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훈 교수의 원 포인트 JCI - 50

전공의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은 의료현장에서 뭔가가 잘못 되었을 때 늘 등장하는 약방의 감초 같은 화두이다.

그도 아니면 외과 전공의의 부적절한 대응 태세를 개인적인 무능 탓으로 돌릴 수 있다. 심지어 학교 성적이 나쁜 친구였다고 조용히 말할지도 모른다.

한술 더 떠서 심지어 어쩔 수 없는 일이고 환자가 운이 없었다고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는 Peer Review의 결론은 전공의 교육이 좀 더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기술할 것이다.

이런 식의 Peer Review가 과연 병원 내 사고를 줄이는데 일조할 수 있을까? 의료 사고를 전향적으로 시스템의 문제로 인식하려는 노력이 절실할 때이다. 왜냐하면 더 이상 이런 식의 사고가 있어서도 안 될 뿐더러 외국 환자들을 받아야만 하는 상황에서 이런 사고를 지금과 같은 식으로 해석하고 해결하려고 한다면 절대로 용납되지 않기 때문이다.

JCI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무엇이 잘못일까? 일단 그들은 경련 발작 환자를 어떻게 조치하는지 규정을 보려고 할 것이다. 그리고 CPR 팀의 규정과 그들이 어떤 경우에 가동되는지 적응증의 정의를 확인할 것이다.

여기에 이런 상황에서 supervisor의 역할은 누가하고 그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주치의와 연계해서 조치를 취하는지를 물을 것이다.

왜 병동에서 발생한 경련 발작 환자의 치료에 상당한 시간을 레지던트 1년차가 혼자서 감당했는지 여부와 병원 내 규정이 있는지 그리고 규정대로 했는지를 따져 볼 텐데 우리의 Peer Review의 과정을 본다면 그 어디에도 이러한 부분을 지적하고 개선하려는 주문은 볼 수가 없다.

전공의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핑계에 대해서 JCI 측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렇다면 입원 환자를 줄이거나 아니면 고년차나 스태프가 직접 환자의 주치의가 되어야 한다고 말이다.

JCI 컨설턴트나 실사단 앞에서 한국 의료진들은 한국적 상황이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한국의 외과계 수가가 낮고 그로 인해 전공의 지원이 적다는 것은 단지 우리의 상황일 뿐이고 그것이 환자를 위험에 빠지게 해도 된다는 논리가 될 수는 없다. 병원 내 QI 조직을 운영하면서 원칙은 알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기가 어렵다는 말을 하는 직원에게 늘 하는 말이 있다.

어려워도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원칙은 상황이 좋아져도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고.

< 고대안암병원 QI위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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