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훈 교수의 원 포인트 JCI - 23

입원하기 전에 복용하던 약이 있으면 어떻게 할까? JCI 인증을 준비하기 이전에는 복용하던 약이 있는지 묻지도 않았고 관심도 없었다. 모든 의료진이 다 그렇지는 않았겠지만 대부분이 그랬을 것이다. 오히려 의료진은 관심도 없는데 환자들이 자신들이 복용하던 약을 입원 동안에도 계속 복용해도 괜찮은지를 물었었다. 그런 경우 ‘글쎄요’ 라고 답을 하거나 아니면 정확하지 않은 지식으로 적당히 답을 하곤 했다. 약물의 상호작용에 대해서 전혀 고려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부분은 별 문제없지만 환자에게 좋지 않은 결과로 나타나게 되면 그야말로 대책이 없게 된다.

약화 사고에 대한 경고와 우려는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06년 한해에 약화 사고로 사망한 사람이 무려 7000명이 넘는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동일한 연도에 62명이라고 정부 자료에 나와 있지만 여건 상 믿을만한 결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정확한 데이터는 없지만 아마 알게 모르게 부적절한 약물 사용으로 인한 사고는 적지 않을 것이다.

JCI 인증 기준은 복용하던 약물은 입원 환자의 경우 입원과 동시에 타 병원에서 처방 받아서 소지하고 있는 약은 병동에 제출하고 병동은 약제부로 내려서 24시간 이내에 약물성분을 확인 받아야 한다. 성분 확인 결과 만일 입원 기간 동안에도 복용해야 하는 약이라면 반드시 제공되어야 하는데 해당 병원에 있는 약이라면 다른 치료약과 함께 제공하거나 아니면 소지하고 있는 그대로 복용하도록 한다. 해당 병원에서 처방 받은 약이라면 당연히 원내 처방으로 돌려서 처방을 받도록 하는데 이 모든 과정은 약리적인 면은 약제부의 검토를 받아야 하고 치료약과의 상호 작용에 대해서는 해당과에 의뢰해서 확인을 받아야 한다.

본원의 경우 전산 상에서 약품정보 검색을 통해 자세한 약물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고, 아울러 약물 상호작용에 대해서도 원활하게 정보를 취득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환자 스스로 자신이 복용하는 약과 과거 약물 사용으로 인해 겪었던 부작용을 의사에게 말해 줄 것이라 기대하면 안 된다.

공보의 시절 감기 증상을 호소하는 할아버지에게 무심코 아목사실린이 포함된 약을 처방해주었다가 단 몇 시간 만에 할아버지가 숨을 못 쉬면서 쌕쌕거리고 찾아왔기에 무슨 일인가 당황했는데 할머니 말씀이 할아버지가 원래 감기약 먹으면 종종 저런다는 말을 듣고 페니실린 부작용을 경험하고도 말 안하는 노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기겁을 한 일이 있다. 약물 관련 기왕력을 묻는 것은 당연한 의사의 의무 아니던가.

< 고대안암병원 QI위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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