다(p=0.002).

또한 약물 방출 미세소구 경동맥 화학 색전술의 가치는 항암제가 탑재되지 않은 미세소구 색전술과의 비교 연구에서도 그 우수성을 입증하였다. 12개월째 종양 진행률이 각각 46%와 78%로 약물 방출 미세소구 경동맥 화학 색전술 군이 더 우수하였고(p=0.002), 종양 진행까지의 시간도 36.2±9주와 42.4±9.5주로 약물 방출 미세소구 경동맥 화학 색전술 군이 역시 우수하였다(p=0.008).

약물 방출 미세소구 경동맥 화학 색전술의 효과에 대한 연구는 간이식까지의 중간 치료와 고주파 열치료법의 보조 치료까지 이어져 고무적인 결과들을 내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미세소구를 이용하여 항암제에 의한 전신적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장차 간세포암의 표적 치료제를 포함하여 어떤 종류의 치료법과도 병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매력적인 치료 전략이 아닐 수 없다.

미래의 치료 전략

경동맥 화학 색전술의 기술적인 면에서의 진보와 분자생물학의 눈부신 발전에 힘입어 간세포암 치료에 있어서도 여러 가능성 있는 신치료기법들이 우리 눈앞에 다가와 있다. 예를 들자면, 경동맥 화학 색전술 후 간세포암의 재발은 vascular endothelial growth factor(VEGF)의 생산 증가와 동반되는 혈관신생(angiogenesis)으로 특징지어진다.

경동맥 화학 색전술은 잔존 종양 세포로부터 VEGF의 생산을 촉진하고 아울러 hypoxia-inducible factor 1-alpha와 같은 다른 혈관 신생 촉진 인자들의 발현도 증가시킨다. 따라서 경동맥 화학 색전술과 함께 혈관 신생을 억제하는 약제 병합 치료가 보다 이상적이다. 현재 이를 이용한 대규모 연구가 거의 마무리 중이며 여기에는 약물 방출 미세소구 경동맥 화학 색전술과 혈관 신생 억제제의 병합 치료도 포함되어 있다. 많은 임상 전문가들이 현재 흥미로운 눈길로 이 연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약물 방출 미세소구 경동맥 화학 색전술은 그 효과와 안전성 면에서 기존의 경동맥 화학 색전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방법이다. 약물 방출 미세소구를 이용한 경동맥 화학 색전술은 기존의 경동맥 화학 색전술과 비교할 때 항암제의 방출이 종양 내에만 국한되며 항암제 농도의 급변이 없이 점진적이고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이루어진다. 약물 방출 미세소구를 이용한 경동맥 화학 색전술은 기존의 경동맥 화학 색전술보다 간독성과 항암제 관련 유해 반응이 월등히 적으며, 치료 효과면에서 생존율의 향상과 객관적 치료 반응면에서 유의한 향상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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