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위암 치료 ‘내시경 점막하 박리술’ 효과적

EMR, 병변 침범 범위 정확히 파악…위절제보다 비침습적

ESD, 조기 위암 크기·위치·형태 상관없이 일괄절제 가능

위암은 세계적으로 폐암, 유방암, 대장암에 이어 네 번째로 흔한 암이며, 전체 암발생의 8.6%를 차지하고 있다. 2002년의 경우 전세계적으로 90여만 명이 위암으로 진단되었다.

위암의 2/3는 개발도상국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동아시아의 발생률이 가장 높다. 세계적으로 위암의 발생률과 사망률은 점차 감소하는 추세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여러 암 중 위암이 가장 흔하다.

조기 위암 비율의 증가

국내 위암 역학에서 주목할 점은 조기 위암이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위암학회에서는 2004년 전국 57개 병원에서 위암으로 수술받은 환자 1만1293명의 자료를 수집하여 1995년 자료, 1999년 자료와 비교하여 발표하였다.

이 보고에서 수술로 치료한 위암 중 조기 위암의 비율은 1995년 28.6%, 1999년 32.8%, 2004년 47.4%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였다. 따라서 최근 국내에서 수술로 치료한 위암의 약 절반가량이 조기 위암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같은 조기 위암 비중의 증가는 병원 및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질 좋은 내시경검사가 광범위하게 시행되고 있는 점과 개인차원의 건강검진, 그리고 국가암조기검진사업 등에 힘입은 바 크다.

국내 조기 위암 검진 현황

위암 검진은 크게 국가에서 주도하는 검진과 각 병원에서 시행되는 검진으로 대별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정부에서 주도하는 국가암조기검진사업은 세계적으로도 그 유래를 찾아 보기 힘든 매우 적극적인 사업이다.

보건복지부에서는 1996년 암 정복 10개년 계획을 수립하였고, 1999년부터는 국가암조기검진사업으로 위암 검진을 포함한 조기암검진사업을 시작하였다.

위암 검진 대상은 40세 이상의 모든 성인으로 2년 간격으로 내시경 검사 또는 상부위장관조영술을 시행하는 것을 추천하고 있다. 국가암조기검진사업 수검률은 2006년도에는 20.6%였으며, 이 중 위암 검진 수검률은 21.8%로 유방암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검률을 보였다.

우리나라에서 위암 검진에 따른 위암 생존율 변화는 아직 보고된 바 없으나, 무증상기 동안의 검진에 의하여 발견된 위암 중 조기 위암 비율은 1996년과 2001년에 각각 74%와 78%로 증상이 있는 경우의 조기 위암 비율 26%와 36%에 비하여 유의하게 높았다.

또한 2006년 전국 40개 병원 건강증진센터에서 위내시경을 시행받은 16세 이상 검진자 2만5536명의 자료를 분석하였을 때 진행성 위암은 0.07%인 18명에서 발견된 반면, 조기 위암은 0.18%인 47명에서 발견되었다고 보고되어 75%의 높은 조기 위암 비율을 보였다.

진행성 위암보다 조기 위암의 예후가 좋은 것은 명백하므로 조기 위암 환자 비율이 높은 검진에서 발견된 위암 환자의 경우 그 생존율 또한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조기 위암의 내시경 치료

조기 위암은 림프절 전이 여부에 관계없이 종양의 침범 깊이가 점막 또는 점막하층에 국한된 경우로 정의된다. 위암의 예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인자는 림프절 및 원격 전이이므로 전통적으로 위암의 표준 치료는 근치적 위 절제술 및 광범위한 림프절 곽청술이었다.

그러나 수술의 경험이 축적되면서 림프절 전이가 동반되지 않은 상당수의 조기 위암이 발견되었고 어떠한 경우에 림프절 전이가 거의 동반되지 않는지도 밝혀졌다.

이후 이러한 자료를 근거로 하여 림프절 전이 확률이 매우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조기 위암에 대한 내시경 점막 절제술(endoscopic mucosal resection, EMR)이 시도되게 되었다.

EMR 시술 후의 생존율에 대한 장기 자료가 축적된 현재는 적응증을 만족시키는 조기 위암 병변에 대해서는 EMR이 수술을 대치할 수 있는 근치적 치료법으로 인정되고 있다.

EMR은 시술 후 절제된 병변의 병리 조직학적 검사를 통해 림프절 전이 여부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병변의 침범 범위와 깊이를 정확하게 알 수 있으므로 수술 등의 추가적인 치료의 필요성을 평가할 수 있다.

또한 개복이 필요 없으므로 위절제술보다 훨씬 덜 침습적이어서 개복 수술에 비해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그러나 EMR은 시술에 올가미(snare)를 사용하므로 크기가 2cm 이상인 병변의 일괄 절제는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된 시술이 최근 널리 사용되고 있는 내시경 점막하 박리술(endoscopic submucosal dissection, ESD)이다. ESD는 올가미 대신 전기절개도(electrosurgical knife)를 이용하여 병변을 직접 절제하므로 이론적으로는 절제 가능한 병변의 크기에 제한이 없는 시술이다.

조기 위암 내시경 치료의 적응증

조기 위암의 내시경 치료의 선택에서 중요한 점은 기술적으로 일괄·완전 절제가 가능해야 하고, 림프절 전이나 원격 전이가 동반될 가능성이 매우 낮아 내시경 절제만으로도 완치가 가능하고 수술과 대등한 생존율을 보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조기 위암에 대한 내시경 치료의 전통적 적응증은 점막에 국한되고 분화도가 좋은 크기 2cm 이하의 융기형 암과 궤양을 동반하지 않은 크기 1cm 이하의 함몰형 암이다.

이러한 기준은 여러 연구를 통해서 림프절을 비롯한 원격 전이의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고 알려져 완치가 가능하다는 점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나, 기존의 EMR 시술이 크기 2cm 이상의 병변을 일괄 절제하기 어렵다는 제한점을 가진 점도 고려된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 ESD가 개발되면서 위암의 크기, 위치, 형태 등에 상관없이 일괄 절제가 가능해졌다. 또한 일본의 Gotoda 등은 림프절 절제와 위 절제를 받은 5265명의 위암 환자의 수술 자료를 분석한 연구 결과에서 림프관과 혈관 침윤이 없는 분화도가 좋은 점막암인 경우는 궤양이 동반되지 않았다면 크기에 상관없이 궤양이 동반되었다면 크기 3cm 미만에서는 림프절 전이가 동반되지 않았다고 보고하였다.

또한 점막하층까지 침윤한 경우에도 점막하층 침윤 정도가 500μm 이하이고 림프관 및 혈관 침윤이 없는 분화도가 좋은 위암인 경우에는 림프절 전이가 없었다고 보고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내시경 치료 적응증의 확대를 제기하였다.

그러나 국내의 여러 보고에서 Gotoda 기준을 만족하는 경우에도 림프절 전이가 존재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보고하였으며, 수술로 절제된 병변에서 얻어진 자료를 기준으로 내시경 절제 후 획득된 병변 표본(specimen)에서의 침범 깊이 및 범위에 대한 임계치(cut-off value)를 설정하는 것은 부정확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많은 실정이다.

또한 현재 확대 적응증에 대한 장기 생존율 자료가 부족하여 적응증의 확대에는 신중을 기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조기 위암의 내시경 치료 적응증 확대에 앞서 전제되어야 할 조건은 환자의 삶의 질뿐만 아니라 수술과 대등한 생존율이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위암 개복수술로 인한 사망률이 매우 낮은 나라에서는 적응증 확대에 더욱 신중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조기 위암의 내시경 치료 성적

현재까지 조기 위암의 내시경 치료 성적을 수술과 직접적으로 비교한 대규모 연구는 없지만 장기간의 임상 관찰 연구들은 전통적 적응증을 만족시키는 조기 위암의 경우 EMR/ESD 후의 예후가 외과적 수술과 대등함을 보여주었다.

국내에서 시행된 514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다기관 EMR 연구에서는 일괄 절제율이 71.8%였고, 완전 절제율은 77.6%였다. 또한 완전 절제된 예를 중간값 23.5개월 동안 추적관찰했을 때 국소 재발률은 6%였으며 추적관찰 기간 동안 위암과 연관된 사망은 없었다.

ESD 도입 후에는 성적이 더욱 향상되어 국내에서 시행된 10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다기관 ESD 연구에서는 일괄 절제율과 완전 절제율이 각각 95.3%, 87.7%였다. 이 연구에서 출혈과 천공 발생률은 각각 15.6%와 1.2%였다.

결 론

우리나라는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암 발생률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위암의 경우 발생률은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지만 고령화로 인해 절대적인 발생 수치는 오히려 증가하였다.

조기 위암의 경우 완치가 가능하며 비침습적인 내시경 치료가 가능한 경우도 많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내시경검사 수가가 저렴하고 내시경 의사의 질이 높아 조기 위암 발견율이 높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는 위암검진사업의 효과가 매우 좋을 것으로 판단되나 아직 수진율이 낮은 상태여서 위암검진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조기 위암의 내시경 치료는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으며 적응증을 만족시키는 환자에서는 수술과 대등한 생존율을 보이는 시술이다.

ESD 등의 시술 기법의 향상과 함께 내시경 치료 적응증의 확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나 아직 근거 자료가 부족한 상태여서 우리나라와 같이 위암 개복수술로 인한 사망률이 매우 낮은 나라에서는 그 적용에 신중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