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주 원

서울역 무료진료소

‘다시서기센터’ 공보의

얼마 전 공중보건의사 체육대회가 보건복지부의 공가 불허로 무산됐다. 대회를 7일 남기고 벌어진 일이다.

이로써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는 계약금 300만 원의 손실을 입었다. 복지부가 국정감사에서 일부 지적 받은 사항에 대한 보복이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

연례행사에 아무 말이 없다가 7일 남겨두고 갑작스레 공문을 내려 보낸 것이 이해가 안 가지만 복지부가 그런 유치한 복수를 했다고 생각하고 싶진 않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박상은 의원의 “복지부가 공중보건의사를 민간 법인으로 영리를 추구하는 건강관리협회에 배치하고 있다”는 발언에 진수희 복지부 장관은 “건강증진의원에는 공중보건의사를 파견하지 않겠다”는 대답을 했다.

이는 복지부가 공적ㆍ인적 자원인 공중보건의사를 수익사업에 활용하는 민간기관에는 더 이상 배치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도시형 보건소와 민간 의료기관의 경쟁은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다.

보건소가 일반인에게 진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왜 문제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해를 위해 예를 들어보면, A국가에서 쌀은 국민 생존에 필수적이니 모든 쌀가게 주인은 1kg에 3000원만 받아야 한다고 정했다.

그런데 국가가 빈민들을 위해 국가 운영 쌀가게를 통해 1kg를 1500원에 팔겠다고 한다면 쌀가게 주인들이 뭐라 할까?

빈민에게만 그 가격에 팔면 되지만 일반인에게도 1500원에 판다면 쌀가게 주인들은 경영이 어려워 폐업하거나 가격을 낮추기 위해 불량 쌀을 팔 것이다.

구호가 아닌 복지의 개념에서 국가가 국민에게 의료서비스를 저렴하게 제공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전제되어야 할 것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진정 의료복지를 원한다면 모든 의료서비스를 국영화해야 한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국가가 모든 의료를 감당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가 민간의료와 공공의료를 동시에 인정하게 되면 각 진료 대상을 분류하지 않는 한 국가와 민간기관의 경쟁은 피할 수 없다.

민간기관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서비스의 질을 낮추거나 폐업을 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과적으로 일차의료의 왜곡과 저하가 발생한다. 그렇게 되면 점점 국가가 담당하는 의료 영역이 넓어지게 되는데, 국가가 충분한 여력이 없는 상태에서는 다른 곳에 쓰일 예산을 의료 예산으로 끌고 올 수밖에 없어진다. 다른 영역이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당장은 대중의 인기를 얻어 좋겠지만 국가가 일차의료를 전담할 여력이 없다면 장기적으로 국민이 그 피해를 입게 된다. 이는 국가가 국민을 상대로 조삼모사(朝三暮四)하는 것과 같다.

대중영합주의로 세금을 낭비하기보다 실제 어려운 사람을 위해 예산을 쓰는 것이 보다 정의로운 것이 아닐까. 이것이 국민을 위해 복지부가 진정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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