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훈 교수의 원 포인트 JCI - 20

수술 기록지라 함은 수술이 시행된 날 저녁이나 며칠 후에 정식으로 반듯하게 수술 상황을 기록하는 것을 의미하고, 수술 직후에 짤막하게 남기는 수술 기록지는 ‘Brief Op Note’라고 해서 그야말로 메모 수준의 기록을 의미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Brief Op Note 조차도 수일 후에 쓰여 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렇다 보니 실제 수술 상황이 다르게 기록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특히 환자의 몸 안에 삽입되는 기구가 있는 수술에서는 기록의 정확성이 아주 중요한데 수술 기록지의 정확성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시스템 속에서는 종종 잘못된 기록으로 남는 수가 있었다. JCI는 수술 기록지는 반드시 환자를 수술 후 회복실로 옮기기 전에 남기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 하더라도 기억의 한계가 있다는 점을 간파한 규정이 아니라 회복실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인들이 정확한 치료를 하기 위해서는 수술의 내용을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한다는 취지이며, 그 때문에 수술 기록지는 반드시 회복실 입실 이전에 완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수술실 여건을 보면 한 환자가 나가고 다음 환자가 들어오기 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아등바등 하는 상황인데 이 와중에 수술 기록지를 완성하라고 하니 제대로 될 일이 없다. 바쁜 때에는 한 집도의가 두 군데 수술실에 환자를 넣고 기간 간격을 두면서 수술을 진행시키는 경우가 다 반사이니 외과 의사들에게 특히 전공의들에게는 정말 귀찮은 일이고 마지막 까지도 완벽하게 하기 어려운 일 가운데 대표적인 일일 것이다.

회복실에서는 환자의 신체 징후만 잘 살피면 되고 문제가 생기면 곁에 있는 마취과 의사나 담당 외과 의사를 찾으면 되는데 굳이 회복실로 환자가 입실하기 전에 기록으로 수술 내용을 남기라니 죽을 맛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의 문화가 잘 못된 것이지 사실을 그렇게 하는 것이 정말 좋은 것이라는 것은 시행해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그래도 그렇지, 그게 어디 쉽나’라고 생각했는데, 쉽지는 않았지만 우리 병원의 외과계 전공의들은 이 과정을 훌륭히 완수해 주었다. 지금은 수술이 끝나고 회복실로 옮기기 전에 전공의들은 의당 수술 기록지를 훌륭하게 완성해준다. 기록 문화가 정착되지 않아서의 문제였지 남의 나라 문화고 우리는 할 수 없는 그런 일은 아니더라는 것이다. 반드시 회복실 입실 전에 수술 기록지는 완성돼야 한다.

< 고대안암병원 QI위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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