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주원
서울역무료진료소

다가서기센터 공보의

한국건강관리협회에 근무하는 한 공보의는 새벽부터 검진을 나간다. 한 곳도 아닌, 그것도 두 세 개 도시를 돌며 검진을 한다.

검진관리도 그야말로 엉망이다. 간호사 없이 검진을 하는 것은 기본이요, 환자 수송 등 의료법 위반으로 볼 수 있는 행동도 마다하지 않는다.

국민건강보험공단까지 사칭하며 검진하는 한국건강관리협회의 이 같은 문제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 공보의는 오늘도 새벽부터 검진을 나간다.

의료사각지대에 놓인 오지, 벽지에 환자들을 위해 새벽부터 수고하는 것이라면 그나마 보람이라도 있겠지만 한국건강관리협회의 수익사업을 위해 새벽부터 부려진다고 생각하니 억울하기도 하다.

사정은 민간병원도 마찬가지. 법정근무시간보다 하루에도 3~4시간씩 일을 더 시키고 주말까지 근무시키면서도 정당한 보수를 제공하지 않는 병원들이 부지기수다.

휴가도 마음대로 못쓰게 하는가 하면 심지어 공보의를 물건처럼 교환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이정도 수준이면 다행이겠지만, 소위 사무장 병원에 공보의를 배치했다는 의혹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병원 개설은 의사만이 할 수 있음에도 의사가 아닌 사무장이 병원을 개설한 경우 명백히 법을 위반한 것이며, 문제가 생기면 애꿎게도 등록의사가 모두 뒤집어쓴다. 때문에 고의로 위법하게 청구하거나 탈세, 부도를 낸 후 모든 책임을 의사에게 떠넘기고 잠적하는 사무장도 종종 있다.

이런 병원에 봉직의가 근무하는 것도 문제인데 하물며 공무원인 공보의를 배치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일인지 보건복지부에 묻고 싶다.
로비와 정치적, 금전적 유착관계에 의해 공보의 배치가 좌우되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모두들 알고 있으나 아무도 밝히고자 하지 않는다. 이미 우리나라에서 공보의는 국민이 건강을 위해 봉사하는 존재가 아니라 싼 값에 부릴 수 있는 ‘재화’가 된지 오래다. 마치 물건처럼 주고받는가 하면 공보의 배치를 특혜를 주듯 사용한다.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과연 배치 권한을 이용해 정치적, 금전적 이득을 누리고 있지 않다고 국민들 앞에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배치근거가 의료취약지의 의료 환경 개선이라지만 정작 그들이 지정한 의료취약지 병원 주변 2km 내 병의원이 얼마나 많은지 지도에서 세어보면 웃음만 나올 뿐이다.

예로 양산시 양산삼성병원만 해도 주변 의료기관이 140개 이상이고, 이런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과연 어떤 나라가 국가 공무원을 물건처럼 주고받으며 자신의 개인적 이득을 위해 사용하는지 궁금하다.

돈만 안 받았을 뿐(혹시 받았을지 모르지만) 국가 공무원을 민간 기업에 싼값에 부릴 수 있게 팔아넘긴 것이라는 생각이 자꾸 드는 것은 단순히 착각일까?

진정 이 나라 공보의가 과거 재산으로 취급되던 노비와 무엇이 다를까? 설령 공보의를 인간이 아닌 재산 취급을 한다 해도 민간 기업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을 위해서 그 재산을 써야 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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