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훈 교수의 원 포인트 JCI - 53

JCI 준비의 첫 걸음은 뭐니 뭐니 해도 JCI가 제시하는 기준에 맞는 policy(정책)를 만드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두툼한 책 한권을 받아서 해석(한글 번역본이 나왔으니 얼마나 좋을까? 해석하는데 만 몇 달을 소비했으니)하고 분석한 후 준비하는 병원에 맞게 규정집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현장 강의에서나 신문을 통해서도 수도 없이 말을 해서 그 중요성은 다들 아는 것 같은데 이 말의 의미에 대해서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때가 많다.

병원마다 정책을 만들라고 하는 것은 각 병원마다 특색 있는 병원 문화를 만들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

병원의 구성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우리 병원은 모든 영역에 있어서 어떠한 기준을 근거로 한다는 합의를 도출하고 그것을 직원과 환자들이 인지하게 해야 하는 것인데 이 과정이 귀찮고 생소하다고 해서 다른 병원의 규정집을 그대로 베끼는 일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물론 처음 준비하는 병원의 입장에서 다른 병원의 규정집을 모델로 삼는 것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우리 병원도 외국 병원의 규정집을 상당 부분 보고 벤치마킹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러한 과정을 거쳐서 궁극적으로는 특색 있는 개별 병원의 규정집을 만드는 노력을 해야 만이 진정 제대로 된 JCI 인증 준비를 시작한다고 할 수 있다. 인증을 준비하는 병원의 책임 교수님은 이점을 신중하게 고민하고 경계하셔야 한다.

각종 위원회를 만들고 위원회 별로 규정집을 만들라고 할당하고 그 할당이 개별 교수님께 내려갔더니 각 교수님들이 개인적으로 또는 병원별로 규정집을 직접 만드시는 것이 아니라 인증을 준비하거나 이미 인증을 받은 병원의 규정집을 베끼려는 경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야 한 다리 건너면 죄다 아는 사람이니 간곡하게 거절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일부 샘플은 얼마든지 제공하지만 통째로 제공하는 것은 정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는 당장은 규정집이 모습을 갖추기 때문에 나름 흐뭇할지 몰라도 규정집을 근거로 인증 준비가 이루어진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규정집의 내용을 숙지하지 못하고 규정집을 만든 병원의 경우 무척 불안한 출발을 하는 셈이 된다. 아마도 그 후유증은 생각보다 심각할 수 있다.

< 고대안암병원 QI위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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