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훈 교수의 원 포인트 JCI - 16

처방란에는 ‘prn’이라는 항목이 있다. 정규의 규칙적인 오더는 아니지만 필요에 따라서 약속된 상황이 발생하면 추가적으로 수행하라는 지시인데,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매번 필요 상황이 발생하면 보고를 받고 지시를 하기가 귀찮으니까 아예 정규 오더처럼 처방란에 올리곤 한다.

‘열이 나면 해열제를 투여하라’고 하거나, ‘수혈 후 가려움증이 발생하면 항히스타민제를 주사 하라’는 내용들이 그런 것인데 아무런 조건 없이 용량도 명시하지 않고 진통제와 항히스타민제를 적어 놓고는 prn이라고 기록한다. 그야말로 알아서 해결하라는 무책임한 태도의 단면이라고 할 수 있는데 지금껏 이러한 관행이 자연스럽게 시행되었다는 것이다.

간호사들은 개별 환자의 상태에 익숙하고 주치의의 의도를 잘 아니까 언제 시행하라는 의미인지 정황상 잘 알고 있지만 대개 사고는 예기치 않은 일상의 조건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prn제도는 잠재적 의료사고의 모습일 수 있다. 특히 2, 3월은 수련의, 전공의 모두 경험이 부족한 시기라서 약제들에 대해 어렴풋이 알고 있을 뿐인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prn과 같은 다소 모호한 처방이 난립하게 되는데 그래서인지 유독 그 시기가 불안한 시기라고들 생각한다.

비단 prn 오더뿐 아니라 정규 오더의 경우에도 전공의 의무 기록에서는 전혀 상황에 대한 언급이 없으면서 처방 오더가 들어있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처방에는 무엇을 주라, 어떤 검사를 하라고 지시되어 있는데 왜 투약이 되어야 하고, 왜 검사가 시행되어야 하는지 전혀 언급이 없다는 것이다.

JCI는 정규 오더뿐 아니라 prn 오더에서도 오더가 발생한 상황을 명확히 규정하고 어떠한 상황에서 주라는 것인지를 정확하게 기록하게 한다. 덧붙여 용량의 정확성을 기하라고 주문한다. 의료사고가 나서 모든 오더 상황을 검토하다 보면 왜 이 상황에서 이런 오더가 났을까? 하고 의아한 경우가 있다. 도무지 기록이 없는 경우가 이전의 우리나라 병원들의 아주 보편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환자와 보호자만 답답한 것이 아니라 그런 상황에서는 의료진도 답답하다. 이런 점을 보더라도 의사의 오더는 반드시 전후가 맞아야 한다는 것은 중요한 원칙인 것이다. 통증 점수가 4 이상인 경우 무슨 약을 얼마의 용량으로 투여하라는 전공의의 prn 처방 오더를 보면 안전한 병원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뿌듯함을 느끼게 된다.

< 고대안암병원 QI위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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