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리아트릭 수술 후 비만 관련 합병증 86% 호전

고혈압·고지혈증·비만 등 대사증후군 개선시켜

수술법 따라 당뇨병 관해율 달라…체중과는 무관

위장 바이패스 수술, 고도비만·당뇨병 동반시 고려

‘그렐린’ 분비 감소-음식물 섭취 제한 발생

호르몬치료, GLP-1·DPP-4 억제제 사용

당초 일차진료에 도움이 되는 비만과 당뇨병에 대한 최신 지견을 써달라는 원고 청탁을 받았지만, 보다 근원적인 질문에 대해서 고찰을 하고자 한다. 즉, 당뇨병의 완치가 가능한가에 대한 질문이다. 연구자들은 흔히 당뇨병 완치가 목표라고 말한다. 그러나 정작 어떻게 완치를 시킬 것인지를 물어보면 대답은 궁색하기 일색이다. 그래서 현실은 감안한다면 “care not cure”를 전면에 내세운다. 임상가라면 이 점에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 당뇨병의 완치는 불가능한 것인가? 좀 더 논의의 폭을 좁히기 위해 “제2형 당뇨병”에 국한해서 고찰해 보자.

질병 치료 패러다임의 변천

제2형 당뇨병으로 대표되는 현대의 질병은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패러다임 아래 존재한다. 즉, 급성병으로 대표되는 과거의 질병들은 환자가 의사에게 전권을 위임하는 형국이었다. 급성충수염이 생기면 의사에게 수술을 맡기고 폐렴이 걸리면 의사에게 적절한 항생제 처방을 맡겼다. 그리고 완치가 되었다.

그러나 생활습관의 문제로 발생하는 현대의 소위 만성병들은 의사에게 맡겨보아도 별 도리가 없다. 약을 먹을 때만 효과가 있을 뿐이고, 당뇨병의 경우에는 경구약제를 투여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췌장 베타세포의 기능이 쇠진하면서 점점 약효를 잃고 결국 인슐린을 써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 표 1
이러한 현대의 만성병들은 과거와는 달리 환자 본인이 얼마나 질병에 대해서 잘 알고 또 얼마나 자신의 생활습관을 고쳐나가는 것이 치료에 있어 중요하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이 점을 널리 인정하고 만성병 관리의 패러다임에 묻어 가야 옳은 것인가?

정답을 알면 해법이 보인다

아이작 뉴턴이 미적분학을 고안해 낼 때 마지막 결론에서부터 거꾸로 유추하는 방식으로 접근하여 성공을 거두었다고 한다. 목적지가 어디인지 알면 그 곳으로 가는 길을 찾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정답을 보았는가? 놀랍게도 비만을 치료하기 위한 배리아트릭 수술 후에 당뇨병이 관해에 이르는 결과가 흔히 나타난다는 것이 알려지고 있다.

대개 복부수술과 같이 큰 수술을 하고 나면 당뇨병 환자의 경우에 수술 후 혈당 조절이 잘 되지 않아 인슐린을 사용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리아트릭 수술, 특히 Roux-en Y gastric bypass를 한 후에는 수술 후 수일 이내에 인슐린이나 경구약을

▲ 그림1
쓰지 않더라도 정상 혈당이 유지되는 당뇨병의 관해가 보고되고 있다.

<도표 1>에 나타낸 것처럼 배리아트릭 수술 후에 보이는 비만 관련 합병증의 호전을 메타분석한 결과 86%에서 당뇨병의 호전을 보이며, 특히 76.8%에서는 당뇨병의 관해가 나타나고 있다. 과연 이 정도의 성적이면 정답을 보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뿐만 아니라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 등 소위 대사증후군의 구성요소들이 모두 극적인 호전을 보이는 것이 눈여겨 봐 둘만 하다.

배리아트릭 수술 후 당뇨병 관해 기전

배리아트릭 수술의 방법<도표 2>에 따라 당뇨병의 관해율과 관해의 시기는 다르게 나타나는데, <도표 3>에서 보는 바와 같이 단지 위장의 용적을 줄이는 gastric banding이나 gastroplasty에 비해서 십이지장과 상부 공장의 대부분을 우회하는 Roux-en Y gastric bypass나 biliopancreatic diversion과 같은 수술의 경우 훨씬 높은 비율로 당뇨병의 관해가 나타나며, 이와 더불어 체중감소가 미처 일어나지도 않은 수술 후 수일 내에 당뇨병의 관해가 관찰된다.

따라서, 이러한 당뇨병 관해는 체중과는 무관한 기전으로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수술 후 칼로리 섭취의 감소와 더불어 위장관의 해부학적 변화에 의해 초래된 위장관 호르몬 분비의 변화일 것이다. 현재로서는 소화가 덜 된 음식물이 GLP-1을 분비하는 회장으로 빨리 이동함으로써 GLP-1과 또 이와 같이 분비되는 PYY 같은 위장관호르몬 분비를 촉진시키는 것이 하나의 기전으로 보고 있지만, 아직 알려지지 않은 많은 요인들이 같이 작용할 것으로 믿어지고 있다.

Roux-en Y gastric bypass 수술

이 수술은 위장을 두 부분으로 나누는데 식도에 가까운 쪽에 약 50cc 정도 크기의 위장(gastric pouch)만 남기고 나머지는 음식이 통과하지 못하도록 분리시킨다. 공장을 끌어올려서 gastric pouch에 연결시키고 Roux-en Y 형태로 공장-공장 문합을 만들어서 음식물과 췌장 소화 효소 및 담즙이 만나 섞이도록 해 준다<그림 1>. 이 모든 과정이 복강경 수술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음식물 섭취의 제한이 일어나며, 위저부(fundus)에서 주로 분비되는 식욕 촉진 호르몬인 그렐린(ghrelin)의 분비가 감소하고, 소화흡수가 가장 활발히 일어나는 십이지

▲ 표 2
장과 상부 공장을 우회하고 있으며, 소화가 덜 된 음식물이 GLP-1 분비세포가 많이 분포하는 회장으로 빨리 유입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기전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당뇨병 관해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이해된다.

특히, 빈도는 드물지만 Roux-en Y gastric bypass를 하고 난 후에 인슐린종이나 베타세포 증식에 의한 심각한 저혈당을 보이는 증례가 보고되고 있는데, 이는 위장관에서부터 베타세포 증식에 관여하는 호르몬 분비가 증가되었다는 반증이 된다.

Roux-en Y gastric bypass 수술 후 약 10%의 환자에서 <도표 4>에 나열한 합병증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술 관련 사망률은 경험이 많은 병원에서는 아주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 특이한 문제로서는 뒤로 남겨진 위장에 대한 내시경적 접근이 거의 불가능하여 위암에 대한 조기 검진이 어렵다는 점이다. 이는 수술 여부를 결정할 때 반드시 고려되어야 하는 부분이다.

수술로 당뇨병 완치시킬 것인가

최근 Roux-en Y gastric bypass의 놀라운 당뇨병 관해 성적으로 인해서 비만 치료를 의미하는 “bariatric surgery”에서 “metabolic surgery”로 개념이 바뀌고 있으며, 이에 따라 수술의 적응증도 고도비만 환자에서 제2형 당뇨병을 가진 모든 환자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러나 이는 수술의 합병증과 비용 등을 고려하여 신중히 판단할 문제이다. 하지만, 적어도 고도비만과 함께 당뇨병이 동반된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 치료로 여겨진다.

그렇다면 제2형 당뇨병을 수술로 치료할 것인가? 과거에 결핵을 thoracoplasty로 치료하던 때가 있었다. 갈비뼈 몇 개를 덜어내고 흉곽과 폐를 찌부러뜨리는 방법으로 결핵을 치료했다. 그러나 항결핵제의 발달로 이러한 수술은 자취를 감추게 된다. 당뇨병의 경우

▲ 표 3
도 비슷할 것이다. 배리아트릭 수술 후에 관찰되는 당뇨병 관해의 기전을 알게 된다면 약으로 당뇨병을 완치시키는 시대가 반드시 올 것이다.

위장관 호르몬 치료

배리아트릭 수술의 효과를 약으로 얻게 된다면, 그 중심에는 위장관 호르몬이 위치할 것은 자명해 보인다. 최근 많은 GLP-1 유사체가 임상에서 이용되고 있고(exenatide, exenatide LAR, liraglutide 등), GLP-1 및 GIP 혈중 농도를 증가시키는 DPP-4 억제제(sitagliptin, vildagliptin, saxagliptin 등)가 널리 이용되고 있으며, PYY, oxyntomodulin 등 많은 위장관 호르몬이 약제 개발 타깃으로 집중적인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호르몬 자체 혹은 유사체를 이용할 경우에는 주사를 통해서만 치료가 가능하지만,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경구로 복용 시 활성을 유지하는 비펩티드성 물질들이 이들 호르몬 수용체에 작용한다는 것이 알려져서 보다 편리하면서도 주사 투여보다 생리적인 약물 전달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알려진 것 이외에도 많은 새로운 위장관 호르몬이 존재할 것으로 생각되므로 향후 약제로 이용될 수 있는 것도 많을 것으로 여겨진다.

모쪼록 이 분야의 연구에 많은 의사들과 연구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정답에 이르는 길을 찾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

▲ 표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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