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훈 교수의 원 포인트 JCI - 19

병원은 유독 약어가 많이 사용되는 곳이다. 약 이름에서부터 일상적 용어의 상당수가 약어다. 예로 수술이라는 단어를 수술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의료인들은 OP(operation)라는 용어로 사용하고, 드라마 제목으로도 유명한 ER(Emergency Room)과 같은 용어는 일반인들에게도 익숙한 약어이다.

업무의 효율성을 고려한다면 약어 사용은 당연하다. 생각해보면 의과대학생 시절 아직은 학생이지만 병원 실습을 나가기 시작한 선배들의 병원 생활을 듣고 있노라면 병원에서 사용하는 약어들을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선배들이 어찌나 신기하고 존경스러워 보였는지 모른다. 학계에서도 약어 사용의 습성은 수시로 발견되는데 새로운 영역의 수술이나 진단명을 약어로 사용하기 때문에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면 이미 알고 있었던 내용인데도 어리둥절 하는 수가 있다. 별 것 아니고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병원 내 약어 사용에 대해 JCI는 상당한 우려를 표한다. 약어 사용 자체를 금하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한 것은 혼동이 일어날 수 있는 약어 사용에 대해서는 강력한 경계를 한다는 것이다.

환자들의 알 권리 차원에서 모든 의학 용어를 일반인들이 알아 볼 수 있는 언어로 사용하라고 권장하는 국가도 있다고 하는데 그런 차원은 아니고 무분별한 약어 사용으로 인한 의료사고를 방지한다는 차원이다. 설마 우리끼리인데 그럴 리가 있을까 하지만 실제 인증 심사를 받으면서 우리 병원에서 사용하는 약어 가운데 내가 모르는 약어들이 있더라는 것이다. 과가 다르고 분야가 다르면 어떤 의미인지 짐작조차 가늠하기 어렵더라는 것이다.

실습 나오는 학생들도 약어부터 익히고 많은 약어를 알고 사용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데 이러한 관행이 의료 사고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비슷한 이름의 약물의 경우 약어 사용이 잘못되는 순간 치명적인 사고로 연결될 수 있다. JCI는 해당 병원에서 사용하는 약어의 종류를 규정하고 문서화하여야 하며 직원이라면 누구라도 병원에서 규정한 약어를 알고 있어야 하고 규정집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또 한 실수하기 쉬운 약어의 경우 반드시 실수하지 않도록 규정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예를 들면 MTX는 methotrexate와 mitoxantron 가운데 어느 것에 해당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이 약어는 가급적 사용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굳이 사용한다면 어떤 의미로 사용한다는 부연도 붙여야 한다.

실제로 무분별한 약어 사용으로 인한 아슬아슬한 사고를 눈치 챈다면 이 또한 당연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약어 사용의 원칙을 정해야하고 약어 규정집을 만들어야 한다.

< 고대안암병원 QI위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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