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 얼마나 아름답게 보존할 것인가?
유방암 조기 발견시 부분절제술 시행 가능성 많아
유방전절제, 유방보존술 환자 생존율 별차이 없어
남은 유방 보존위해 전체비율, 암 위치 파악 중요

유방암수술 패러다임 변천사
유방암을 수술한다는 것은 치료를 위한 필수적인 선택이기도 하지만 역사적인 관점에서 볼 때 유방에 대한 수술범위는 불필요한 절제를 줄이는 쪽으로 변화되어 왔다. 1950년대에 들어 이미 50년 이상 널리 받아들여지던 근치적절제술에 대한 변화가 있었고, 1970년대에 들어서는 작은 유방암에 대하여 굳이 변형된 근치적 절제술을 시행하지 않고 유방을 보존하면서 유방암을 절제하고 방사선치료를 하는 방법이 고안되었다. 유방을 보존하면서 유방암을 절제한 경우와 유방을 모두 절제하면서 유방암을 절제한 경우를 비교하였을 때 환자의 전체생존율은 차이가 없었던 것이다.

굳이 유방에 대한 수술뿐만이 아니라 겨드랑이에 대한 수술도 마찬가지로 불필요한 합병증을 줄이고 필요한 범위를 정확하게 수술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유방암이 한번 진단되면 유방암이 얼마나 진행되었는지를 정확히 알기 위하여, 또 겨드랑이림프절에 이미 전이가 있는 경우에는 전이된 림프절을 완전히 절제하기 위하여 시행하던 겨드랑이림프절에 대한 절제를 반드시 함께 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악성흑색종의 수술에 이용되던 개념을 유방암에 응용하여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임상적으로나 수술 전 검사에서 겨드랑이림프절에 전이가 되어 있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경우, 무조건적인 겨드랑이림프절절제술을 지양하는 대신 유방에서 악성세포가 림프관을 따라 전이하는 경우, 가장 처음 도달할 가능성이 많은 감시림프절을 찾고 이를 선별적으로 생검하여 불필요한 겨드랑이림프절절제술을 줄이는 방법이 이미 전세계적인 표준술식으로 자리잡았다.

유방암의 병기와 수술방법
유방암은 조기에 발견될수록 유방을 보존하는 부분절제술을 시행할 가능성이 많다. 2006년에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유방암 환자들의 경우를 한국유방암학회에서 분석한 자료를 보면, 상피내암인 유방암 0기와 종양의 크기가 2cm 이하이고 림프절에는 전이가 없는 1기의 경우, 각각 50.6%, 64.0%에서 유방보존술을 시행할 수 있었다. 2기의 경우에는 유방보존술을 시행한 경우가 45.1%로 낮아지고, 3기의 경우에는 오히려 유방전절제술이 75.6%에 달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유방암 환자들의 병기별 분포는 어떨까? 유방암에 대한 조기발견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점점 향상되고 국가적인 조기암검진사업이 보편화되면서 만져지는 종괴로 병원을 찾는 경우가 여전히 가장 많지만 증상이 없이 정기검진을 시행하였다가 발견되는 경우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2006년에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유방암 환자들의 병기 분포를 분석해 보면, 1기 유방암 환자가 37.9%, 2기에 해당하는 유방암 환자가 35.7%를 차지하고 있다. 3기는 불과 14.4%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2006년 한국유방암학회지에 따르면 수술 후 재발률을 병기 별로 보았을 때, 0기는 약 5%, 1기의 경우는 15% 그리고 2기의 경우에는 20~25%, 3기 이상인 경우가 60% 가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유방암 수술 당시 겨드랑이림프절에 전이가 없는 경우 80% 이상이 병의 재발이 없이 장기 생존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방암으로 유방보존술을 시행할 대상이 점점 늘어남과 동시에 유방암을 극복하고 장기간 생존할 수 있는 환자들이 점점 늘어날 것은 자명하다.

1996년에는 80%의 유방암환자들이 유방전절제술을 받았지만, 2006년에는 절반에 가까운 환자들이 유방보존술을 시행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유방암수술과 관련한 다음 단계의 변화는 무엇일까? 이제는 유방을 보존하되 그저 유두와 유방 일부분을 남겨놓는 유방보존술이 아니라 남은 유방을 얼마나 아름답게 보존할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질 가능성이 클 것이다.

기존의 유방보존술의 한계
유방암 환자를 무작위 배정하여 유방보존술을 시행한 경우와 유방전절제술을 시행한 경우를 비교한 장기간에 걸친 연구에 따르면, 비록 국소적인 재발률은 전자의 경우가 조금 더 높지만 전체생존율은 20년이 넘게 관찰하는 동안 차이가 없었다. 이처럼 유방보존술은 점점 더 안전한 방법이라는 것이 널리 받아들여져 왔다.

하지만, 기존의 방법대로 유방암과 그 주위를 절제하고 유방의 건강한 부분을 남겨놓는데 그치는 경우에는 아쉽게도 25% 정도에서는 미용적으로 만족하지 못한 결과를 가지고 오는 것 또한 사실이다. 통상 유방 부피의 10%까지를 절제하는 경우에는 결손부위를 그냥 남겨두어도 미용적으로 별다른 이상이 없으나, 그 이상의 부피를 절제하는 경우에는 유방의 변형을 가지고 온다는 것이다.

유방암이 어느 부위에 발생하였는지도 중요한 요인인데, 예를 들어 유방조직의 50% 가량이 분포하고 있는 상외측에 생긴 유방암을 절제한 경우는 전체 유방부피의 15%까지 절제한 경우에도 유방의 변형이 그리 크지 않지만, 유방조직이 원래 그리 많지 않은 유방의 내측에 생긴 유방암을 절제하는 경우에는 전체 유방부피의 5%만 넘어도 유방의 변형이 생길 수 있다.

더욱이 서양여성보다 유방의 크기가 작은 경우가 많은 한국여성의 경우에는 같은 크기의 유방암을 절제할 때 절제되는 부피의 비율이 커질 수밖에 없다. 즉, 결손부위를 그냥 남겨두었을 때 유방의 변형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크고, 결국 유방은 보존하였으되 수술한 의사나 환자 모두에게 미용적으로 만족하지 못한 결과를 가지고 오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라는 것이 기존에 있던 유방보존술의 아쉬운 점이다.

종양을 충분히 절제하면서도 남겨지는 유방을 아름답게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모색하던 중 1990년대에 시작된 것이 유방에 대한 종양성형수술(Oncoplastic Breast Surgery)이다. 사실 위암이나 대장암, 간암을 수술하고 남은 조직이나 장기를 미용적으로 고려할 점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유방암의 경우는 이와 다르다. 즉, 유방을 전부 절제한 경우보다는 유방보존술을 시행한 경우가 정서적이나 감정적인 면에서 장점이 있다는 인데, 유방을 보존하면서 미용적으로 좀 더 만족할 만한 결과를 가져 오는 것은 이런 면에서 중요하다고 하겠다. 그렇게 수술하기 위하여 유방암과 전체 유방의 비율과 유방에서 유방암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1단계: 간단한 종양성형수술
비교적 간단하게 시행할 수 있는 유방암에 대한 종양성형수술(Oncoplastic Breast Surgery)은 유방암을 절제하고 남은 주위의 유방조직을 이용하여 유방의 모양을 다시 만들고 필요한 경우에는 유두를 적당한 위치로 옮겨주는 방법이다.

종양을 절제하는 것만으로 수술을 끝내고 피부봉합을 시행하면 결손부위에 따라 유방의 변형과 유두부위의 함몰 및 유두위치의 변화를 피하기 어렵다.

유방암을 완전히 절제하고 나서 결손부위 주위의 건강한 유방조직을 옮겨서 결손부위를 메워 유방의 모양의 변형을 최소화하고, 경우에 따라 피부의 표피층만을 없앤 다음 유륜 가장자리와 봉합하는 방법을 통하여 유두를 다시 적절한 위치로 옮겨주어 미용적인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상외측은 워낙 유방조직이 잘 발달한 곳으로 유방암을 수술할 때 상대적으로는 부담감이 덜한 곳임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유방보존술로는 어느 정도의 변형을 피할 수 없으며, 특히 방사선치료를 마친 다음 유두가 수술한 쪽으로 당겨져서 변형이 발생하곤 한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라도 간단한 술기를 통하여 유방암을 충분히 절제한 후 주위의 유방조직을 이용하여 결손부위를 메우고, 수술 당시에 유두를 내측으로 미리 옮겨서 흉골절흔(sternal notch)과 두 유두가 이루는 ‘미용의 삼각형’을 아름답게 유지할 수 있다.

유방의 윗부분에 유방암이 발생한 경우, 기존의 유방보존술을 시행한 경우에는 윗부분이 절제된 후 유방에 함몰이 생기면서 유두가 하늘을 향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였다. 하지만, 종양성형수술의 개념을 이용하면 바깥쪽의 유방조직을 안쪽으로 옮기듯 회전피판을 만들어 결손부위를 메움과 동시에 적절하게 절제할 ‘ㄱ’자 형태의 피부절개를 통하여 수술 후 유방의 윤곽과 유두의 위치를 잘 유지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여성들의 대부분은 이런 간단한 방법만으로도 훨씬 더 미용적으로 만족스럽고 양호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2단계: 복잡한 종양성형수술
이와 같은 방법으로 결손을 메우기 어려운 경우에는 유방축소술을 응용한 절개를 통하여 종양성형수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유방의 아래쪽에서 생긴 유방암의 경우, 기존의 유방보존술을 시행한 경우에는 위쪽에 생긴 유방암과는 반대로 유방의 아래쪽에 결손부위가 생기면서 유두가 땅을 향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으나 ‘ㅗ’자 모양의 절개를 가하여 아래쪽의 유방암조직을 절제하고 나서 남은 유방 조직을 아래로 끌어당겨 결손부위를 메우고 유두의 위치를 고정하는 경우에는 양호한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유방암의 위치에 따른 종양성형수술의 절개방법 다양하다.

절개방법을 응용하여 수술하면 좀 더 복잡한 경우를 교정할 수도 있다. 오른쪽 유방 8시 방향에 발생한 유방암으로 유방보존술을 시행한 후 방사선치료를 시행하고 나서 유두가 함몰되면서 유두의 위치에 심한 변형이 발생하였다. 환자가 비교적 유방이 큰 편이었기 때문에 ‘J’자 절개법을 응용하여 오른쪽을 교정하면서 왼쪽은 ‘ㅗ’자 모양 절개법을 이용하여 유방축소수술을 시행하였다. 그 결과 변형이 심하였던 오른쪽 유방의 교정과 함께 왼쪽 유방도 미용적으로 아주 만족할 만한 결과를 거두었다.

피부보존 유방전절제술
이런 방법을 모두 동원하여도 도저히 만족할 만한 유방의 형태를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유방을 전부 절제하고 재건을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수도 있다. 통상 유방 전체 부피의 50% 이상을 절제해야 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하지만, 유방전절제술을 시행한다고 해서 지금까지 해 오던 대로 유두를 무조건 없애는 방법 대신, 수술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외과와 성형외과 의료진이 함께 수술을 시행하여 유두-유륜 복합체와 유방의 피부를 남기면서 유방암이 발생한 유선 조직만을 없애는 ‘피부보존유방전절제술’을 시행하고 동시에 유방재건을 하는 경우도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종양성형수술 의 미래
조기유방암의 진단 빈도가 점점 더 높아지고 유방암의 치료성적이 점점 더 향상됨에 따라 유방암에 걸리더라도 유방을 보존할 수 있는 경우도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기존의 유방보존술은 유방의 결손을 그대로 방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유방의 미용적인 면에 있어서 아쉬운 점이 있었다. 최근 종양조직을 충분히 절제하면서 남은 유방을 아름답게 보존하고자 하는 취지의 종양성형수술이 적극적으로 도입되어 점점 더 많은 임상적 경험이 축적되고 있다.

서구 여성의 유방과는 여러 가지 면에서 차이가 있는 우리 나라 여성의 유방을 수술함에 있어서 서구의 경험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은 옳지 않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아직은 종양성형수술이 우리나라에서 보편화되지는 않았지만, 최근 한국유방암학회를 중심으로 우리 나라 여성에 대한 종양성형수술이 활발히 진행되고 회원들 간의 경험을 나누는 교육프로그램이 마련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모쪼록 종양학적으로 완전한 절제를 시행하면서 미용적으로도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종양성형수술이 널리 보편화되어 수술한 의사와 환자 모두 만족할 만한 결과를 점점 더 많이 나눌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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