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훈 교수의 원 포인트 JCI - 62

인증 후 3년간 JCI 시스템을 잘 유지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생각에 늘 가슴이 답답하다.

인증은 직전 4개월의 데이터만 제시하면 됐지만 3년 후 재인증은 인증 후 재인증까지의 모든 자료를 제시해야 하고 똑같이 보이면 안 되고 발전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예를 들면 인증 시에는 외과 의사들의 수술 데이터를 4개월 전부터 집계하면 되는데 3년 치를 어떻게 집계할지 막막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술 상황이 자동으로 집계되는 프로그램을 갖추거나 아니면 일일이 사람의 수작업으로 그때마다 사전에 정리를 해야 하는데 쉽지가 않은 일이다.

모든 부서의 활동과 교육, 상황도 일일이 기록으로 남겨야 하는데 참 큰일이다. JCI 인증 병원의 입장에서 병원의 일상을 보니 예전에는 눈에 띄지 않던 수많은 문제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간호사나 전공의의 작은 실수들도 그냥 넘어가기 어렵고 아무런 상관이 없어 보이는 병원 내 시설물 보수 공사도 인증 병원이다 보니 이것저것 걸리지 않는 것이 없다.

20년간 아무런 지적 사항 없었던 병원 입구 오르막길이 있다. 지난겨울 눈이 좀 많이 왔는가? 지나다니는 사람마다 미끄러질까 조심하는데 내 눈에는 이 길이 눈엣가시라. 여기서 낙상 사고가 발생하면 엄밀하게 말하면 병원 내 시설물이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인증 병원이 아니었으면 이런 생각을 안 했을 텐데 그렇다.

퇴원 예고제 실시가 갈수록 낮아진다는 보고를 받고 예전 같으면 임상 각과에 신경 써 달라는 협조문만 발송하고 그래도 안 되면 낙담하고 말았을 텐데 인증병원답게 이를 시스템으로 개선하려고 무엇이 문제인지 담당자들을 모아서 심도 있는 논의를 한 결과에 따라 전산도 고쳐보고, 예고 시간도 조절하고 협조가 안 되는 부서는 어떤 식으로 계도할지도 고민하게 된다.

즉 사고가 달라진다. 문제 해결하는 방식이 달라지는 것이다. 모든 문제 해결의 정점에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이 있는 것이다.

사람들끼리 모여서 회의하고 단결하면 충분하다는 생각을 버리고 많은 아이디어를 받아서 사람들끼리 잘하면 되는 시스템이 아니라 그 어떤 사람이라도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어서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증을 받고 유지를 위해 고민하고 계신 각 병원의 담당자들께 경의를 표한다.

< 고대안암병원 정형외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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