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경희

경기도 양평군청

공보의

여느 때와 다를 게 없는 어느 날, 우연히 인터넷에서 한 기사를 본 나는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 그 기사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보톡스와 디스보톡스 등을 허가 기준과 달리 통증조절에 사용하고, 환자에게 비용을 임의 비급여로 받은 마취과 전문의에게 127일간의 업무정지와 환수처분이 내려졌다.

이에 해당 전문의는 통증치료에 보톡스를 사용하는 것은 의학적으로 적법하고 또 통증의학의 전 세계적인 추세에도 부합한 것이며, 시술행위 및 본인부담금 징수행위는 현 건강보험 체계 하에서 치료비용을 보전할 수 없는 상황에서 환자의 사전 동의를 얻어 이뤄진 것으로 속임수나 부당한 방법으로 치부하면 안 된다고 해명한 것.

하지만 재판부는 요양급여 의약품은 법령에 의해 허가 또는 신고 된 사항의 범위 안에서 사용해야 하지만 원고가 사용한 약에 관해서는 식약청 허가사항 중 효능ㆍ효과에 통증치료에 관해서는 명시돼 있지 않아 합리성이 결여돼있고, 원고가 이를 통증치료 목적으로 사용하면서 수진자에게 임의의 비용을 징수했으므로 설령 통증치료에 효과가 있어도 건강보험 요양급여기준에 관한 규칙에 반하며 의사가 임의로 비급여 진료행위를 한 뒤 수진자와 상호합의하에 그 비용을 지급받은 경우에도 속임수, 부당한 방법으로 요양급여비용을 부담하게 한 것이라 판결했다.

머리가 멍해지는 느낌이었다.
이럴 것이라면 뭣 하러 의대를 다니고, 의사로서 새로운 지식을 배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다는 말인가?
이번 사건의 교훈은 마치 우리에게 앞으로 새로운 의료지식을 배워 치료를 하는 것은 속임수이니 요양급여기준이나 달달 외워 진료를 보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실제 진료비는 급여와 비급여로 나뉘지만 비급여 또한 2가지로 나뉜다.
허가 비급여와 허가외 비급여로 말이다.
앞선 판결의 의미는 허가외 비급여이기 때문에 불법이며, 의사는 속임수를 쓴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설령 그것이 합의하에 이뤄졌다고 해도 말이다.

사실 판사의 판결은 정당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는 법에 대한 전문가이지 의료에 관한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법에 의거한 판결을 내렸을 테고, 난 이를 판단할 지식이 없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는 분명히 잘못돼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묻고 싶다.
이를 관리하는 기관들은 돈과 효율만을 기준으로 통계비빔을 가지고 의료를 판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또 의료에 대한 이해를 조금이라도 해보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지 말이다.

소속된 기관에 있는 소수의 의견으로 강제 지정하는 것이 아니라, 응당 해당분야 전문인들이 모여 타당성을 판단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전 이진수 박사가 말씀하신 “한국에 와서 ‘눈 뜬 봉사 의사’가 된 것 같다. 보험제도가 발목을 잡고 있다”라는 말을 곱씹어보게 된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