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재 중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대변인

최근 복지부가 전문간호사제도를 양성화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전문간호사제도는 지난 2000년 분야별 간호사를 개정한 것으로 간호사 면허자를 대상으로 보건ㆍ노인ㆍ종양ㆍ마취ㆍ정신 등 13개 전문분야별로 일정 교육과정 이수 및 자격시험을 거쳐 자격을 부여하는 제도이다.

또 의사 보조 인력이란 뜻으로 ‘PA’(Physician Assistant)라고도 불린다. 문제는 정부가 의사의 진료업무를 도와주는 전문간호사가 아닌 외과, 산부인과 등 부족한 전공의 인력을 대체하는 수단으로서 전문간호사를 양성화하려는데 있다.

이미 현실은 수술실 등에서 현행 의료법상 불법인 무면허 의료행위가 전문간호사들의 주요업무가 돼버렸다. 이는 정부가 범법행위를 눈감아 주는 동시에 오히려 양성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러한 현실의 배경에는 주 80시간 이상의 과중한 전공의 노동시간과 열악한 근무환경, 턱없이 낮은 수가와 의료 환경에 의해 수련을 마친 후에도 해결되지 않는 경제적 열악함, 이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기피과를 만들고 전공의들이 부족하게 된 원인이 됐다.

하지만 정부는 이러한 근본적인 원인은 방치한 채 부족한 전공의 인력을 대체하려는 근시안적 해결책으로 전문간호사를 양성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자본과 경영의 입장에서 보면 전공의를 공급받는 것보다 전문간호사를 양성하는 것이 훨씬 이득일 테다.

적은 급여로 같은 업무를 하게 된다면 누구나 그렇게 할 것이다. 특히 전문간호사가 의사인력을 대체할 경우 국민들의 인식이 심히 우려된다.

‘의사가 아니어도 괜찮다’란 인식이 팽배할 경우 의사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어떻게 될 것이며, 그러한 인식 속에서 의사의 고유 업무를 경시할 경우 국민건강에 미칠 악영향은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전문간호사 입장에서도 의사대체인력으로 아무런 보호 없이 불법의료행위를 하는 것은 불안한 일이다.

의료분쟁과 같은 일이 벌어질 경우 무면허자인 전문간호사의 지위는 열악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간호사들 역시 간호 본연의 업무에 전문가로서 역할을 바랄 것이다.

기존 아무런 반성 없이 의사대체 인력으로 전문간호사를 고용했던 의료계의 반성 또한 요구된다.

물론 당장에 인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그래도 환자를 치료해야 하는 사명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음을 이해한다.

하지만 불합리한 의료현실의 변화를 위해, 환자를 치료해야 하는 사명을 온전히 제대로 수행하기 위한 환경을 만들기 위한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 깊이 되짚어 볼 필요성이 있다.

정부는 ‘언 발에 오줌 누기’인 의사대체인력으로서 전문간호사제도를 양성화하지 말고, 전공의가 부족하게 된 원인을 먼저 개선해 진정 국민의 건강을 위해 노력하는 정부가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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