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훈 교수의 원 포인트 JCI - 34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완벽하게 실천하기 어려운 부분 가운데 하나가 바로 병원에서의 금연일 것이다. 의국, 교수실, 수술실 탈의실, 휴게실 등등.

언젠가 복도를 지나다가 환자분이 병문안 온 지인들에게 말하기를 “의사란 놈들이 어찌나 담배를 피워 대는지…”라고 하는 소리를 듣고 어찌나 얼굴이 화끈거리던지. 나는 평생 담배를 펴 본 적이 없는 사람인지라 방금 전에 담배를 피운 사람이 곁에 오면 냄새로 금세 알아챈다.

환자들도 그럴 것이다. 아파서 병원에 왔는데 지나가는 의사의 몸에서 담배 냄새가 심하게 나면 엄청 불쾌하다고 한다.

법으로 병원뿐 아니라 건물 안에서는 금연이건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아랑곳 하지 않고 피워대고 있다. 병원은 특히 타인들이 보지 않는 공간들이 많기 때문에 특히 잘 안 지켜진다.

하지만 다른 건물도 아니고 병원이라는 곳에서 흡연은 정말 심각하게 고려해 봐야 할 문제다. 다른 병원에 근무 할 때 수술실 탈의실에서 담배를 피우는 스태프와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하는 스태프간의 언쟁이 발생한 적이 있는데 담배를 피우는 사람의 항변이 어찌나 당당하든지. 게다가 연배가 높은 분들에서 애연가들이 많다 보니 이를 강력하게 제지하기란 여간 어렵지가 않다.

하지만 병원에서의 흡연은 JCI 인증을 떠나서도 정말 완전하게 없어져야 할 문화가 아닐는지. 어떠한 방법으로도 흡연을 막기 어려운 것이 우리 현실인데 그러한 경우에 나는 JCI 핑계를 대라고 한다.

담배 피지 말라고 하면 “네가 뭔데?”라고 하지만 JCI 인증 핑계를 대고 제지하면 군소리 안하고 대부분은 따라준다.

그래도 지독한 분들이 있기는 하다. 자기 방에 환풍기를 달아달라고 하는 분도 계시고, 인증 기간 동안 병원에 출근 안하면 될 것 아니냐고 하는 분도 계시고…. 대단들 하시다.

인증 준비하다 보면 알겠다고 하고는 자기 방에서 여전히 피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실사팀이 돌아다니다가 담배 냄새를 맡고 방문을 열라고 까지는 안하지만 경고를 하는 순간이면 정말 아찔하다.

궁여지책으로 병원의 곳곳에 감지 장치기를 달았다. 별게 다 있다. 담배를 피우는 순간 포착이 된다. 비싸지도 않다. 절대 금연을 정책으로 하고 이런 시스템을 도입하는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할 수 없다. 그렇게라도 할 수밖에. 담배가 그렇게 좋을까? 안 피워본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러고 보면 나는 타고난 JCI 스타일이다.

< 고대안암병원 QI위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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