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암 환자 심리·사회적 차원 통합적 암 치료 모색

디스트레스 관리안하면 암 치료예후 부정적 영향 끼쳐

정신·집단치료, 암 환자 생존기간 증가-사망률 감소시켜

암 환자 정신약물 치료, 약물 제형·투약경로 신중히 선택

암환자들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대안

암은 한국인 사망원인 1위이다. 암으로 진단받는 순간부터 암 환자와 가족은 충격, 우울, 공포와 불안 등 심각한 심리적 문제와 고통을 경험하게 된다. Carlson 등이 3095명의 암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에 의하면, 환자의 약 38%에서 임상적으로 심각한 심리적 고통을 경험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 환자 스스로도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 미국종합암센터들의 네트워크인 ‘National Comprehensive Cancer Network(NCCN)’에서는 암 환자의 심리적 고통을 ‘디스트레스(Distress)’라는 말로 통칭하기로 하였다.

여러 연구들에서 암 환자의 정서적 디스트레스가 적절히 관리되지 않을 경우, 암 투병과정과 질병 예후에 직·간접적인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암 환자의 디스트레스와 정신과적 문제를 조기에 선별하여 적절히 치료하는 것이 효율적인 암 관리에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높아짐에 따라 선진국에서는 암 환자의 심리·사회적 차원의 관리를 포함하는 통합적 암 치료를 도모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정신종양학(Psycho-oncology)이라는 종양학의 한 분과(subspeciality)를 발전시키는 것에 이르렀다. 정신종양학은 정신·사회적 요인들이 암의 발병부터 치료경과 및 예후에까지 미치는 영향과 암이 환자와 가족에게 미치는 정신, 신체, 사회 등 총체적 영향에 대하여 다루는 분야이다. 구미 선진국들에서는 이러한 접근이 1970년대 중반부터 시작되었고, 30여 년간의 연구와 임상 활동을 통해 축적된 지식이 암 환자의 관리와 정책에 반영되고 있다. 한국에는 정신종양학에 대한 인식과 관심이 아직 초기 단계에 있다. 한국인의 높은 암 발병률과 암이 환자와 가족 그리고 사회에 가져오는 고통을 고려할 때 이 분야의 연구 및 서비스 제공에 대한 관심이 시급하다.

암 치료과정에서의 디스트레스

암의 진단 시 환자의 대표적인 디스트레스는 흔히 “4D”로 표현되는데, 과거 암의 높은 사망률이 사람들로 하여금 암 진단을 사망선고(Death)처럼 느끼게 만들고, 치료 후 생존하더라도 심한 후유증으로 인하여 외모가 손상되고(Difiguration), 사회적 기능을 상실(Disability)하게 되어, 가족과 타인에게 의존(Dependence on others)하게 될 것이라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이다.

치료가 시작된 후에도 환자는 암 자체의 특성에 동반되는 신체상의 변화와 기능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디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된다. 또한 수술, 항암제 치료, 방사선 치료 등 치료과정에 동반되는 피로, 통증, 구토, 불면, 인지기능 저하 등 증상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런 경험은 치료가 실패하거나 장기화될수록 더 강한 불안과 우울한 기분을 일으킨다.

암의 조기 진단과 치료방법의 발달로 완치 판정을 받는 경우가 늘어나게 되었다. 하지만 완치 후 생존한 환자들에게서도 여러 가지 디스트레스들이 나타나게 되는데, 실제적인 외모 손상과 운동 기능, 성기능, 그리고 정신기능 장애등을 겪게 되면서 상실감과 함께 자신이 남들보다 부족하다거나 취약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자존감이 낮아지고 쉽게 우울해지게 된다. 또한 재발에 대한 두려움과 과거 치료과정에서 경험에 대한 정신적 외상에 대한 재경험 등이 나타난다. 특히 재발에 대한 두려움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증가시키고, 작은 신체 증상에도 예민하고 쉽게 불안해지는 모습을 보이게 만든다.

완화치료의 경우는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어 완치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는 대신, 남은 시간을 연장하고 증상을 조절하여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치료를 유지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환자들은 말기암이 주는 통증, 인지기능 저하, 그리고 섬망 등으로 인한 자기 통제력 상실에 대한 실존적 두려움, 그리고 미지의 죽음의 과정에 대한 두려움과 디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된다.

디스트레스가 암에 미치는 영향- 생리학적 기전

역학적 연구를 통해서 만성 스트레스와 우울증, 사회적 지지의 결여 등이 암의 발병과 진행에 위험요소로 작용한다는 사실이 보고되었다. 최근의 분자생물학적 연구를 통해서 암의 역학연구에서의 변인들 사이를 중재할 가능성이 높은 생물학적 과정을 알아냈다. Michael 등은 암에서 생물학적 그리고 행동학적 영향들을 연결해줄 기계론적인 이해(mechanistic understanding)을 제공하기 위해 기존의 임상적, 세포학적, 그리고 분자학적 연구들을 통합하고자 시도하였다.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HPA)과 자율신경계(ANS)의 활성화는 개인이 위험에 살아남기 위하여 준비하는 것이며, 생리학적 스트레스 반응은 적응적인 것이다. 하지만 만성적인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대부분의 생리학적인 시스템은 장기적인 glucocorticoid와 catecholamines 노출에 의하여 부정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이러한 변화는 심장병의 위험을 증가시키며, 상처의 치유가 지연되고 감염의 위험이 증대되는 것과 같이 건강이 악화되는 것 등으로 나타난다.

스트레스 관련 인자들이 암의 미세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다음과 같다<그림 1>. 스트레스들에 대한 반응은 중추신경계에서 위험을 인식하는 것과 이에 뒤이은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과 자율신경계의 활성화를 포함한다. 이어서 catecholamines과 glucocorticoids 그리고 다른 스트레스 호르몬들이 분비되고 이들은 암의 미세환경의 다양한 요소들의 활동성을 조절한다(Ⅰ~Ⅳ). (Ⅰ) 면역세포의 활동성을 포함한 면역반응을 감소시킨다. (Ⅱ) 암 세포의 이동, 침입, 분열을 증대시키고 DNA repair에 영향을 미친다.

(Ⅲ) 바이러스에 의한 oncogene 전사의 증가, 바이러스의 증대와 숙주세포의 순환을 증가시킨다. (Ⅳ) 혈관에서 pro-angiogenic cytokines(Vascular Endothelial Growth Factor(VEGF), Interleukin-6(IL-6))의 증가로 혈관형성이 왕성해지게 한다. 종합하면, 이러한 일련의 결과는 암의 발생과 성장 그리고 진행에 허용적인 환경을 만든다.

암 환자의 정신치료와 집단치료가 환자의 생존기간을 증가시키고 사망률을 떨어뜨린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이것은 외부적 사건들을 인식하고 평가하는 개인 간의 차이는 ANS와 HPA의 활성도의 차이를 만들어낸다는 사실과 신경 내분비 역동이 암의 발생, 성장과 진행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이해한 우리로서는 자연스럽게 이해되는 결과라 하겠다. 정신과적 치료의 효과에 대한 통계적 확인과 생물학적 기전에 대한 설명은 우리에게 정신종양학의 나아갈 목적과 방향을 제시한다 하겠다.

디스트레스에 대한 평가 및 치료

먼저, 환자의 내적인 요소에는 정신적인 측면과 신체적인 측면이 있다. 정신적인 측면에는 개인의 정신과적 과거력, 암치료에 대한 이해정도를 포함한 현재의 전반적인 정신적 상태가 고려되며, 신체적인 면에서 암의 종류, 치료 방법, 치료 경과 등이 고려되어야 한다. 환자 외적인 요소에는 가족관계, 직업, 종교, 경제적 상황, 의료진과의 관계 등이 포함된다. 선별검사에 유용한 도구들이 있으며, 정기적 평가가 가능하도록 비교적 간단하게 체크할 수 있는 Distress Thermometer가 있다.

디스트레스에 대한 관리는 크게 정신약물 치료와 비약물학적 치료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암환자의 정상적인 반응 범주의 우울, 불안 등의 정서 반응에 대해서는 비약물 치료를 우선 시도해 볼 수 있다. 개인 정신치료, 집단 프로그램, 인지행동요법, 가족치료법 등은 대표적인 비약물 치료 요법으로 환자가 암에 대처하고 적응할 수 있도록 환자의 내적인 요소에 개입한다. 또한 가족, 직장에 대한 개입 등으로 환자의 외적인 부분에 접근 방법도 포함된다.

약물 치료가 정신 증상의 조절에 효과적이며, 암환자의 약물 치료에는 아래의 일반적 원칙을 확인하고 치료가 이루어 질 필요가 있다. 첫째, 약물 치료에 앞서 교정 가능한 기질적 요인이 있을 때 이를 교정해야 한다. 둘째, 암환자의 전신상태가 취약함을 인지하고 약물 선택에 있어 주의하여야 한다. 셋째, 암환자가 사용하고 있는 약물과의 상호작용을 항상 고려하여야 한다. 넷째, 안전하고 부작용이 적은 약물을 우선 선택한다. 다섯째, 약물의 제형과 투약 경로를 신중하게 선택한다. 끝으로 소량으로 시작하여 천천히 증량하도록 한다.

암환자 정신건강의 과제

암환자의 삶의 질에 대하여 점차 관심이 증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환자와 가족뿐 아니라 치료진조차 정신적 문제를 암의 증상이나 자연스러운 정신적 반응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암환자의 정서적인 문제를 다루어 주는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순응도가 높았으며, 치료에 대한 만족도도 증가하였다.

또한 환자에 대한 평가를 시작하면서 환자 및 보호자에게 정서적 치료의 의미와 효과에 대한 이해를 돕는 과정이 선행된다면 환자 및 보호자는 일련의 평가 및 치료 과정을 더 편안하게 받아들일 것이다. 또한 암환자 보호자의 정서적인 부분에 대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에 대하여 적극적인 임상적 개입 또한 필요할 것이다.

삼성서울병원 암센터 내의 정신건강클리닉

삼성서울병원 암센터는 암환자가 암센터 내 해당 클리닉을 처음 방문 시 선별검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원스톱으로 암센터 내에 위치한 정신건강클리닉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암센터는 암환자의 전인적인 접근 즉, 환자의 정서적인 면을 최대한 고려하고 있으며 보다 나은 진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림 1> 스트레스 관련 인자들이 암의 미세환경에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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