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훈 교수의 원 포인트 JCI - 52

인증 실사를 받으면서 많은 외국 병원들을 심사했던 실사단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는데 그들이 한결같이 말하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의사들의 의무 기록보다 간호 기록을 신뢰한다는 것, 그리고 외과, 정형외과, 신경외과가 대표적으로 의무기록을 불성실하게 하는 과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 과의 의무기록이 더 주목 대상이 되는지 모르겠다.

실제로 의무 기록을 제대로 하게 만들기에 가장 힘든 과의 레지던트가 이런 과들임에 분명하다. staff도 마찬가지다.

레지던트 기록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JCI 준비 팀의 노력은 끊임이 없는데 하다하다 결국은 입원 기록을 24시간 안에 완성하지 않으면 다음날 처방을 내지 못하게 전산을 막았었다.

뭐 그렇게 까지라고 말하실지 몰라도 막상 해보면 안다.

그렇게 안하면 안 된다는 것을. JCI가 원하는 입원 의무 기록은 우리나라 의사들이 여태껏 알던 그런 수준의 기록이 아니다.

Chief complaint과 Present illness는 물론이거니와 심지어 퇴원 계획과 환자 교육을 시킨 내용까지도 완성하게 되어 있으니 사실 레지던트들도 죽을 맛이다.

전산으로 막았는데 며칠이 안 되서 기록이 잘되고 있다는 전산 보고가 올라왔다. 웬걸 알고 보니 기록을 해야 하는 란에 모조리 점을 찍고 넘어간 것이다. 컴퓨터는 그게 점인지 의미 있는 기록인지 알지를 못하니 속을 수밖에.

점을 찍으면 안 되게 막았더니 이번에는 더 기가 막힌 일이 생겼다.

영상검사 계획에는 X-ray 라고 쓰고 처치 및 수술 계획 란에는 Op라고만 쓰는 것이다. 한 과의 레지던트만 그러는 것이 아니라 전 병원의 레지던트들이 약속이나 한 듯 모두 그렇게 쓰기 시작하는데 아! 정말 미칠 노릇이다. 결국 각과의 과장님들께 양해를 구하고 서너 명씩을 묶어서 두세 시간씩 일대일 강의하고 타이르고 해서야 겨우 규정에 맞는 내 놓을 만한 기록들이 되기 시작했다. 지금도 강의를 다니면서 샘플로 내 놓는 레지던트 1년차의 교과서적인 입원 기록지를 보면 얼마나 흐뭇한지 모른다.

그것도 다름 아닌 정형외과 1년차의 기록이니 감회가 더 할 수밖에 없다. staff들도 일주일에 두세 번은 써야 하는데 staff들은 협조하는 분들이 있고 안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참 다행한 것은 임박하면 다들 하시더라는 것이다.

< 고대안암병원 QI위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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