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훈 교수의 원 포인트 JCI - 9

신종플루 예방책으로도 잘 알려진 손씻기는 JCI에서는 원내 감염률을 감소시키는 활동으로 당연시 하고 있다. 인증을 준비하면서 가장 손이 많이 가는 일이 바로 전 직원 손 씻기 일 것이다. 온갖 균이 가득한 곳이 사실 병원인데 그곳에 근무하면서 개인위생에 대해 아무런 관심 없이 진료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준비 이전에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었다.

문득 90년대 초반에 공중보건의사로서 시골에서 진료하던 경험이 하나 생각난다. 어느 날 할머니 한분이 청진을 하려고 가슴을 올리시라고 하니까 내 청진기를 소독해 달라는 것이다. 이유인 즉, 할머니 바로 앞에서 진료를 본 할아버지를 잘 아는데 그 분이 무척 불결한 분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그 분의 가슴에 닿았던 청진기는 불결할 테니까 소독을 해 달라는 말이었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무척 똑똑한 할머니였던 것이다.

하루에도 수십 명을 만지는 의료진. 환자들은 일반인보다 훨씬 더 면역력이 약화되어 있으며 반면에 균에 훨씬 많이 노출되었을 것이라 생각하면 한 환자 진료 후 손씻기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습관이 되지 않아서 아무리 말을 해도 손을 씻지 않는다.

JCI 인증은 강요해서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의 습관과 사고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바로 이런 점 때문이고 그래서 이는 새로운 문화 운동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모든 입원 환자의 침대에는 소독용제가 달려있고 실제로 한 환자를 진찰하고 다음 환자를 진찰 할 때에는 누구나 침대마다에 달려있는 소독용제에 손을 닦아야 한다. 외래에서도 한 환자를 진료하고 나면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하는데 습관이 들지 않은 한국의 의료진들이 손 씻기를 완벽하게 수행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필자의 병원에서는 원장님 이하 보직자들이 직접 솔선수범하는 손씻기 캠페인도 열고,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서 손씻기 여부를 몰래 모니터링 하기도 했다. 그렇게 어렵게 강제로 시행했더니 지금은 누구나 습관적으로 손씻기를 잘 하고 있다. 조사하지는 않았지만 원내 감염률이 상당히 줄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도 해 본다. 아마도 원내 감염을 줄이기 위한 방법 가운데 이 보다 더 확실한 방법은 없을 것이다. 손씻기는 JCI 인증 시 중점적으로 보는 병원의 활동 가운데 가장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사안이라는 점. 그리고 이것은 단시일내에 이루어 낼 수 없고 오랜 기간 습관이 들기까지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하는 일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전직원이 습관이 들게끔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모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내다보면 자연스레 직원들 사이에 손씻기는 정착될 수 있기 때문이다.

< 고대안암병원 QI위원장 >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